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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겸허함 속에 감춰진 자신감

시장은 자만 용납하지 않아…스스로 승리한다는 의지 필요

박한수 유진투자증권 전주지점장 기자  2013.04.15 09: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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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업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정작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깜짝 놀랄만한 재능을 지닌 사람과 마주치게 된다.

경제 전반을 통찰하는 넓은 시야, 거침없는 달변, 그리고 냉철하고 단호한 행동, 이 모두가 투자에 적합한 부러운 재능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오묘해서 재능이 있다고 누구나 출중한 투자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노력이고 자세다.

미국의 격렬한 NBA 역사에서 가장 탁월한 선수로 이름을 남긴 마이클 조던의 경우 신체조건 등은 동료 선수들에 비해 그다지 출중한 편이 아니었다. 조던보다 훨씬 뛰어난 신체조건을 지닌 선수가 NBA에는 즐비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마침내 NBA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재능 외에 다른 무언가가 절대로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승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그리고 쟁취하겠다는 강력한 마음가짐이다. 조던은 어떤 경기에 나서건 열정적으로 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경기가 NBA 결승전이든 자선경기든 관계없이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경기에 임했고 그 의지는 마침내 그를 NBA의 전설적인 선수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글로리 로드'라는 농구영화가 있다. 스포츠 영화는 대개 인간승리를 조명한다는 측면에서 감성을 적시지만 이 영화는 인종편견의 벽을 넘어 새로운 역사의 창조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특히 감동적이다. 1960년대 미국 대학농구는 거의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다. 서부 텍사스 광산촌에 농구감독으로 부임한 인물은 여학교 농구감독 출신의 무명이었다.

감독은 적은 예산으로는 훌륭한 선수를 확보할 수 없어서 그때까지만 해도 지극히 경원시하던 흑인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린 다음 그들을 조련하고 단련시켜서 마침내 미국 대학농구를 평정하기에 이른다. 이후 미국 농구는 흑인선수 위주로 급속하게 재편되어 현재에 이른다.

영화에서는 마지막 결승장면이 특히 인상적인데, 당대 최고의 팀인 켄터키 대학과의 결승경기에서 감독은 최종 타임아웃에 선수들을 불러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제부터는 재능이 아니라 승리에 대한 의지가 절대 필요하다. 저들은 이미 수차례 우승을 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저들로부터 그 우승을 빼앗아야 한다. 쟁취하자(Take it)."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재능보다도 승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열망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명장면이다.

승리를 향한 치열한 열망은 여러 원인에서 비롯되는데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무언가 모자라다는 결핍이다. 부족하고 모자란다는 생각이 강력한 승리에의 열망을 부추기는데 헝그리 정신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월드스타가 된 가수 비의 경우, 어느 인터뷰에서 박진영 프로듀서에게 발탁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내 눈에서 배고팠던 게 많이 보였다고, 실력보다 열정이 보였다고, 이 아이가 이거 아니면 죽을 것처럼 보였다고, 나중에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때 마음가짐으로 아직도 쭉 활동하고 있어요."

당시 가수 비는 벼랑 끝에 서있었다.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었다. 수중에 돈은 한 푼도 없었고 어머니의 병원비는 밀렸고 차비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집안을 위하여 무엇이라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만약 자신이 생쥐라면 눈앞을 막아선 고양이를 물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숨을 데도 피할 데도 없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만약 여기서 떨어지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절박감에, 오디션을 보는데 한 차례도 쉬지 않고 5시간 동안 춤을 췄어요. 그렇게 해서 오디션에 붙었어요."

이 같은 절박함이 월드스타 비를 만든 것이다. 절박함 이외에도 미래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승리의 열망을 부추기기도 한다. 월트 디즈니는 평생 동안 몽상가였다. 늘 꿈을 꾸고 목표를 추구하면서 시야는 항상 미래에 두었다. 병상에 누워 임종을 기다리면서도 평생 그랬던 것처럼 온통 미래에 대한 계획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모든 것은 두 번 창조된다. 비전이 첫 번째 창조라면 실제 창조되기에 앞서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마음속의 창조가 첫 번째 창조이다."

확고한 비전이 있어야만 길을 잃거나 우왕좌왕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비전은 바로 꿈을 꾸는 것에서 비롯된다. 비록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더라도 우선 꿈을 꾸어야만 한다. 그 꿈이 현실에 투사되면서 비로소 비전이 되고 그 비전은 행동을 촉발하게 하며 마침내 승리와 성공에 이르게 된다.

투자의 세계에도 여러 가지 출중한 재능을 갖춘 분들이 많다. 하지만 그분들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재능이 독이 되어 마침내 패배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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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재능은 오히려 자만을 부르고 시장은 결코 자만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절박함이든 미래를 향한 의지든 어떤 가치에서 비롯되든 간에 스스로 승리한다는 강렬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게 없다면 결코 시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승리를 향한 강렬한 열망은 공공연히 드러내지는 것이 아니라 겸허함 속에 철저하게 감춰져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장이 요구하는 자세다.

박한수 유진투자증권 전주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