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라건설 악재가 만도로 옮겨 붙었다. 실적개선 전망으로 주가 상승을 노렸지만 결국 지배구조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향후 예측도 밝은 편이 아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모회사였던 한라건설과의 관계가 직접적 상호출자나 다름없어 이번 이슈가 희석되기 전까지는 주가 브레이크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만도(060980)는 장 시작과 동시에 전 거래일 대비 1만4900원 빠진 8만4600원 하한가로 떨어지며 변동 없이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모기업 리스크가 부각되자 망설임 없이 만도를 외면했다. 한라건설만의 리스크가 그룹전체 문제로 번졌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조한 것.
지난 12일 한라그룹은 침체기 탈출을 노리는 한라건설 지원책을 밝혔다. 만도는 자회사인 마이스터에 3786억원, 마이스터는 3358억원을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투입했다.
이와 관련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원금 3700억원은 올해 예상 영업익 3190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악재가 현실화했다"고 단언했다.
한라건설 리스크가 그룹 전체 문제로 확산하며 결국 유상증자에 37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만도의 주가도 급락했다. ⓒ 프라임경제 |
이어 "기존에는 마이스터를 통한 증자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일부 금액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라건설 유상증자 금액 대부분을 참여하면서 한라건설 리스크가 만도로 전이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부연했다.
대부분 전문가들도 별 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초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제3자 배정방식 참여가 예상됐던 범현대가·현대차그룹이 빠지면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현실화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라건설→만도→마이스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는 끊기 힘든 궤도가 되고 있다. 실적개선이 호재로 작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사업 호조 및 환율은 만도의 1분기 실적을 개선된 방향으로 이끌겠지만 한라건설 악재는 지속적 할인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라건설의 자금 여력이 나아질지 여부도 미지수다. 업계가 추산한 내년까지 한라건설의 상환필요자금은 1조5000억원 규모다. 현재 사업장 매각 유상증자 등 자구책으로 6000억원가량을 비축했지만 업황 침체가 이어져 추가 자금조달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불똥이 튄 곳은 또 있다. 만도가 기대를 걸었던 만도차이나홀딩스 IPO(기업공개)도 이번 악재로 성공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고태봉 연구원은 "만도차이나홀딩스(MCH) IPO가 성공해 2500억에서 3200억원의 자금유입으로 상쇄가 된다면 손익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이번 증자참여로 만도차이나홀딩스의 성공적 IPO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의문부호를 붙였다.
3월의 사채 2000억원 발행 등 타인자본과 6월 자기자본(MCH IPO) 조달로 자금계획을 세웠지만, 이 금액이 한라건설에 투입됐다는 점은 중국 투자자들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형실 연구원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 만도차이나홀딩스 상장이 예정된 상황에서 현금성 자산확보는 유동성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한라건설 리스크가 확대된다면 추가적 증자 가능성도 대두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중국법인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40~50%에 달하고 상장 때 지분율이 100%에서 70%로 하락하기 때문에 추정치 하향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보탰다.
다만 악재 지속기간에 대한 견해는 전문가들 간 다소 차이가 있지만 상당수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쪽이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의 "목표주가가 현재가 대비 상승여력이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이슈로 인한 충격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는 조언에 고태봉, 이형실 연구원도 동감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만도의 현 주가는 2013년 예상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8.6배로 만도차이나홀딩스 상장을 감안해도 10배 미만의 밸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수준)을 받는 만큼 자체적 펀더멘털(기초여건) 관점에서는 저평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