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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배구연맹 “중형구형자, 주요보직 임명 말썽”

횡령 혐의 등으로 구형.업체 관계자도 포함...대한배구협회, 기소중인 인사 비준 안돼

박대성 기자 기자  2013.04.08 17: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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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대학배구연맹(회장 오한남)이 제5대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중형을 구형받은 감독을 중용해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배구인 출신의 회장은 외국에 상주하고, 이해관계인을 주요 직위자로 보직한데다 수년째 심판이사를 두지 않고 비리 혐의자에게 업무를 맡겨 도덕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8일 대한배구협회(회장 임태희) 등에 따르면 한국대학배구연맹은 지난 1월14일 대의원 총회를 열고, 오한남(61) 전 한일합섬 감독을 제 5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 오한남 회장 바레인 거주...협회 운영 이사들 몫

오 회장은 명지대, 대한항공, 금성통신(현 LIG소해보험)에서 선수생활을 한 뒤 1986년부터 한일합섬, 아랍에미리트 클럽, 바레인 등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지난 1993년부터 사업가로 변신, 현재 바레인에서 대형 호텔 등을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회장은 바레인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맹 운영은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들의 몫이다.

오 회장은 P 모 H대 감독을 수석부회장으로, K 모 K대 감독을 전무이사, R 모 M대 감독을 기획이사, J 모 M업체 대표를 총무이사, S 모 C대 감독을 경기이사, P 모 S대 감독을 기술이사, L 모 K대 감독을 국제이사, S 모 H대 감독을 홍보이사로 임명했다. 심판이사는 보직하지 않았다.

◆ 수석부회장, 비리로 중형 구형...총무이사, 바닥제 렌탈업체 대표

P 수석부회장은 연맹 전무이사 시절 비리 혐의로 지난 1월23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으로부터 징역 2년형을 구형 받았다. 1심 선고공판이 연기된 상태이지만, 비리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를 수석부회장에 보직시킨 것은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다.

또 총무이사로 보직된 J 씨의 경우 P 부회장과 같은 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매 행사마다 코트당 500~800여만원에 달하는 바닥제 렌탈업체 대표라는 점에서 총무이사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 비리혐의자, 심판담당부회장에 이어 평이사로 보직돼 업무 대행

한국대학배구연맹은 지난 4대 조영호 회장(한양대) 시절부터 지위 통제를 받고 있는 대한배구협회에도 없는 보직을 운영해 왔다.

심판이사를 뽑지 않고 심판담당부회장이란 보직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전임 심판담당부회장인 L씨는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부회장직을 사퇴하고, 유석설씨가 심판이사직을 맡아왔다.

하지만 올해 제5대 집행부가 구성되면서, L 씨는 대학팀 관계자 몫으로 평이사로 등록, 사실상 심판이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 씨는 전남배구협회 상임부회장 겸 대한배구협회 심판위원장, 대학배구연맹 심판담당부회장으로 재직하면서 횡령 등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구형받았다.

◆ 대학배구연맹 상식밖의 협회 운영 빈축

한국대학배구연맹은 지난달 28일부터 4월3일까지 일주일 동안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2013 삼성화재배 전국대학배구 춘계대회를 개최했다.

오한남 회장은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수석부회장은 팀 감독이기 때문에 시상할수 없어, 제천시 배구협회장과 대학연맹 자문위원이 시상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횡령 혐의를 받고 징역 6년형을 구형받은 L씨가 심판상을 수여하는 모습이 민영 통신사를 통해 배포돼 비난 여론이 거세다.

배구계 한 인사는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배구인이 자숙하는 모습을 못 보일 망정, 배구판에 나타나 배구계를 또다시 욕먹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한배구협회 정관 제52조는 협회의 사업을 방해하거나 배구계의 명예를 훼손한 가입단체 및 개인에 대하여는 별도로 정한 징계 규정에 의거 징계할 수 있다.

특히 법제상벌규정에 따르면 징계사유가 경합되거나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제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배구계 한 인사는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배구인이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시원찮을 마당에, 배구판에 나타나 배구계를 또다시 욕먹이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다른 배구인은 "비리 혐의자를 주요 보직자로 선임한 것은 비리를 눈감아 주겠다는 의도다"면서 "오한남 회장이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대학배구연맹을 비롯한 시.도연맹에서 기소중인 배구인들을 주요 이사로 임명하기 위해 비준을 요청했으나,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면서 "법원의 1심 판결을 지켜본뒤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