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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계 5대 모터쇼'가 영화관과 다른 이유

전훈식 기자 기자  2013.04.08 14: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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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달 29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자연을 품다, 인간을 담다(With nature, for the people)'라는 주제로 열린 2013 서울모터쇼가 11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주말 우천으로 예상 관람객이 크게 늘어나진 못했지만, 마지막 날인 7일에만 18만명이 방문하는 등 역대 최대인 총 관람객 수 105만명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이번 서울모터쇼는 킨텍스 2전시장 개장, 14개국 384개 업체의 참여로 전시 면적과 참가 업체 수 역시 최대 규모다. 또 애프터마켓특별관을 마련해 용품과 정비기기 등 자동차 전시와 함께 모터쇼의 범위를 애프터마켓으로까지 확장시켜 자동차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성공적인 모터쇼로 자리 잡는 듯 보였다.

2013 서울모터쇼가 '역대 최대 규모'로 성황리에 마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모터쇼조직위가 잘못된 인식 등으로 과장된 홍보와 관람객 유치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가장 많이 지적받고 있는 사항은 전시 규모 확장으로 불거진 '재입장 불가' 방침이다. 당초 조직위가 한번 사용된 티켓의 악용을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구축했지만, 선의의 관람객이 적지 않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관계자는 "제반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킨텍스 구조상의 문제다. 주차장부터 울타리를 설치한 파리나 제네바와 같은 행사장과는 달리, 전시장 입구에서 입장권을 확인하는 킨텍스는 별도로 구별할 수 없어 이러한 방침을 내리게 됐다"며 "모터쇼 재입장은 솔직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시 영화관에 들어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고 해명했다.

조직위의 이러한 논리를 그럴싸하게 들릴 순 있지만,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단순히 책임을 킨텍스로 몰아가고 억지에 불과하다. 지난 2011년 당시 모터쇼와 비교해 참가사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시 규모를 구태여 2전시장을 추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매개로 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까지 제공하는 축제의 자리로 마련했지만, 관람객들 참여 여부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뿐더러 킨텍스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규모적인 측면의 확장에 급급했던 모습이 그대로 표출된 셈이다.

여기에 조직위는 재입장 불가 방침을 영화 관람과 비유하며 내부적으로도 모터쇼가 가지는 위상을 저평가하는 모습이다. 자칭 세계 수준급 모터쇼를 (영화 사업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관에 비유한 것으로, 세계 수준급 모터쇼를 지향하는 조직위에서 이러한 비유는 적절치 않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일정 시간 상영하는 영화의 특성이 반영된 티켓은 고객이 예매한 해당시간 대에 지정 좌석을 이용하는 권리를 가진다"며 "상영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는 힘들겠지만, 해당 시간 내에서는 고객이 영화관을 언제든지 오갈 수 있다"고 오히려 이런 비유에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자는 "군자구제기 소인구제인(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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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일이 잘못되면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해 그 일을 수신(修身)의 계기로 삼는 반면, 소인은 다른 변수나 타인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탓한다는 것이다.

조직위는 10회를 맞는 오는 2015 서울모터쇼가 '세계 4대 모터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덩치만 키운다고 세계적인 모터쇼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장 근본이 되는 부분에서부터 챙기는 '세심함' 없이는 어디까지나 목표 수준에 그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