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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부담 같다고 선택한 죽음마저 같을까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4.04 11: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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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금융 관련 종사자는 높은 연봉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받습니다. 올해도 아직 초반에 머무른 시점이지만 아직까지 여러 채널을 통해 접한 업계 자살소식만 10여건에 이를 정돕니다.

이 가운데 대중에 알려진 사건만 몇 가지 추려봤습니다. A은행 전 지점장 이모씨는 지난 1월14일 오전 9시쯤 서울 노원구 자택 화장실에서 희망찬 새해의 기운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목을 매 숨졌고 실적부진에 따른 인사발령으로 괴로워했다는 진술이 이어졌습니다.

2월에는 고수익을 약속하고 지인에게 거액을 끌어 모았던 B증권○○지점 정모씨가 서울 여의도 원효대교 북단 한강 둔치에서 숨진 채 발견됐죠. 실적과 관련한 스트레스가 악의(惡意)로 발전, 많은 지인에게까지 피해를 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인 지난달 29일에는 C보험사 지점장 전모씨가 부산 부전동 모 은행 건물에서 투신했습니다. 경찰은 서울에서 부산지점으로 발령받은 지 3개월 남짓한 시점에서 영업 실적과 관련한 문제로 고민했다는 동료직원들의 진술을 토대 삼아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살자들의 공통된 심리적 압박요인은 바로 '실적'입니다. 물론 금융권이 아니라도 영업과 관련이 있는 업무를 하고 있다면 느낄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부담이겠지만 리스크의 크기나 심리적 대응방안에서 다소 차이가 있나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4일 오전 메신저로 정보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D증권사 지점장이 저조한 실적을 비관해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기사화를 검토하기 위해 해당 증권사와 지점에 전화를 걸어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동시에 정보망을 동원해 사실 부합여부도 챙겼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는 메신저에 퍼진 정보와 달랐습니다. 자살은 했지만 실적이 문제가 아니라 여러 사정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였습니다.

평소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던 고인은 사업을 하던 동생에게 자신의 집을 담보로 제공했으나 일이 예상대로 풀리지 않았고 사건 전날 상갓집 방문 후 심한 심적 동요를 일으켜 이런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는 게 현재까지 파악된 전부입니다.

동료의 죽음으로 입안에 퍼진 씁쓸함을 머금은 이 증권사 한 직원의 방백(傍白) 같은 반문이 귓전에 읊조림처럼 남아있습니다.

"증권사 직원이 자살하면 무조건 실적 비관인가요? 실적 비관으로 죽었다는 말 듣기 싫어서라도 꿋꿋하게 살아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