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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성공전략 분석②] 4자물류 승부수 'DHL 넘본다'

3자물류 강점에 IT시스템․컨설팅 가세… 2017년 세계 최고 수준 시스템 개발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4.05 08: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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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CJ대한통운이 CJ GLS와의 공식 합병을 선포하고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2020년 TOP 5 물류기업' 비전 달성이 첫 번째 목표다. 이를 위해 이채욱 CJ대한통운 신임 대표는 △2020년까지 매출 25조원 △해외 매출 비중 50% 이상 달성 △해외 50개국에 200개의 네트워크 구축 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물류사업의 새로운 신화창조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남은 기간은 7년, CJ대한통운은 야심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CJ대한통운의 성공전략과 한계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CJ대한통운의 야심은 3자물류 활용률을 높이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기존 3자물류에 IT시스템과 컨설팅 기능을 강화한 4자물류 서비스 확대에도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해 201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IT시스템을 개발하고 전략산업군별 표준 모델을 구축하는 등 프로세스 컨설팅 인력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CJ GLS가 보유한 정보기술과 컨설팅 능력을 바탕으로 진행하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CJ대한통운의 설명이다. 3자물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향후 성장할 여지가 무궁무진하고, 3자물류에 각종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4자물류로 승부, DHL과 같은 기업으로 성장 가능하다는 것.

◆4자물류로 가는 길… 아직은 험난?

현재 국내 4자물류 기업은 전무한 상태다. 그나마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은 삼성SDS. 삼성SDS는 지난해 자체 물류 플랫폼인 '첼로(CELLO)' 시스템을 개발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에서 현지 운송·보관 업체들과 연계한 종합 물류 서비스를 시작했다.

    
"글로벌 TOP 5 넘어 정상 노린다" CJ대한통운의 합병 후 포부가 남다르다. 이채욱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 DHL, 페덱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 CJ대한통운
다만 직접 화물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입찰·비딩, 모니터링, 고객사컨설팅 등의 통합물류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제 운송은 아웃소싱하는 형태인 만큼 4자물류기업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물류업계는 삼성SDS의 이런 행보에 대해 "시스템을 '매매하는' 것일 뿐 물류기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역시 삼성SDS와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전했다. IT시스템 개발을 바탕으로 운송까지 전과정을 아우르는 4자물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은 그 가능성을 '차세대 RFID'에서 찾고 있다. 산재부 시범사업에서 개발한 RFID(전자태그)는 물류정보기술을 아우른다. RFID를 부착한 화물 더미가 검사대를 통과하면 한번에 화물 개수나 종류 등이 모두 기록된다. 바코드가 한 번에 한 개씩 제품을 인식하면 RFID는 동시에 모든 화물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들린다. 물류사업이 창고와 사무실만으로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사업이 아닌 만큼 4자물류 역시 IT기술 보유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4자물류의 핵심은 가시성(추적)이 확보돼야 한다. CJ대한통운이 넘어야 할 산으로 지목한 DHL의 경우 세계 물류가 어디서 어디로 넘어가고 있는지 중앙통제실에서 단번에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의 기술력은 아직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IT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가능성은 미지수다. IT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세계시장의 현장과 접목이 가능해야 하는데 현장 접목이 어려우면 가시성 확보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자금력

2017년까지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다. IT시스템 개발에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찮게 필요한데 CJ대한통운이 성장하는 동안 글로벌 기업 역시 함께 변화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CJ대한통운의 성장 가능성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문제는 역시 '돈'이다. 이 대표는 2020년까지 매출 25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현재 CJ대한통운의 매출은 4조8000억원. 7년동안 4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포부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비전 달성을 위해 글로벌 진출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2조원을 들여 적극적인 글로벌 M&A를 진행하고, 네트워크를 확대해 핵심 사업역량을 강화,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해외 물류업체를 인수합병해 빠른 성장을 이룰 방침"이라며 "현재 복수의 중국 물류업체를 대상으로 인수를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해당 업체의 연 매출은 2000억~3000억원대에 이르며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물류 네트워크가 강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은 목표 달성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액션플랜은 물론 비전을 바탕으로 계획을 수립했고, 시뮬레이션 결과 나온 수치라는 이유에서다.

    
"IT 기술 개발에 최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CJ대한통운은 3자물류에서 멈추지 않고 IT시스템을 기반으로한 4자물류 시장에서도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문평동 터미널 중앙통제센터. ⓒ CJ대한통운.

복수의 애널리스트 역시 "CJ대한통운의 성공 여부는 글로벌 M&A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박성봉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두 기업의 합병만으로 2020년까지 25조원 매출 달성은 어렵다"고 단언했다. 7년 안에 20조원 가까이 규모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박 연구원은 "M&A를 통해 외형을 키우겠다는 복안인데, 표면적으로는 7년 동안 매년 1조 매출의 해외기업 2개씩을 인수해야 하는 셈"이라면서 "M&A의 경우 앞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이 인수할 해외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인수비용에 차이가 있을 텐데, 2조원의 투자비용으로 20조의 매출을 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 역시 "적극적인 M&A 성공을 감안하면 아예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구체적인 숫자를 부각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기업을 어느 가격에 인수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가 하면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벨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수준) 부담을 지적했다. 양 연구원은 먼저 "자체성장으로 목표 달성은 힘들 것으로 보이며 인수합병(M&A)을 얼마나 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면서도 "하지만 M&A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면 기업 벨류에이션 감소로 주가 부분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