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얼마 전 국회 관계자들과의 사석에서 "정책국회를 지향하는 19대 국회에서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보좌직원은 몇 명이나 될까?"라는얘기가 우연찮게 나왔습니다. 동석 했던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못해도 100명은 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죠.
궁금증이 가시지 않아 국회 측에 확인해봤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여야를 합친 의원 보좌직원 2700여명 중 1% 가량인 30명이 박사학위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직급별로 살펴보니 △4급 보좌관 19명 △5급 비서관 9명 △6급 비서 2명 등이었고, 전공별로는 △경영학 2명 △경제학 3명 △공학 3명 △법학 3명 △정치학 6명 △행정학 5명 △기타 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의원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정무와 정책보좌, 지역구관리 등 복잡하고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 보좌진들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다양한 능력을 지녀야 일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속칭 '가방모찌' 정도로 인식되며 이들의 전문성이 저평가 됐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예전 얘깁니다. 지금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대거 포진해 각종 입법 활동과 국정감사 등 중책의 실무를 맡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20여년을 근무했던 한 전직 보좌관은 "16대 국회까지만 해도 정무보좌관들이 비싼 몸값을 자랑하며 운신의 폭이 넓었지만 17대를 거치며 보좌진에게 정책능력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사실상 어려움이 있어 그곳을 떠났다"고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보좌진에게 있어 학력과 전공 중요도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더러 있습니다. 베테랑 보좌진들에게 물어보면 "학력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 보다는 순발력과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국회의 특성상 '속도전'(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며 핵심을 요약해 정확한 문서를 생산해야 하는 보좌진에게 어쩌면 연구보고서나 논문 같은 형태의 글쓰기에 익숙한 것은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사회에선 전문성을 평가하는 데 학위나 자격증, 해당분야 경험 등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의원마다 2년 단위로 상임위원회가 바뀌니 해당 전공에 대한 전문성이 그다지 중요치 않다 할 수도 있겠지만, 보좌진에 있어 충분한 경험과 자기계발을 통한 학위 취득은 개인뿐 아니라 국회의원을 위해서도 긍정적이지 않을까요?
또 다른 보좌관은 "19대 국회에 와서는 로스쿨 출신, 연구원 출신 등 고학력 전문 인력들이 보좌진으로 발탁되며 공부하는 국회, 자기계발을 통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전문성 확보뿐 아니라 이직이 잦고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계발을 통한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며 "국회 차원에서도 보좌진들의 전문성 향상 및 자기계발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그 업무의 중요도와 특성상 겉보기에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신분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소모품처럼 쓰이다가 어느 순간 느닷없이 폐기처분 되는 운명이 아닌, 보좌진 개개인들이 '국회 전문가' 집단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