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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달라진 北 위협, 견고하던 코스피 '휘청'

현대·기아차 대규모 리콜 '내우외환'…"국내증시 2분기도 어렵다"

이수영 기자 기자  2013.04.04 1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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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연일 최고 수위의 도발 위협을 진행 중인 북한의 압박에도 비교적 견고한 흐름을 보였던 국내증시가 결국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30포인트 이상 급락한 끝에 1% 이사 밀렸고 코스닥도 동반 하락했다.

전일에 이어 개성공단 출입이 제한됐고 북한이 미국 직접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국인을 중심으로 국내증시 이탈 현상이 가중되는 모습이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3.77포인트(1.20%) 내린 1959.45로 마감했다.

코스피 시장은 개인이 280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외국인은 4722억원의 대규모 현물을 팔아치우며 흔들렸다. 선물시장에서도 1만2000계약 이상을 순매도해 외국인의 현·선물 동시매도 현상이 이틀째 이어졌다. 반면 기관은 연기금과 국가지자체를 비롯한 주요 주체들이 일제히 순매수에 나서며 총 4954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프로그램매매는 희비가 엇갈렸다. 차익거래는 593억1800만원 순매도를 기록한 반면 비차익거래에서 685억2300만원의 순매수를 보여 총 90억원 규모의 매수 우위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 단기충격, 부품주로 번져

대부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의약품, 음식료업, 전기가스업, 의료정밀 등만 소폭 상승했다. 반면 현대차의 대규모 리콜 사태 속에 운수장비가 3.25% 밀렸고 운수창고, 건설업, 증권, 비금속광물, 철강금속, 제조업, 대형주, 화학, 종이목재 등이 1~2%대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대부분 약세였다. 삼성전자가 0.99% 하락하며 150만원선을 가까스로 사수했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자동차3인방은 리콜 사태에 휘말리며 3~5%대 급락했다. 신한지주와 LG화학, 현대중공업, SK텔레콤, KB금융, SK이노베이션 등도 1~2%대 하락했다.

전일 현대, 기아차가 브레이크 결함(아반떼 에어백)으로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을 결정했고 국내에서도 모닝 등 차종에 대한 무상수리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관련 업종을 강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리콜 파문이 단기적 악재임은 틀림없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흔들 만큼의 이슈는 아니라고 내다봤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확한 피해규모가 산정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이외에 내수, 유럽 등으로 리콜이 확산되더라도 현대차 700억원, 기아차 400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 추정된다"며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이지만 규모로는 중장기적으로 큰 흠집을 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주요종목 중에서는 북한발 리스크에 따른 방산주의 동반 급등이 눈에 띄었다. 북한이 전일에 이어 개성공단 출입을 제한한데다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직접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관련주가가 들썩였다.

휴니드가 6%대 급등했으며 코스닥 종목인 빅텍과 스페코가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뛰었고 퍼스텍도 10% 가까이 치솟았다. 반면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남북 경협주는 하락했다. 로만손이 2.57% 밀렸고 제룡전기과 제룡산업 등은 각각 2.36%, 5.26% 주저 앉았다.

이연제약은 신약 모멘텀과 중장기 성장 기대감으로 5%대 올랐으며 제일기획은 시장 확대에 따른 외형성장 지속 가능성이 제기되며 5.27% 뛰었다. 스카이라이프 역시 가입자 증가로 인한 실적 개선 전망에 힘입어 5%대 올랐다.

북한 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시장은 추가 충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비관론이나 루머에 휘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루머 휘둘리지 말아야"vs"2분기도 힘들어"

장진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북한과 관계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불필요한 루머에 휘둘리거나 북한이 극단적인 행동을 할 것으로 전제하고 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원/달러 환율도 극한의 상황이 닥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다만 가격 매력을 제외하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모멘텀이 부족하고 수급면에서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세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시장 흐름이 당분간 부진할 수 있다"며 "대외변수를 주목하면서 장중 투매가 발생할 경우 저가 매수로 대응하는 게 유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반면 북한 리스크를 제쳐두더라도 2분기 주식시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지표의 개선속도 둔화 가능성을 비롯해 5월을 전후해 코스피 상승을 제한할 요인들이 국내외적으로 많다"며 "최근 사상 최고가 행진을 하고 있는 미국증시 역시 2분기 중에는 조정 가능성이 있고 한국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주가 조정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조 센터장은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익 추이가 시장 컨센서스를 만족시키면 조정 국면을 피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한국이 1분기와 다른 양상의 디커플링을 겪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1개 등 227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1개를 비롯한 616개 종목이 내렸다. 42개는 보합이었다.

◆코스닥 소폭 하락 불구 방산주 초강세

코스닥 역시 북한발 리스크에 하락 마감했으나 낙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4일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2.73포인트(0.49%) 내린 555.23으로 마감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158억원, 117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기관은 130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다.

하락 업종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오락/문화, 코스닥 신성장기업, 방송서비스, 통신방송서비스, 통신서비스, 인터넷 등은 상승세를 탔다. 반면 일반전기전자가 2.44% 밀렸고 운송장비/부품, 종이목재, 음식료/담배, 제약, 화학, 통신장비 등이 1%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혼조세였다. 셀트리온과 CJ오쇼핑, 서울반도체, 씨젠, 에스에프에이, 포스코 ICT 등이 하락한 반면 파라다이스가 2.64% 상승한 것을 비롯해 동서, CJ E&M, SK브로드밴드, GS홈쇼핑, 다음, 파트론, 젬백스, 에스엠 등이 강세 마감했다.

특징주로는 홈캐스트가 경영권 분쟁 심화 전망에 11.52% 치솟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장병권 제이비어뮤즈먼트 부회장이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데 이어 지난 1일 제이비어뮤즈먼트 보유지분 26만주(1.76%)를 전략 매각한 것으로 알려져 권 부회장이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홈캐스트의 지분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경영권 분쟁에 불이 붙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까닭이다.

성광벤드는 1분기 실적개선 기대감과 저평가 분석에 6%대 상승했고 씨엔플러스는 에이티넘팬아시아조합을 대상으로 16억900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7.19% 치솟았다. 전일 하락세로 마감했던 신규 상장종목 세호로보트는 상장 하루 만에 상한가로 치솟았다. 반면 YNK코리아는 유상증자 결정에 하한가로 미끄러졌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7개 등 256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1개를 비롯해 682개 종목이 내렸다. 45개 종목은 보합이었다.

한편 환율 시장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급등세를 탔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6.30원 오른 1123.80원으로 마감했다. 작년 미국이 양적완화를 발표하기 직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특히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매도러시를 펼치며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 것이 시장 분위기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