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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21] 난타·점프보다 더한 춤 사랑… '사춤' 두비컴

'한국알리기' 구조적 지원 절실… "청년예술인들에게 희망 일터 만들고파"

김병호 기자 기자  2013.04.08 14: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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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 낙원상가 4층, 조용한 무대. 예전 할리우드극장 자리에 지금은 넌버벌 3대 작품으로 꼽히는 '사춤(사랑한다면 춤춰라)' 공연장이 있다. 평일공연 시작 시간은 오전8시. 전날 밤 공연의 여운이 채 식지 않은 공간에서 또 새로운 막이 오른다. 이렇듯 사춤팀은 춤에 빠져 산다. '난타' '점프'에 이어 국내 넌버벌 작품(Nonverbal Performance: 말이 없는 공연)의 세 번째 핵심 주자로 나선 사춤팀. 이들을 이끄는 사회적기업 두비커뮤니케이션(이하 두비컴, 최광일 대표)의 사무실은 공연장 바로 위층에 위치해 있었다.

대표적인 넌버벌 공연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사춤은 국내외서 꾸준한 인기를 끌며 '한국문화 알리미'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두비컴의 낙원상가 사무실 입구 벽면엔 공연사진들과 일정표 등이 빼곡히 걸려 있다. 사춤팀의 뜨거운 열정과 바쁜 일정이 한눈에 보였다. 장발 헤어스타일에 활짝 핀 웃음으로 반기는 최광일 대표는 진한 예술가 풍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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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일 두비컴 대표. = 노병우 기자
"2003년 13억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국내 창작 뮤지컬 '댄스 에디슨'이 사춤의 전신입니다. 당시엔 한 달 상설공연 최대의 제작비였죠.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지만요…." 자신만만한 그의 말투 속에서 '사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영화는 편집이라는 테크닉을 사용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내용과 감동을 줄 수 있지만 넌버벌 뮤지컬은 이와 확연히 다른 현장감을 자랑한다. 당시 '댄스 에디슨'은 "댄스의 화려한 변신"이라는 극찬과 "어설픈 창작은 쥐약"이라는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렸던 것이다.

해외에서 오히려 더 큰 인기

사춤은 90분의 주어진 시간동안 춤과 함께 관객과의 교감을 찾는다. 말보다 춤의 진가를 우선시 하는 독특한 뮤지컬이다. 아직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선 감도 있지만, 국내를 찾는 해외 관람객들이나 해외 현지인들은 이들의 몸짓에 쉽사리 녹아든다. 춤사위가 주는 의미전달은 만국공통어처럼 관객의 마음속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사춤 공연은, 3명의 젊은이들이 춤으로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춤으로 스토리의 복선을 절묘하게 깔고, 그들이 전하고 싶은 열정과 희망이라는 주제를 춤으로 표현하면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는 사춤의 원작자이자 제작, 연출 등을 맡고 있는 최광일 대표의 기획의도다.

중앙대학교 영극영화과 출신인 최 대표는 다양한 공연연출 경력을 갖고 있다. 대구세계육상 선수권대회 전야제 총연출, 여수엑스포 팝 페스티벌 총감독 등 큼직한 국가행사의 연출을 담당했다.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출발한 두비컴은 사회적기업이 국내에 막 알려지기 시작했던 2008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형편 넉넉지 못해도 꿈의 무대 실현 자부심

최 대표에게 사회적기업가로서 보람과 애환에 대해 물었다.

