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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생명 뒷돈 사건, 은행계 방카슈랑스엔 치명상?

25%룰·4단계 재추진 포함 "이슈 많은 상황에 급소 때린 셈"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4.05 11: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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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한생명이 일선 은행 지점에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 판매)와 관련한 뒷돈을 제공하다 적발된 가운데 방카슈랑스 연관 제도 개선까지 이번 사건이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품을 팔아달라며 뒷돈을 건네는 관행이 방카슈랑스 시장 전반에 풍토로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이런 상황에 섣불리 시장 환경을 바꾸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계는 저금리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비이자수익 창출에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 등에서 방카슈랑스 영역에 대한 제도 개편을 촉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5%룰 깨고 보장성보험 판매하고 싶은 '장밋빛 꿈'

은행연합회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방카슈랑스 규제 폐지 의견을 건의했다. 은행계에 따르면, 이번 건의는 이른바 방카슈랑스 25%룰을 깨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25%룰이란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게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 제한선을 45% 등으로 '확대'하거나 아예 '폐지'하자는 게 은행계의 숙원이다. 하지만 은행계가 바라는 것은 이것만은 아니다. 무기한 중단된 바 있는 일명 방카슈랑스 4단계 추진안에 재시동을 거는 것도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 은행계가 바라는 사안이다.

방카슈랑스 시장을 은행권에 열어준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의 합병·매각 등 돌풍이 지나간 직후 먹거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시혜성 조치 성격이 강했지만 보험계의 반대가 있어 전면적 허용은 어려웠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 8월 처음 도입된 이후 단계적으로 은행 창구에서 판매 가능한 상품군을 열어줬다.

이후 2011년 4단계 방카슈랑스 규제 손질에 대해 논의가 진행됐지만, 보험업계의 반발 등으로 유예됐다. 그러나 무기한 정지상태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던 규제책을 최근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이 관가와 은행계에서 일부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보건정책'에 '방카슈랑스'까지? CI시장 혼탁 우려

이 같은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 신한생명 뒷돈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문제를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에서 판매할 수 없는 보장성·자동차보험까지 방카슈랑스의 범위에 넣게 되고, 25%룰의 제약 없이 상품을 팔게 되면 지금까지의 '꺾기(구속성 판매. 은행이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 적금이나 방카슈랑스 등을 가입하도록 사실상 압박해 실적을 올리는 일)' 수준을 넘어서는 '불완전판매'와 '몰아주기' 우려가 급상승할 수 있다.

특히 4대 금융지주 체제로 금융권이 재편된 현재의 몰아주기 논란은 은행계의 혼탁화 문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의 공정성을 해칠 요인으로까지 작용할 수 있다.

한편, CI보험 등 현재 판매하지 못하는 상품의 물꼬를 터주는 것도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 3월말 보건 당국에서는 4대 중증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는 오는 10월 초음파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관련된 세부 추진계획은 6월말까지 확정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 당국은 4대 중증질환 외 고부담 중증질환은 의료적 필요성,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단계적 급여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권은 이런 조치가 CI보험 등에 타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책 추진에 일정 기간 소요가 예상돼 단기 이슈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지만 대부분 관계자들은 당장 가입 수요가 급감하지는 않더라도 보험계가 CI보험이라는 시장을 대폭 잃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은행계가 방카슈랑스 제약 폐지를 통해 숟가락을 얹는 경우 가입 유치전으로 혼탁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부정적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복잡한 보장성의 보험을 은행원들이 팔다가 불완전판매를 할 수 있다는 우려 이상의 심각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신한생명의 도덕성 문제, 보험사 타격보다 은행에 방카슈랑스 파이를 어떻게 더 키워줄지라는 논의가 진행 중이던 상황 자체에 찬물을 끼얹는 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결국 은행권에 오랜 숙원을 놓치게 될 악재로 작용해 타격을 주게 되는 면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