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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승연 회장 항소심 실형 '유감별곡'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4.16 10: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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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나버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은 것. 일부 형량이 감형되긴 했지만 김 회장의 법정 구속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한화그룹 곳곳에서는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장기화 되고 있는 '오너 리더십' 부재는 투자·고용 등 경영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어 신사업 추진은 물론 기존 사업도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위기설이 재계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15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징역 4년, 벌금 51억원의 원심보다는 형이 소폭 줄어들었지만 한화 측의 실망은 컸다.

이날 재판부는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의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책임에 상응하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구조조정이 성공했다 해도 재무 상황이 취약한 위장 계열사에 그룹 계열사 자금을 지원하는 위법한 배임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면서 "계열사 부당지원 피해액 3분의 2에 해당하는 1186억원을 공탁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배임죄의 무리한 확대 적용을 경계하는 최근의 논의를 알고 있다"면서 "적법한 절차와 수단을 갖추지 못한 피고인의 범행은 사안을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기업주가 회사의 자산을 자신의 개인적 치부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한 전형적인 사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의 항소심 실형 선고가 안타까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판부에서도 성공한 구조조정으로 김 회장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음에도 배임죄를 적용한 것.

지난해 8월 김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한화그룹의 경영 시계는 멈췄다. '오너'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형상 유지는 해왔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신규 투자 등 공격 경영은 '정지' 상태다.

한화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은 대규모 자금 투자 등 큰 틀의 의사결정이 '회장님' 선에서 나오지 않는 상황이고, 김 회장이 직접 챙겼던 이라크 신도시 건설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최근까지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 이어 정유, 발전, 태양광 분야 추가 사업 수주가 예상됐지만 아직 답보상태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을 두고 재계에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대기업에 대한 법의 잣대가 엄격해진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말마따나 법조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배임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판부의 배임죄 적용은 유감스럽다.

한화그룹은 자산규모 34조2600억원의 국내 재계 10위 그룹이다. 직원 수만 해도 3만1000여명에 달하고, 지난해에는 35조9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경제민주화도 좋지만 대기업이 살아야 나라의 경제도 살아난다. 오너의 부재가 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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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상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판결문을 받아보고 변호사와 상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심이 일부 깨진 항소심 징역 3년이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재계 관계자의 말에 귀가 기운다.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구급차에 실려와 공판에 참석한 김 회장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화그룹의 적극적인 공격 경영이 더욱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