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대우건설 사태로 바라본 '을의 반격'

박지영 기자 기자  2013.04.04 15:47:2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어느 사회에나 보이지 않는 '갑(甲)'과 '을(乙)'이 존재한다. 본래 갑과 을은 계약관계에 있어 양쪽 당사자를 일컫는 용어였다. 하지만 언제부턴지 힘의 우위를 담은 상하관계로 변질됐다. 어찌됐던 조금이라도 큰 조직이 곧잘 '갑'이 되곤 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몸집과 상관없이 잃을 게 많은 집단이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불거진 대우건설 청라 푸르지오 부실시공 사태가 이와 같다. 물론, 이번 사태의 핵심은 안전 불감증이다. 입주자들의 안전은 뒤로한 채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한 것 자체가 문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갈·협박'이 이뤄졌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우건설 부실시공 사태의 중심에는 제보자 A(48)씨가 존재한다. A씨는 대우건설 협력업체인 B사 철근시공 책임자이며, 청라 푸르지오 801동과 802동 철근공사를 총괄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공사현장 두 곳 중 한 곳이 바로 A씨가 진두지휘한 801동이라는 점이다. 논란이 된 철근시공 장소는 801동 1층과 803동 24층 '인방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개인 일로 퇴사하게 된 A씨가 사진을 찍어놓고 B사를 협박한 모양"이라며 "원래는 퇴직금이 120만원 정도였는데 그 일로 1000만원을 받았다더라. 그런데 또 2000만원을 요구해 참다못한 B사가 공갈 및 공갈미수로 형사고발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즉, 추가금품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입주예정자협의회에 제보했다는 얘기다. 

건설업계서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원청업체인 C사에 향응을 접대한 뒤 이를 언론에 알리겠다며 총 5억9000만원을 뜯어낸 것.

C건설사 협력업체 대표인 D씨는 "C사 현장직원들 접대하느라 손실이 났다. 그 대가로 6억원을 내놓을 때까지 계속 난동을 부리겠다"며 20여차례에 걸쳐 C사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당시 재개발사업 지역주민들과 다툼을 벌이고 있던 C사는 D씨가 언론에 접대사실을 폭로할 경우 회사 이미지가 추가로 실추될 것을 우려해 결국 돈을 건넸다.    

   건설부동산부= 박지영 기자  
건설부동산부= 박지영 기자
'비밀'을 무기로 한 '을'의 협박은 지난 2011년 초에도 있었다. E건설사로부터 하청을 받은 F업체는 공사를 부실하게 해 놓고 "언론에 알리겠다"며 E사로부터 2억1180만원을 챙겼다가 쇠고랑 신세를 졌다.

갑과 을 관계를 떠나 국민 안전을 놓고 부실시공을 한 것은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행위다. 지금은 글로벌 비즈니스 시대다. 갑을관계를 따지려 하지 말고 성숙한 파트너십을 발휘해 시장을 선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