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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근혜정부와 여신협회의 '데칼코마니'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4.10 15: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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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북한의 협박으로 불안한 민심, 형평성 논란의 부동산 종합대책, 재정고갈이 우려되는 국민연금 등 최근 박근혜 정부는 시작과 동시에 난관에 봉착했다.

박근혜정부가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50일이 다 되도록 주요부처 인선조차 마무리 하지 못한 데 있다. 새 정부 들어 7명의 장·차관급 후보자가 낙마·사퇴를 반복해 '인사참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카드업계 또한 '선장 없는 배' 신세가 됐다. 지난 8일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의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후임 인사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편된 카드수수료 체계의 정착 △대형가맹점과 카드수수료 협상 △VAN사 수수료 체계 합리화 작업 등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사령탑의 부재로 방향을 잃은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차기 회장 선출에 기약이 없다는 사실이다.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회장추천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사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여신협회의 '느린 행보'에도 나름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아직 '정부 측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1998년 출범해 줄곧 회원사 사장들을 비상근회장으로 세웠던 여신협회는 2010년 이 전 회장을 '대관업무 강화' 등의 이유로 회장직에 임명했다. 이 전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장기간 근무한 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지냈다.

이 때문인지 회원사들은 이 전 회장 후임도 관료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금융권 전반적인 정부 인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은 협회 회장 후보 모집에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박근혜정부의 금융권 손질이 끝나야 마음 놓고 후보군을 추릴 수 있기 때문에 여신협회의 회장 선임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

후보등록이 늦어지자 업계에서는 "상근회장직이 비상근회장으로 변경된다" "이 전 회장이 연임한다"는 등의 뒷말이 무성하다. VAN사 수수료 체계 개편 작업이 금융위와 협회 공동추진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하반기 완료 작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혼란스러운 카드업계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박근혜 정부를 떠오르게 한다. 특히 '인사' 문제는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박근혜정부는 '인사 참사'로 무려 11%라는 지지율을 잃었다. 여신협회와 카드업계 또한 다르지 않다.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회장 선출을 미룬다면 업무처리에 차질을 빚어 '고객의 원성'을 들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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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카드업계에게 2013년은 무척 중요한 해다. 35년 만에 개편된 가맹점수수료로 수익률 악화를 극복해야 하고, 이를 위해 사업비절감, 부대사업 마련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모아 금융당국에 전달하고 새로운 제도와 정책이 효율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돕는 협회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디 여신협회가 좋은 '선장'을 맞이해 2013년 순항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