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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히려 거래 줄었어요" 수직증축 리모델링 수혜 예상 분당 가보니

집값상승 기대에 매매물건 줄고 문의 뜸해…"분당보다 강남 나홀로주택 더 인기"

김태형 기자 기자  2013.04.08 10: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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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근혜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이 침체에 빠진 부동산 경기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사다. 주택구입자들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더불어 이번 정책의 최대 이슈로 손꼽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주택거래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수직증축 리모델링 수혜지역으로 주목되는 여러 곳 중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 돌아봤다.

이번 부동산대책 최대 수혜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는 1기 신도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 20여년 전 조성된 이곳은 아파트 총 122개 단지 중 8만7000여가구가 리모델링 내구연한인 15년을 넘겼다. 하지만 재건축 요건인 30년을 채우지 못해 주민들 불만이 많던 곳이다.

   한솔주공5단지 입구에 조합측에서 내건 증축허가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 김태형 기자  
한솔주공5단지 입구에 조합측에서 내건 증축허가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 김태형 기자
수직증축이 허용되면 가구 수가 10%가량 증가하며 전용면적 85㎡기준 입주자 추가부담금은 30% 낮아진다. 즉 전체가구 수가 늘어나게 돼 늘어난 가구 수만큼 일반분양을 하면 증축에 대한 공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또 재건축과는 다르게 임대주택 비율을 확보하는 등의 규제가 없다. 하지만 분당 현지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여기저기 현수막 걸렸지만 의외로 분위기 시큰둥

지난 4일 오전 10시10분경 성남시 분당구 한솔주공5단지에 도착했다. 근처에 다다를 때쯤 '국내 최초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이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길거리 곳곳에 걸려있었다. 부동산대책 발표로 일대 부동산시장에 활기가 넘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주민들 반응은 예상외로 시큰둥했다.

단지 내 위치한 R공인중개소에 들어가 봤다. 한산한 분위기 속에 TV를 보고 있던 관계자에게 수직증축 허가 이후 근처시장 상황을 물었다. 이 관계자는 "4·1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오히려 집주인들이 집값이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그나마 있던 매도 물건도 많이 들어갔다"면서 "수요자들도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관망세로 돌아서 매매문의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변 다른 수혜지역 중 하나인 느티공무원3·4단지로 이동했다. 이곳에도 단지 주변 곳곳에 '수직 증축 리모델링' 문구의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주민 반응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단지 내 공인중개사들도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들이 모여있지만 매매물건이 없어 한산한 분위기였다. = 김태형 기자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들이 모여있지만 매매물건이 없어 한산한 분위기였다. = 김태형 기자
우성6단지 주민들 반응 또한 다를 바 없었다. M공인중개소 관계자에게 주변시장 상황에 대해 물었다. 관계자는 "여기뿐 아니라 분당 전체적으로 봐도 아직은 침체기"라며 "4·1부동산 대책발표로 인한 효과는 상당히 미미하다"고 말했다. '역대 최대치'라는 수식어를 달 정도로 많은 혜택과 규제를 완화한 이번 대책에 대한 반응으로는 의외의 답변들이었다.

약 8㎞정도 떨어진 매화공무원1·2단지를 찾았다. 이곳 주민도 "기대는 하지만 집값이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단지 안에 있는 S공인중개소에서도 "부동산대책 이후 매매문의 자체가 없으며 문의 전화는 오지만 매매문의는 아니고 기대심리도 높지 않다"며 "다들 분위기 정도만 파악하려 들 뿐 부동산대책 발표로 인한 실질적 효과는 적어도 여기엔 없다"고 하소연 했다.

부동산경기 활성화 정책임에도 현장 반응이 냉담한 이유를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분당 보다 강남이…"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부동산팀장은 분당의 현재 상황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번째로 분당 아파트의 가파른 가격하락을 꼽았다.

강 팀장은 "분당자체 수요가 최근 많이 빠지고 주택가격도 많이 내려가 있다"며 "현재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가능한 지역이라도 재건축 저층 아파트처럼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라서 주민 반응이 시원찮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도문의가 줄어든 배경에 대해서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했다.

   조합측에서는 대로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게끔 대형 현수막을 아파트 벽면에 설치했다. = 김태형 기자  
조합측에서는 대로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게끔 대형 현수막을 아파트 벽면에 설치했다. = 김태형 기자
강 팀장은 "집주인들은 주택가격이 떨어져 있어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발표되며 매물을 거둬들인 것이다"라면서 "당장 주택가격이 오른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전반적으로 볼 땐 리모델링 수혜단지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콘텐츠 비즈니스팀장 또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장 팀장은 수직 증축의 최대 수혜지를 분당이 아닌 강남으로 봤다.

장 팀장은 "이번 정책 최대 수혜지역은 분당 등 1기신도시가 아닌 강남인 것 같다"면서 "강남은 증·재건축 대상 단지들이 많이 분포돼 있는데 그 중 지분이 넓지 않고 1~2개로 구성된 '나홀로 단지'가 많아 리모델링을 하면 다시 강남권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팀장은 강남지역의 '나홀로 단지'가 최대 수혜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 팀장은 "수직증축을 하게 될 경우에 강남지역이 오히려 아파트들에 대한 수혜구라고 보인다"면서 "나홀로 단지 중 빌라같이 아파트의 형태가 아닌 것들도 리모델링에 따라 지하주차장 확보와 층수가 늘어나는 등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