   '사춤' 공연의 '춤을 추세요' 파트의 한장면. ⓒ 두비컴  
'사춤' 공연의 '춤을 추세요' 파트의 한장면. ⓒ 두비컴
"지금은 열정을 담은 사춤 공연을 하고 있어 좋지만, 예술이라는 길을 가면서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는 데엔 많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춤이라는 것은 배고픈 예술입니다. 춤을 좋아하는 이들을 고용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생각했죠. 현재엔 현대무용 등 여러 분야의 춤이 있지만 그 분야에서 잘 돼야 대학교수 정도 아니겠어요? 일반적으로 춤이 좋아 춤을 추는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두비컴은 16명의 직원으로 사회적기업 첫발을 내디뎠다. 곡절 끝에 현재 53명으로 식구가 늘었다. 이중 18명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후 고용됐다. 직원 30%가 취약계층인 셈이다. 외형상으로 보자면 몇 년 사이 큰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낀다. 상설공연이라는 예술장르상의 어려움, 직원들에 대한 고정급여 문제, 공연배우로서 가정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고된 형편 등은 사회적기업 두비컴에겐 아직도 시원하게 풀기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비전은 뚜렷하다. 어엿한 기업의 한 조직원으로서 고정적으로 예술무대에 설 수 있다는 긍지가 이들 사춤팀에게는 큰 보람이자 자부심이다. 특히 무용을 전공하고도 딱히 직업을 찾지 못한 사람들, 춤이 좋아 학교를 그만두고 길거리로 나온 이들 등 장기 미취업 실업자들이 사춤팀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 대가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마움이 있는 탓에 열정적인 춤은 샘물 쏟듯 계속 뿜어져 나온다.

두비컴의 또 다른 지향점은 다름 아닌 사회공헌 서비스. 매주 수요일 저녁과 토요일 낮 공연에선 100석 나눔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소외계층이나 문화접촉도가 낮은 이들에게 무료로 100석을 개방한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는 보육원이나 시민단체가 요청하면 무료공연을 선사하기도 한다. 반응은 뜨겁다. 평소 문화공연 혜택을 누릴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사춤팀은 공연으로 색다른 기쁨을 선사하고, 또 희망 메시지도 전한다.

최 대표는 사춤 공연을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길 희망한다.

"장기로 진행하는 상설공연이다 보니 홍보나 마케팅이 쉽지 않습니다. 또 사회적기업으로 이런 일들을 하고 있다고 알릴 방법도 많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난타나 점프는 어느 정도 인지도를 굳혀서 공연 진행이 수월하지만 사춤의 경우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인지도가 더 높은 편입니다."

공연예술가들의 모임을 기업논리에 맞추다 보니…

두비컴은 사회적기업으로서 보람과 가치를 감사히 여기지만, 다른 한편으론 공연예술가들의 모임이 기업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데서 오는 고단함도 함께 느낀다고 했다.

   '사춤' 세번째 장르 공연 장면 ⓒ 두비컴  
'사춤' 세번째 파트 공연 장면 ⓒ 두비컴
"사회적기업으로 사춤 공연을 하면서 예술가로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들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예술인들로 모인 공연팀을 기업논리에 맞춰 운영하다보니 생기게 되는 애로지요. 뭔가 구조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점점 줄어드는 재정도 문제고, (사회적기업으로서) 구조적, 제도적 틀과 규칙에 맞추다보니 (기업의) 활성화 초입단계에서 여러 어려움들과 마주칩니다. 공연팀 운영이 일반기업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데 재정적으로 이에 맞춰야 하는 점에서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는 정책적으로 '메세나' 측면이 강조된 사회적기업 형식을 추천하기도 했다. 메세나(mesenat)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개인이나 기업, 또는 이러한 활동을 의미한다.

"발전적 차원에서 좀 더 규정에만 맞추려하니 현실적이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은데, 청년일자리 창출 문제는 심각하고 이에 특화된 기업들에게는 구조적으로 포커스를 좀 더 맞춰 주는 것도 한 방안일 것입니다."

한편, 두비컴은 요즘 전통 뮤지컬 작품 구상에 열정을 쏟고 있다. 하고 있으며, 내년 5월 막을 올릴 계획으로 준비가 한창이다. 작품을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해외로 국내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배우와 함께 호흡하고, 연출하며, 무대에 선 젊은이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열정이 사춤 3000회 공연을 만들어 냈죠. 이중 1000번 이상이나 공연을 한 사람이 16명일 정도로 모두가 전문가로서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오래오래 우리의 얼이 담긴 공연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