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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태양절 강경발언, '푸에블로 영광' 재현 노려

개성공단 발언 이미 던져…미-중 밀월관계까지 브레이크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4.14 14: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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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4일, 북한이 무게감있는 발언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은 이른바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15일)에 대한 경축 분위기를 우리쪽이 모독하고 있다고 말하며 전쟁을 암시하는 강경 발언을 내놨는데, 이는 국제 사회에서 현재의 한반도 리스크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 대화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로 읽힌다. 즉 향후 이번 발언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암중모색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14일 발언, 왜 눈길 끄나? 미국 국무부 한·중·일 연쇄 방문 망치려는 의도 다분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약칭 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김 주석의 생일과 관련해 "유독 남조선 괴뢰들만이 심술사납게 삐뚤어진 망발질을 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감히 우리 최고수뇌부(김정은 및 그 주변의 고위층을 말하는 듯)를 걸고 '남측의 대화 제의에 고민에 빠졌다'는 나발까지 불어대고 있다"고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 같은 강경 발언은 이미 여러 번 대화의 판을 깨는 장기를 선보여온 북한으로서는 일견으로는 일상다반사에 해당하는 정도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북측이 "만장약(화약이 모두 채워진 상태, 즉 격발만 하면 즉시 포격 가능함을 말함. 포병의 대기 상황)된 우리의 보복의지는 더욱 다져지고 있으며 그것이 터지는 순간, 이 땅에서 역적 무리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점이 문제다.

북측은 이미 자신들의 존엄성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삼고 현재 상황에 대응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의 대화 필요성 제기에 대해서도 북측은 이미 13일, 자신들의 존엄을 해치는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개성공단을 유지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힘으로써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했다.

여기에 이번 발언을 한층 더한 것은 13일 발언의 무게감을 더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는 단순히 박근혜정부의 대화 분위기 조성 노력에 대한 거절 종결판 정도가 아닐 여지가 크다.

즉,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3일 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 뒤 양국이 평화적 방식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일반 뉴스 라인으로도 14일 일찍부터 알려진 정도의 큰 이슈라는 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측의 정보망이 자신을 둘러싼 주변국간 대화를 얻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여 기본적인 방향을 체크하고 이를 평양에 보고하고 북측 지도부가 이를 인지했을 시간은 이미 상당히 긴 여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상 이번 조평통 발언이 나오기 전 충분한 검토와 해설, 그것을 둘러싼 대응 방안의 숙고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양 국무위원이 케리 장관의 노력에 화답한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진전에 전념해 왔다"는 내용과 "미국을 포함한 당사국들과 함께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한 점에 철저한 '고립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케리 장관이 일본으로 이동, 오후에 미국과 일본간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 것을 끝으로 미국이 한·중·일 3국 연쇄 방문을 마무리하는 상황에, 북측으로서는 센 견제구를 던질 필요성을 느끼기 충분한 조건이다.

따라서 14일 조평통 발언은 충분히 계산된, 평양의 확립되고 일관된 의견이며 이를 당분간 박근혜정부나 주변국에서 염두에 두고 문제 해법에 검토할 필요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성공단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할 요량으로 대북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국면에서는 개성공단은 당분간 제 2의 금강산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에 대해서도 냉기류 유지+불이익 감수, 정권 유지 도움될지 눈길 

한편 이 같은 상황은 그간 혈맹 중국에 대한 북측 태도가 현재 같은 불편함을 유지하거나 한결 더 냉랭한 상태로 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948년 총선거를 거부하고 한반도 북쪽을 불법 점거하며 이른바 공화국을 세운 이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정권을 유지해 온 북측은 특히 소련이 사라진 이후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중국을 사실상 유일한 외교적 우호국으로서, 또 경제적으로는 젖줄로서 생각해 온 게 근래의 북한 사정이며 이런 상황에서 냉전 이래 한반도 주변 기류가 변하는 상황에서도 북측은 이례적인 사각지대에서 냉전이 한창이던 시대 못지 않은 안전을 보장받아 왔다.

