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4년이었던 형량이 3년으로 줄었을 뿐이다.
1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윤성원)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그룹 계열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에 대해 김승연 회장에 징역 3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김 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법원의 선처를 기대했지만 재판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이날 윤성원 판사는 "한화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김승연 회장이 경영기획실을 이용해 그룹 계열사가 위장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도록 한 배임 행위가 인정돼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 "결론적으로 위장 계열사를 지원한 그룹 계열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김 회장이 개인 재산 1186억원을 공탁하며 계열사 피해가 회복됐다는 점은 감형 사유로 참작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대부분 기소 항목은 원심의 판단을 인정했지만, 일부는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과 달리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김 회장이 부실에 빠진 부평판지를 한화기계에 인수시키도록해 한화기계에 손해를 입힌 배임행위를 인정해 일부 유죄로 판결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한화기계의 정상적인 인수합병 활동이었다며 무죄 판결했다.
일부 유죄 판결이 무죄 판결 됐음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발목을 붙잡혔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한유통·웰롭·부평판지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가 유죄로 판단된 것.
1심은 한유통·웰롭 등에 그룹 계열사가 연결자금과 지급보증을제공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경영기획실 주도로 손해 위험이 있는 위장 계열사에 그룹 계열사가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한 것은 배임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윤 판사는 "대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은 충분히 보상받아야 하지만 법인격을 갖춘 대기업은 법질서를 준수하고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면서 "구조조정이 성공했도 해도 재무 상황이 취약한 위장 계열사에 그룹 계열사 자금을 지원하는 위법한 배임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윤 판사는 "이번 사건은 기업주가 회사의 자산을 자신의 개인적 치부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한 전형적인 사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유감을 표했다.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여전히 한화 측의 입장이 반영되지 못해 안타깝다는 설명이다.
한화그룹 측 관계자는 "법조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배임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판부에서도 성공한 구조조정이며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음에도, 배임죄가 계속 적용되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고 여부는 판결문을 받아보고, 변호사와 상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건강 악화로 지난 1월부터 구속집행 정지 상태에서 항소심을 진행한 김 회장은 이날 병원 구급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 1시간 30여분간 이뤄진 선고 공판 내내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