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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오일파크, '우림건설 애플타운' 닮은 꼴, 왜?

사업성 자신하지만 위기시 A은행에 부담 가능성 커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4.04 10: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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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보통 주유소의 2~3배 해당하는 9400여㎡(약2800평)의 면적, 4만5000드럼 상당의 저유량을 자랑하는 오일파크가 인천항 부근은 물론 수도권 인근의 유가까지 흔들고 있는 가운데 이에 큰 자금을 대출한 것으로 알려진 A은행의 대출 관리 향배에 눈길이 쏠린다.

대출을 진행한 은행 지점에서는 우수고객으로 치켜세우며 대출연장 등 모든 편의를 베풀겠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위기 시나리오는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출혈 공세 논란까지도 불거진 가격 전쟁을 반년 가까이 진행했지만 결국 주변 주유업계가 무너지지 않아 공을 들인 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주변과의 가격차를 일부 줄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는 결국 주변 주유소들이 많은 타격을 받았고 또 일부에서는 적자로 경영이 휘청거릴 지경이 되기도 했지만, 많은 주유소들은 경쟁 상황을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을 낳는다.

   거대한 기름전쟁의 서막. 오일파크발 가격할인전이 인천 주유업계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오일파크의 거센 공세에도 지역 주유소들이 상당히 선전하고 있어, 당초 일각에서 제기한 '주변업체 고사와 유아독존식 시장 장악'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임혜현 기자  
거대한 기름전쟁의 서막. 오일파크발 가격할인전이 인천 주유업계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오일파크의 거센 공세에도 지역 주유소들이 상당히 선전하고 있어, 당초 일각에서 제기한 '주변업체 고사와 유아독존식 시장 장악'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임혜현 기자
   오일파크 주유소 전경. =  임혜현 기자  
오일파크 주유소 전경. =  임혜현 기자

이런 경우 많은 자금을 차입한 주유소가 지나치게 크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물건에 은행이 끌려가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이 항공모함급 주유소가 기름 전쟁에 나서기 전에도 A은행은 가능성과 사업성을 높이 평가, 큰 대출 지원에 나섰다. △작년 2월 A은행 B지점 144억원 △같은 달 미래저축은행 목동지점 130억원 △7월 A은행 B지점 82억8000만원 △9월 A은행 B지점 72억원 등이 설정됐다. 작년 10월 초에 신안저축은행과 농협은행이 설정한 100억원은 오일파크유동화유한회사에 대한 대출이다.

이렇게 큰 물건의 탄생부터 지원을 한 A은행의 행보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은행 감독업무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은행) 한 군데서 (한 사업에 대출이) 많이 들어가는 건 리스키(risky)하다고 본다"고 기본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런 점은 이미 일찍이 알짜 사업이자 회사 업그레이드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우림건설의 애플타운 추진 건과 흡사하다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건은 근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을 시장에 내놓는 안이 제시됐다. 카자흐스탄에 진출하고자 했던 이 사업에서 A은행은 2006년 농협 등과 함께 2000억원을 지원했다. 2008년 연초부터 부도설이 나돌았지만, A은행 등은 다시 그해 7월 야심차게 4000억원을 지원키로 한다.

물론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사업의 판단일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조짐은 2007년부터 일부 있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2008년 가을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좋은 사업 조건을 마다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풀이가 오히려 더 유력해 보인다.

   우림건설 애플타운 건은 금융기관들의 호응으로 큰 자금 지원을 받았으나, 국제경제 악화라는 외부 요인으로 계륵으로 전락했다. 우림건설은 이후 경영이 어려워졌으며 해당 사업의 채권도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등 건설사나 금융권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 당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기념 사진이다. ⓒ 우림건설  
우림건설 애플타운 건은 금융기관들의 호응으로 큰 자금 지원을 받았으나, 국제경제 악화라는 외부 요인으로 계륵으로 전락했다. 우림건설은 이후 경영이 어려워졌으며 해당 사업의 채권도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등 건설사나 금융권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 당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기념 사진이다. ⓒ 우림건설

문제는 상황이 좀 더 복잡해진 2011년에도 A은행과 같은 금융그룹에 속하는 A자산운용이 파인트리자산운용과 같이 600억원의 PF 자금을 쏟아붓기로 결정한 데 있다. 사실상 A은행 더 나아가 A금융그룹이 이른바 '매몰비용'이 아까워 승부수를 띄운 게 아니냐는 결과론적인 해석이 뒤따라 붙는다.

결국 A은행 등은 이 애플타운 건의 PF 채권을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액수가 커서 단순히 채권 매각이 아니라 사업권을 넘기는 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덩어리가 너무 커서 쉽게 매각이 가능하겠느냐는 데 있다. 오일파크 건을 바라보는 시선에 자꾸 우림건설 건이 겹쳐진다면 비약이겠지만, A은행이 신중한 PF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사이즈가 작다 뿐이지, 오일파크 건도 부동산개발금융 논리와 유사한 구석이 많다. A은행과 그 가족 은행들이 PF로 여러 건 홍역을 치른 것에는 직원 비리 이상으로 체질적, 기질적인 판단 미숙 문제가 깔려 있는지 모른다는 기우마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