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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무기계약직 전환'의 그림자…고용유연성 딜레마

정부 24만명 대상 2015년까지 전환…파견·용역업체 비상

김경태 기자 기자  2013.04.16 08: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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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부터 정부는 공공부문에 대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올해 들어 그 전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2만2000여명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4만여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신규채용자와 출연기관 연구원까지 전환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또 파견·용역 근로자들도 간접고용 형태로 비정규직으로 규정,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에 필요한 컨설팅 제공에 나섰다. 이는 근로자에게는 반길만한 내용이지만 30년간 산업으로 굳어진 용역업체나 파견업체에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살펴봤다. 

#1. 기업은행(은행장 조준희)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 따라 지난해 창구텔러, 전화상담원, 사무지원 등 335명의 기간제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으며, 무기계약직 161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창구텔러, 전화상담, 사무지원 등 해당 직무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채용을 실시하는 등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 인천교통공사(사장 호홍식)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상시·지속적인 업무분야는 지난해 6월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했고, 일반직 전환 시험을 통해 15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했다. 또 전화예외 대상인 장애인콜택시운영인력(사회적 일자리) 등도 포함해 총 185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특히, 현재 비정규직은 10명으로 단기계약직 3명을 제외한 7명은 올해 전환해 비정규직 제로사업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그간 용역계약을 통해 수행했던 청소·시설관리(소방, 기계, 전기)분야의 간접고용 인력 268명을 지난 1일자로 직접고용하는 등 다방면에서 비정규직 고용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상시·지속업무직을 6월까지 추려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할 방침이다 이중 비정규직법과 다르게 2년이 안됐어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있어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부는 상시·지속업무직을 6월까지 추려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할 방침이다 이중 비정규직법과 다르게 2년이 안됐어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있어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부는 오는 6월까지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취합해 오는 2015년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의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는 총 24만9614명으로 전년 24만0993명 대비 8621명 늘어난 규모다.

조사대상 기관은 중앙행정기관 46개소, 자치단체 246개소, 공공기관 430개소, 교육기관 77개소 등 총 799개소로, 실제 대상기관은 소속기관·대상관서 등을 포함해 약 1만여 개소를 대상으로 했다.

◆신규채용·연구원 등 조사대상 확대

정부는 비정규직대책에 따라 지난해 2만2914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올해는 4만1000명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등을 통해 비정규직 14만7000여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왔고, 새 정부 공약에 따라 한 단계 더 진전된 방향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신규 채용된 근로자를 전환 대상자로 포함했으며, 상시·지속적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던 정부출연기관 연구원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또 지난 2011년 조사대상이 아니던 배움터지킴이, 방문간호사 등 3만여명과 공립대학, 신규 공공기관 등이 대상에 추가시켰으며, 파견·용역 근로자의 보수 등 처우개선을 위해 관계처와 협의를 계속하고 고용 형태별 특성을 반영해 직접고용에 필요한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의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근로자 175만4144명중 직접고용된 기간·시간제 근로자는 24만 9614명(14.2%)이고 이를 대상으로 정부에서는 2015년까지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 프라임경제  
고용노동부의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근로자 175만4144명중 직접고용된 기간·시간제 근로자는 24만 9614명(14.2%)이고 이를 대상으로 정부에서는 2015년까지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 프라임경제
방하남 고용부 장관은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정규직을 채용하는 고용관행을 공공부문부터 정착시켜, 이런 관행이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최선을 다하겠다"며 "비정규직 문제는 상생·화합으로 가는 우리시대의 화두이자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이기에 공공부문의 기관장들이 의지를 갖고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적극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파견·용역 '0'에 가까워 질 듯

이번 정부 발표로 아웃소싱업계에 불어 닥칠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관련 협회를 비롯한 업체들은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솔선수범할테니 민간에서 확산되길 바란다"는 방 장관의 의지가 정책에 적극 반영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제2의 '이마트 쓰나미'로 아웃소싱업계에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근로자 175만4144명중 직접고용된 정규직은 139만3889명(79.5%), 직접고용된 기간·시간제 24만9614명(14.2%), 파견·용역 11만641명(6.3%)로 집계됐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총액인건비 제한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정부는 기간제의 경우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해줘야 했으나 총액인건비 제한에 걸려 정원을 초과해 정규직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편법을 동원, 2년이 되기 전에 계약을 해지 하거나 파견이나 용역으로 전환했다.

파견이나 용역이 문제될 때에는 다시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를 활용하는 순환구조를 형성해 왔다. 즉, 정규직 139만명은 총액인건비 한도로 변동이 없고 파견 11만명과 기간·시간제 24만명이 늘거나 줄었던 것을 반복했던 것이다.

이러한 반복이 두 가지 큰 틀로 인해 와해될 분위기다. 노동부가 철옹성 같았던 총액인건비 한도를 풀었고 직접고용에 필요한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제공, 곧바로 무기계약직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는 지난 2011년 실태조사와 동일한 기관 및 대상으로 기준으로 할 경우 약 2만여명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무기계약직 전환에 따른 비정규직 감소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프라임경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는 지난 2011년 실태조사와 동일한 기관 및 대상으로 기준으로 할 경우 약 2만여명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무기계약직 전환에 따른 비정규직 감소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프라임경제
총액인건비 제한이 풀리는 것은 그동안 공공기관에서는 비정규직과 파견·용역 직원들은 실 근로자로 책정되지 않아 지원금이 나오지 않았지만 총액인건비 제한이 풀리면 모두 실 근로자로 파악되기에 그에 대한 지원금이 지급된다는 점이다.

또한 직접고용인 기간·시간제가 파견으로 가지 않고 바로 무기계약직으로 갈 수 있게 되면서 기간·시간제가 줄어들고 파견·용역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가능해 짐에 따라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은 100%가 되고 파견·용역, 기간·시간제는 '0%'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회적 합의 없어 혼란 초래

현재 공공부문의 간접고용노동자인 파견·용역 근로자 11만641명중 경비·청소·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 근로자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청소·경비·시설물관리는 용역의 대표 직종으로 이미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면서 우리 산업의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청소·경비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경우는 공공부분이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결정은 비용절감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 크다. 청소·경비를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하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 할 정도로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산업이다.

이러한 산업의 틀이 깨질면서 산업계에는 많은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파견·용역 소속 인력이 바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될 경우 업체는 계속해서 인력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아웃소싱업계 관계자는 "기간제 근로자를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도 사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데 여기에 파견·용역 직원까지 전환하는 것은 많은 자금을 소모해야 하는 것"이라며 "근로자의 안정성 때문이라면 차라리 무기계약직으로 소모되는 자금을 아웃소싱 업체에 단가를 높여 준다면 훨씬 더 효율적 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아웃소싱을 효율적으로 더 많이 이용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제재하고 있어 선진국대열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며 "꼭 무기계약직 전환만이 비정규직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모든 비정규직이나 파견·용역 직원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면 고용 유연성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