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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8년전 행복주택' 양천아파트, 지금 어떤지 가보니

만족도 높은데 주변 시선이… "빈부격차, 주민사이에 벽, 우범지대 오해 사기도"

김태형 기자 기자  2013.04.10 18: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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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 중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을 표방한 '행복주택'이 눈길을 끌고 있다. 행복주택은 유휴 철도용지를 활용, 그 위에 아파트를 짓고 저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주거 취약계층에게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박근혜 정부의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과거 공공임대주택 현장을 찾아가봤다.

'보편적 주거복지'의 취지는 무주택 저소득 가구 누구라도 자신의 형편에 맞는 주거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에 대한 주요 방안으로는 △행복주택과 같은 공공주택 공급 △준공공임대주택 제도 도입 △수혜자 맞춤형 주거비 지원 강화 △공공임대주택 관리 공공성 강화 등이 있다.

이 중 '행복주택'은 철도부지와 국·공유지 등을 활용, 5년간 총 20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수도권 도심의 6∼8개 지구에서 약 1만가구 공급이 시범사업으로 추진된다. 사회초년생·신혼부부·대학생 등 주거취약계층에게 저렴한 수준의 임대료로 공급되며, 업무·상업시설이 포함된 복합개발 방식으로 건설해 도심재생과 지역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이미 올해 초 서울 내 수색역·오류역·이문동 차량기지 등 시범사업 후보지가 거론된 바 있다.

  양천아파트는 준공 후 18년이 지난 곳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었다. = 김태형 기자  
양천아파트는 준공 후 18년이 지난 곳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었다. = 김태형 기자

행복주택의 원형인 양천아파트는 서울시 양천구 소재 서울메트로 신정차량사업소 위에 인공적으로 땅을 만들어 1995년 10월 준공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전용면적 33·39㎡, 총 2998가구로 구성된 이곳의 임대기간은 20년·50년 두 가지 형태로 월 임대료는 10만원을 조금 넘는다.

주변에는 목동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고 단지 내부에 서울은정초교, 구립양천어린이집, 경성유치원 등의 교육시설이 마련돼 있다. 단지 출입구와 맞물린 위치에도 계남초교·봉영여중·목동고 등이 자리하고 있다.

또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과 인접해 있어 역세권의 매력이 있다. 또한 우려했던 차량기지 소음 또한 거의 느끼지 못할 수준이어서 주거형태에 있어서는 최적의 조건을 보유했다.

◆살기엔 좋다 하지만…

지난 8일 찾은 양천아파트는 지어진 지 18년 된 건물임에도 관리를 잘 한 덕인지 깔끔한 외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변에 노인들이 햇볕에 나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15년간 이곳에서 살았다는 A씨(여·84)는 양천아파트의 장점으로 월임대료·각종 관리비포함 30만~40만원대라며 저렴한 임대료를 꼽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못 내고 쫓겨나는 사람도 있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주민을 만나기 위해 단지를 걷던 중 상가 앞에서 장을 보고 나오던 50대 주부 B씨를 만났다. 17년째 이 곳에서 거주했다는 B씨는 근래부터 아파트에 젊은 세대들이 나가고 노인과 새터민 비중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B씨는 "최근 새터민들과 노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면서 "그냥저냥 살만한데 날이 어두워지면 단지 안에 여기저기 술에 취한 사람들이 돌아다녀 무섭다"고 짧게 말했다.

  버스와 택시 정류장이 단지 내에 있고 단지 출입구 쪽으로는 지하철역도 연결돼 있다. = 김태형 기자  
버스와 택시 정류장이 단지 내에 있고 단지 출입구 쪽으로는 지하철역도 연결돼 있다. = 김태형 기자

기자는 마침 하굣길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를 만나 말을 걸었다. "여기 탈북자·술취한 사람에 젊은 사람들도 좀 이상한 사람들 같아서 불안해 아이를 데리러 매일 학교 앞으로 찾아온다"고 말하고는 차에 올라탔다.

이 곳의 주민들은 주거환경과 삶에서는 상당히 만족하는 답을 한 반면 소득격차로 겪게 되는 차별을 동시에 얘기했다.

15년간 이 곳에서 거주한 30대초반 남성 두 명을 만났다. 이 남성들은 자신들이 이 주변에서 커온 과정을 얘기하는 도중 "소득격차로 점차 주민들이 (생활수준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어릴 적에 같이 사고 치던 애들 중 잘사는 집 애들이 더 많았는데 꼭 여기 사는 우리만 무슨 범죄자인 것처럼 몰아갔다"면서 "이 근처 사는 사람들은 이쪽으로 산책도 잘 안 온다"고 항변했다.

주민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대체적으로 입주민들의 주거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문제되는 것은 주위사람들의 시선인 것으로 보였다. 상대적으로 중상위층 사람들이 거주하는 단지 중심에서 살다보니 이러한 문제들이 생긴 것 같았다.

◆"대놓고 말은 못해도 사람들은 아직…"

양천아파트에 인접한 C공인중개소를 찾았다. 조금 전 상황을 설명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사실 이 근처를 우범지대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덕분에 주변 다른 단지보다 집값이 싼 편이어서 실입주자들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주변 단지와 소득격차로 인한 갈등이 이 정도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려 D공인중개소를 찾아갔다.

이 곳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별 관심 없어요. 저긴 공공임대니까"라며 "그래도 막상 손님들 오면 좋게 얘기하죠. 아니면 누가 이 근처에 제 값 주고 집 사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양천아파트의 경우 공공임대 형태를 하고 있어, 입주 신청 자격에 제한이 있고 공인중개업자가 중개할 수 없게 돼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개가 불가능해 양천아파트를 포기했다고 한다.

   단지 내 큰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계남초교·봉영여중·목동고 등이 자리하고 있다. = 김태형 기자  
단지 내 큰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계남초교·봉영여중·목동고 등이 자리하고 있다. = 김태형 기자
E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여기가 학군이 좋잖아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집값이 비쌌던 것도 있지요"라면서 "근데 다 돌아보시면 알겠지만 비슷한 평수여도 이쪽이 전체적으로 싸요. 다들 말은 못해도 양천아파트도 이유 중에 하나죠"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소 서너 곳을 더 둘러보며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대부분 답을 꺼렸다.

취재 내내 소득격차로 인한 갈등이 생긴 이유와 '행복주택'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해법이 궁금했다.

◆주거 취약계층에 긍정적 신호, 마지막 과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정부가 내놓은 행복주택 주요 대상자들은 1·2인가구·신혼부부·대학생·기타 주거 취약계층으로 대부분 젊은 세대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이들은 자산형성을 이뤄가는 시기로 경제적 활동에 있어 역세권·저렴한 임대료라는 장점은 큰 메리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변과의 괴리감·인근 주민들과 커뮤니티 단절이라는 단점은 감수하며 당분간 안고가야 할 문제"로 보고 있었다.

이에 대해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은 행복주택 장점을 강조하며 함 센터장과 비슷한 의견을 보였으나 공공임대주택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놨다.

강 팀장은 "입주세대들이 주거 취약계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옮겨가는 문제는 공공임대주택 고질병”이라면서 "이에 따른 관리 또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강 팀장은 이러한 문제들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행복주택 대상이 주거 취약계층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앞서 말한 역세권과 기타 장점들로 기존의 단점들을 충분히 커버할 것으로 전망했다.

행복주택이 주거 취약계층에게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빈부격차를 이유로 또 다른 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안고 있는 문제와 소득계층 간의 심리적 간극을 줄이는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