그러나 북한은 독자 생존에 대한 강렬한 유혹을 받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심기를 여러 번 불편하게 해 왔다. 특히 이런 독자 생존과 그것을 위한 핵 관련 논란 등은 중국으로서도 '순수한 자위를 향한 몸부림'으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김씨 왕조 정권 유지를 위한 북한 전체를 건 도박'으로 못볼 바가 아니었지만, 그간 용인돼 온 게 사실이다. '순망치한'의 논리를 우선시해 불쾌함을 참아온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북측은 중국 등에 대한 최소한의 예양 표시를 안 하는 단계에 들어섰으며, 이번 국면 역시 미국과 대한민국에 대한 도발과 과시에 그치지 안는다. 즉 평양의 지도부는 중국이 김씨 왕조를 갈아치우려 들거나 최소한 이를 방조할 수 있다는 의심을 깔고서나 가능한 강렬한 시위성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베이징이 이번 대결 구도를 그렇게 해석해도 어쩔 수 없다는 감수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에 대한 견제구를 바로 시도한 것은 이번 연쇄 방문의 대화 상대 중 하나인 중국 외교부를 겨냥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이전의 중국과의 관계에 비춰보면 대단히 이례적이다.   

푸에블로호 사건 같은 '영광' 절실한 北, 대소 관계 경색 교훈 안중에 없어

이런 점은 북한이 대부분의 사회주의 동맹들과 등을 돌리는 장기적 타격을 입은 사건인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북한이 미군 해군 소속 푸에블로호를 제압, 북측 수역으로 끌고 간 사건. 북측은 이 배가 이른바 북측 영해 침범과 정보 수집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이를 부인했다. 이후 긴 교섭 끝에 승조원들은 풀려났지만 배는 현재도 나포돼 북에서 전시 중) 당시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이 사건에서 북측은 미국의 압박은 물론 소련의 간섭 시도를 뿌리쳐 "북한은 소련의 압력 범위 밖에 있다"는 평을 국제 사회 일반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근래 발굴, 공개된 외교문서들을 종합하면(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산하의 프로젝트팀이 발굴한 옛 공산권국가 외교 전문 등), 북한이 소련과의 관계를 망치고 공산권 내부에서도 타격을 받는 장기적 손실 사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한에 주재하던 루마니아 공관에서는 이 나포 사건 직후 본국에 보낸 전문에서, 소련측이 북한의 도발적 행동 자체는 물론이고 사태 조기 수습을 위한 자국의 제안이 평양에 의해 수용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불쾌감을 피력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푸에블로호 사건 직후 모스크바를 방문한 북측 고위층(김창봉 당시 인민무력부장)이 한반도 전면전 발발시 소련의 개입 확약을 요청했으나 故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이를 거부한 점에서도 양국 관계의 악화가 이미 시작됐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점은 북한이 이후 소위 '주체 사상'을 강조하는 것, 그리고 그 효과를 함께 감안해 볼 때 역사의 전환점으로 큰 의미가 있다. 평양은 이후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사실상 왕조 시스템으로 이행하는 마지막 고삐를 놓치는(혹은 놓아버린) 국면으로 역사의 흐름을 탔으며, 이는 결국 3대 세습 등 정상적 궤도를 이탈한 결과들을 오늘날까지 여럿 도출하는 상황을 낳게 된다.

하지만 평양으로서는 푸에블로호 사건 같은 강렬한 대외적 태도 유지와 이를 통한 내부 지도 시스템 강화를 갖고 가려는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의 평양 지도부는 푸에블로호 사건 당시 소련이 북측의 태도에 불안과 불쾌를 느낀 크기보다 베이징이 이번에 얻은 곤혹스러움의 부피가 더 클 것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또 그 당시보다 대국(당시엔 소련, 지금은 중국)이 보일 수 있는 파장의 질과 양,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이 더 격심할 것도 내다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김정은'이라는 키워드를 흔들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국제적으로 알려야 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3대 세습에 대한 어떤 보장을 확고히 해 주지 않는 한 이런 기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측은 이번 조평통 발언을 던졌다는 해석이다. 진정한 '치킨 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