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려고? 좀 더 기다려" 서울 신림동 한복판에서 마주한 '단군왕검' 동상. 금방이라도 임대 상담을 해줄 것 같다. = 이보배 기자 |
[프라임경제] 지난 1일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발표됐습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지원 강화,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하우스푸어·렌드푸어 지원 등 제법 그럴듯한 내용이 포함됐지만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꾀했지만 매물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의 집주인들이 내놨던 집도 다시 끌어안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부동산정책의 일환인 양도소득세·취득세 면제는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며 골칫거리로 전락했습니다. 하우스푸어와 내집마련을 원하는 주택구입자 양측의 고민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번 부동산정책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양도세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올 연말까지 주택빈곤층(하우스푸어)이 보유한 '9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구입해야 합니다. 집값의 1%에 달하는 취득세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하고, 연내에 '6억원 이하·면적 85㎡ 이하' 주택을 생애 처음 구입해야하지요.
무엇이 문제인지 보이시나요? 집값은 싸지만 면적은 넓은 지방 중대형주택의 경우 양도세 면제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서울의 경우 가격은 비싸지만 면적이 작아 역시 수혜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양도세 면제범위에 대한 조정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하니 내 집 마련을 계획한 수요자들은 향후 변경될 수 있는 면제기준을 주시하면서 조금 더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최근 전세주택을 알아보고 있는 저 역시 이번 부동산정책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호한 기준과 복잡한 절차에 한숨부터 나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걸려오던 공인중개소의 매물 소식도 뜸해졌습니다.
발품이라도 팔아보자는 심정으로 서울 신림동 일대 전세주택을 알아보던 중 주상복합 빌딩 앞에 세워진 '단군왕검' 동상에 시선이 쏠렸습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나 보던 '단군 할아버지'를 동상으로 마주하니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단군 할아버지 머리 위로 설치된 '임대 문의' 간판이 교묘하게 어울립니다. 빌딩 내 사무실 임대 문의를 뜻하는 것인지 모르는 바 아니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급하다보니 단군 할아버지가 복덕방 주인처럼 느껴졌습니다.
신림동 한 복판에 '터 잡고' 앉아 계시는 단군 할아버지 앞에 돗자리라도 깔고 앉으면 금방이라도 전세상담을 해주실 것 같았지요. 절박한 심정에 오랫동안 동상을 올려다봤습니다.
먼 옛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홍익인간)'는 뜻으로 나라를 세웠다는 신화 속의 인물이지만, "널리 '부동산 시장'을 이롭게 하라"는 단군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절박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