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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강자 꿈꾸는 CJ대한통운 '발상의 전환' 필요할 때

DHL·페덱스와 어깨 나란히 할 수 있는 독창적 브랜드 정체성 필요

노병우 기자 기자  2013.04.09 17: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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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20년 매출 25조의 글로벌 5위 물류기업으로 도약해 DHL과 UPS, 페덱스(Fedex)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

   ⓒ CJ대한통운  
ⓒ CJ대한통운
지난 1일 CJ그룹의 물류 계열사 CJ대한통운과 CJ GLS이 공식 합병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채욱 신임 대표이사는 기자간담회에서 CJ대한통운의 경쟁상대로 글로벌 물류기업인 DHL(독일)과 페덱스(미국)를 꼽으며 이 같이 말했다.

하지만 매년 수십조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이들 기업과 달리 CJ대한통운의 지난해 매출(합병 기준)은 4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새롭게 출범한 CJ대한통운의 목표가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20위권 수준인 CJ대한통운과 연매출 90조원을 넘나드는 글로벌 물류기업의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 큰 포부의 CJ대한통운을 바라보는 걱정 어린 시선은 일단 차치하고, 경쟁상대로 지목된 DHL, 페덱스의 성공비결에 대해 알아봤다.

◆물류부문 세계 1위 'DHL' vs 항공운송 대명사 '페덱스'

지난 1969년 문서전달 회사로 설립된 DHL은 당시 길었던 세관 통과시간을 줄이는데 주력했다. 이후 항공기를 통해 물품신고서를 세관에 미리 보내는 발상의 전환을 실천했고, 그 결과 화물이 세관과 통관을 거치는 시간을 줄이는 데 성공, 배송에 걸리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시간에 민감한 문서의 도어-투-도어(Door to Door) 국제 특급 배송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한 기업도 DHL이다. 나아가 DHL은 최첨단 배송추적시스템 등 혁신적인 프로세스 개발에도 성공했다.

   DHL은 28만5000명 이상의 직원을 비롯해 △6500개의 사무소 △420대 이상의 항공기 △7만6200대의 차량 등으로 220여개국, 12만이 넘는 도시에 연간 15억개 이상의 화물을 취급하고 있다. ⓒ DHL코리아 홈페이지  
DHL은 28만5000명 이상의 직원을 비롯해 △6500개의 사무소 △420대 이상의 항공기 △7만6200대의 차량 등으로 220여개국, 12만이 넘는 도시에 연간 15억개 이상의 화물을 취급하고 있다. ⓒ DHL코리아 홈페이지
DHL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과감한 확장 전략이다. 1972년 일본, 홍콩, 호주를 비롯한 태평양권 주요 거점에 진출한 DHL은 △유럽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고, 1977년 소화물 배송 사업에 진출했다.

그런가 하면 항공운송의 대명사 '페덱스'의 출발은 '자전거 바퀴의 원리'에 기인한다. 각 도시의 화물을 중심지(허브)로 모아 보낼 지역별로 분류한 뒤 자전거 바퀴 중심을 기준으로 바퀴살 모양처럼 동시 배송이 가능하다면 하루 만에 화물을 받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창립자 프레드릭 스미스는 이 같은 생각을 실천에 옮겼고, 지금까지 '익일 특급 배송'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 페덱스는 1971년 창립 초기부터 '다음날까지 반드시 배송한다'는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강력하게 전달했고, '화물추적 시스템' 등을 도입해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명성을 쌓아갔다.

이런 전략은 통했다. 글로벌시장 점유율 3위, 미국시장에서는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 미국에서는 '페덱스 했다'는 표현이 물건을 특급배송으로 보냈다는 뜻으로 통할 정도다.

◆독창적 정체성·CSR 비즈니스 전략 통한 '브랜드 가치'

독창적인 브랜드를 통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거듭난 두 기업은 브랜드 안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또한 잘 녹여냈다. 또, CSR을 하나의 비즈니스 전략으로 내세워 경쟁우위를 지켜왔다.

CSR을 기업전략의 핵심요소로 두고 있는 DHL은 △GoGreen(친환경) △GoHelp(도움제공) △GoTeach(교육제공)의 세 가지 전략적 측면에 집중해 책임을 다하고 있다.

특히, 'GoHelp'의 경우 대량의 자사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을 이용해 재난 긴급출동 시스템을 도입, 재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전 세계 재난현장 어느 곳이든 발 빠른 도움을 주고 있다.

   페덱스는 전 세계 220개국에  △13만8000명 이상의 종업원 △5만 곳이 넘는 지역사무소 △671여대의 항공기 △4만1000여대의 차량으로 하루에 320만개 이상의 화물을 취급하고 있다. ⓒ 페덱스코리아  
페덱스는 전 세계 220개국에 △13만8000명 이상의 종업원 △5만 곳이 넘는 지역사무소 △671여대의 항공기 △4만1000여대의 차량으로 하루에 320만개 이상의 화물을 취급하고 있다. ⓒ 페덱스코리아
페덱스 역시 다방면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점으로 CSR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들과 소통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또 보유한 인프라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해가 발생했을 때 빠른 긴급구호를 제공한다.

특히 안과질환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기내에서 응급 수술을 해주는 '날으는 안과병원'은 페덱스의 대표 CSR 활동으로 꼽힌다.

CJ대한통운이 새 출범과 함께 경쟁상대로 지목한 DHL과 페덱스는 이 같은 노력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물류업체 국내 1위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CJ대한통운의 내일이 궁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한덕식 한국통합물류협회 상무이사는 "CJ대한통운이 '글로벌 TOP 5'의 목표를 지향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자세다"면서 "세계 5위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글로벌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는 것만으로도 국내 물류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CJ대한통운이 글로벌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CJ대한통운만의 경쟁력 및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또한 이를 뒷받침해줄 발판 또는 규제를 통해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줄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3자물류 시장 확대와 4자물류 기업 도약, 적극적인 해외 M&A 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이 글로벌기업들과 견줄만한 독창적인 정체성과 독자적인 브랜드 모델 구축으로, 7년 안에 '글로벌 물류 TOP 5'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