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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섬마을 할머니 일기 책으로 출간 '화제'

신안군 정효자 할머니 사부곡 잔잔한 감동...13일 CMB방속국서 출간 기념행사

장철호 기자 기자  2013.04.08 08: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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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70대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효자 할머니 = 김병학씨 제공.  
정효자 할머니 = 김병학씨 제공.

전남 신안군에 거주하는 정효자(여.71) 할머니의 둘째아들 김병학(47)씨는 어머니가 지난 6년여간 써온 일기와 수기를 책으로 엮었다.

정 할머니는 남편이 취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얼마 못산다는 청천병력같은 이야기를 듣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에는 평생을 동반자로 살아온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이 담겨 있다.

“신년이 어제 같았는데 당신 제삿날이 물밀듯 닥쳐오네. 마음이 서글프고 복잡하네. 인생은 낙엽처럼 언제 떨어질지 몰라.”(2008년 1월 9,10일자 일기)

“죽으면 빈손으로 가는 것을… 어제도 산소에 두 번을 갔는데 당신은 흙만 덮고 꿈꾸고 있는 것 같데.”(2009년 2월 8일자 일기)

“노란 나락이 알알이 여물어가는 계절 9월도 이제는 마지막, 내일이 마지막 날이다. 대파밭은 온통 청색이다. 자연히 그립기만하다. 그리움만 남기고 가버린 당신… 추석과 가을을 앞에 두니 보고 싶고, 생각나고, 서로 말했던 날이 어제만 같은데 벌써 3년이나 농사를 풍요롭게 지었네.”(2009년 9월 29일자 일기)

일기 전체가 사부곡이라 할 만큼 구절구절마다 애절하기가 그지없다. 그런 만큼 생전에 두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는 온 동네에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일기에는 도시 각지에 흩어져 사는 자식들과 형제, 일가친척들에 대한 반가움과 고마움과 염려, 힘든 농사일에 대한 각종 소회가 그날그날 구김 없이 기록되어 있다.

또 이 책만의 특별한 점은 꿈에 대한 기록이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밤마다 꾸는 꿈에서 늘 영감과 예지를 얻었으며 따라서 범상치 않게 생각되는 꿈을 그때그때 기록하고 나름대로 해석해 놓았다.

요즘 세대는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꿈이야기가 이 책에는 보물창고처럼 가득하며 저자 자신과 네 자녀들의 태몽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에는 옛 어른들의 지혜가 가득 담긴 속담이나 경구도 풍부하게 등장한다. ‘세월이 물렛살 같다더니…’, ‘빚 먹고는 살아도 나이 먹고는 못 살아’, ‘쌍가마 속에도 한 설움 있다더니…’, ‘여름에 하루를 놀면 겨울에 사흘을 굶는다.’ 등과 같은 속담 및 경구는 우리 세대에게는 거의 잊혀져버린 유산이 되었지만 꼭 되살려야 할 잠언들이다.

이 책에는 군두(그네), 매람꽃(해당화), 마람(이엉), 포도시(겨우), 자작보(장난꾸러기), 우새스럽다(창피하다), 땀(행동), 모개(모가지), 정지(부엌), 술참(새참), 뻐치다(고되다) 등 섬지방에서 쓰는 구수한 사투리들도 눈에 띈다.

그리고 우리나라 서남해안 섬에만 존재했던 초분에 대한 이야기나, 종갓집 맏며느리로서 해마다 여러 차례 지내야 했던 제사 관련 이야기 등은 1960년대 당시 신안군 임자도에 널리 이어져오던 사회적 풍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병문 전남대 총장은 “저자가 남편의 병상을 지키며 써온 일기를 지금까지 이어오신 것은 남편 되신 고 김종주님이 남긴 족적이 그만큼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낮에는 농사일을 돌보고 밤에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일기를 쓰시느라 몸은 힘들었겠지만 가슴 뛰는 일을 하셨습니다. 두 분은 참으로 아름다운 삶을 사신 것입니다”라고 격려했다.

한편 정 할머니의 자녀들은 할머니의 책 출간을 기념해 오는 13일 오후 2시 광주시청 인근 CMB방송국 강당에서 조출한 축하행사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