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북한 리스크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존엄성을 침해당하면서까지 개성공단을 유지하지 않겠다"며 개성공단 압박 상황을 풀 가능성을 일축했고, 이어서 미국 국무부의 중국 방문 회담 직후에 선전기구격인 이른바 '조평통'을 통해 "남측이 태양절(김일성 생일)에 존엄을 모독하고 있다"며 '전쟁 위협'으로까지 보이는 취지의 강경한 발언을 내놨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의 대화 제의를 일단 거절한 것인 동시에, 미국과 중국이 대화에 나서는 것을 견제하는 상황으로까지 읽힌다.
이는 북한이 현재 자신들의 체제(3대 세습으로 전환)에 대해 중국과 미국 등이 안전 보장을 해 주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으면서, 문제의 장기화로 치달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필요를 낳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는 이전의 북한 리스크 사정과 달리 주변에서 우리 한반도와 대한민국 금융 시장을 보는 조짐에서도 보듯, 금융 시장에 앞으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환율: 출렁이기 시작한 한국 CDS 문제, 엔저 맞물려 충격파 증폭될까?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거의 처음으로 국제 사회가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 부도 위험을 어떻게 보는지 눈치를 볼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은 북한 관련 사건이 일어나도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출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물 CDS 프리미엄은 지난 8일 88bp(1bp=0.01%포인트)로 지난해 말보다 27bp 올랐다.
문제는 또 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내다 팔면, 이는 증시에 직접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환율에도 영향을 끼친다. 본국으로 자금을 뺄 때 달러 환전 수요가 늘어 원화 가치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이웃 일본은 현재 엔저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엔저라는 상황에 우리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원고·엔저의 파장과 대책'이란 보고서를 내고, 엔·달러 환율이 달러 당 100엔에 달하면 수출증가율이 2.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저 문제로 인해 어려운 환율 상황이 북한 리스크로 더 격심한 변동성을 보일지 주목된다. 국가부도위험(CDS) 지표 역시 주목할 필요가 제기된다. = 임혜현 기자 |
그렇잖아도 엔저 파장이 지속되면 '엔저발 경제 위기'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황에 북한까지 우리 환율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 이 파장의 증폭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사시에 박근혜정부의 경제부처에서 이 문제에 어떻게 개입을 할지 주목된다. 박근혜정부 경제팀으로서는 취임 50일 정국에서 연습문제치고는 난이도가 높은 시험을 치르는 셈이다.
◆증시: 북한 리스크 반영 끝났다 분석 있지만…눈길은 '추경'쪽으로
14일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4월5~11일) 국내 주식형 펀드(설정액 100억원 이상, 설정 후 6개월 이상 펀드 100개)는 평균 -0.6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북한 리스크의 여파가 남아 있는 가운데 반등을 시도하던 코스피 지수는 주 후반 1분기 실적 부진 우려가 강해지면서 하락 반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위에서 제시된 것처럼, 국내 주식형 펀드 역시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북한 리스크가 이미 모두 반영됐다는 풀이도 제기되지만, 이번 대치 국면이 장기 구도로 갈 경우 외국인의 '코리아 엑소더스'가 빚어질 여지가 있어 장담을 하기 어렵다.
이번 국면에서 증시에 확실한 구원투수는 추가경정예산이다. 증시에 단비가 될 추경 추진 국면은 그러나 야당의 어깃장 가능성이 크다.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은 '4월국회 추경 처리 불가능론'을 15일 피력해 여야간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은행계: 개성공단 지원, '살신성인·사회적 책임 다할 뜻' 각오할 듯
은행계도 환시와 증시보다는 당장의 빠르기에선 덜할지 몰라도 북한 문제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은행계는 개성공단 문제에 특히 천착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입경 제한 조치로 어려움에 봉착했기 때문에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에 은행들이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리스크 국면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기업은행 등은 이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진은 기업은행 을지로 본점 전경. = 임혜현 기자 |
시중은행들과 국책은행 모두 지원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일단 우리은행은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 신규 자금 1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또 상환 기일이 도래한 여신의 만기를 연장하고, 분할상환 유예와 여신금리 최대 1% 우대, 각종 여·수신 수수료 감면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IBK기업은행 역시 기업당 최대 5억원씩, 총 1000억원을 지원한다. 기업은행은 영업점장의 금리 감면 권한을 1%포인트 확대하고, 대출금 상환 기일을 최장 1년간 유예해 주기로 했다.
지방은행인 경남은행도 기업당 최대 30억원씩, 총 500억원 규모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며, 국책은행은 수출입은행도 지원책 강구 대열에 합류해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장기 대치로 흘러갈 경우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따라서 과거 북한 리스크가 불거질 때 일부 금융기관은 발을 빼는 방법을 택했으며, 이는 경영상 적절한 조치로 비판할 일이 아니라는 인식도 높다.
일례로 2001년 6월 금강산 문제에 관련된 자금 조달을 보면 은행게의 고뇌를 짐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강산 관광은 현대그룹의 자금난과 관광객 감소, 이로 인한 대북지불금 연체 등으로 2001년 들어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이에 2001년 6월 한국관광공사가 금강산 관광사업 참여를 발표했다.
그런데 대북지불금 처리 추진에서 은행계가 난색을 표한 케이스가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01년 6월말 금강산 사업용으로 신한은행에 300억원의 대출을 신청했으나 은행쪽에서는 100억원만 대출을 처리하기로 해 관광공사가 플랜B를 가동 추진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당시 일각에서는 관광공사가 300억원의 대출을 받으려는 것은 현대아산이 급히 북한에 보내야 하는(마감도래) 미지급금 2200만달러(약 280억원) 처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신한쪽의 처사가 지나치다는 평을 내놨지만, 냉정하게 북한 리스크를 깔고 판단하면 이런 결론이 타당하다는 분석도 유력했다.
그런 전례 등을 볼 때, 일부에서는 이번에 어려운 결정을 한 조준희 기업은행장 등 여러 은행의 사령탑에서 이 같은 우려 국면을 모두 예상은 하면서도,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차원에서 부득이 어려운 길을 택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가 장기화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 당국의 부담 분담 등을 어떤 형식으로든 해 줘야 하지 않냐는 성급한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