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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 서울모터쇼, 현장 불만도 수준급

허술한 인프라와 제반시설…홍보 포기 돈벌이에 급급

전훈식 기자 기자  2013.04.04 09: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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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개막 첫 주말 이틀간 34만명이 방문한 2013 서울모터쇼를 두고 불만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침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인파로 킨텍스 주변은 북새통을 이룬 것은 물론 자칭 '글로벌 모터쇼'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인프라와 제반시설은 불만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다. 여기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설치하지 않으면서 가족단위 방문객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한 2013 서울모터쇼(이하 서울모터쇼)는 '자연을 품다, 인간을 담다(With nature, for the people)'라는 주제로, 오는 7일까지 개최된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이번 서울모터쇼는 13개국 331개 업체가 참가하고 있으며 전시규모도 기존에 열렸던 1전시관에 2전시관이 추가된 총 10만2431㎡로, 역대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2013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서도 지난 8회 모터쇼 당시(2011년) 관람객이 100만5460명이었던 점을 감안해, 올해에는 약 12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개막 이후 첫 주말인 지난 30일과 31일 이틀간 34만명의 방문객들이 다녀갔으며 특히 일요일에는 서울모터쇼가 시작된 이래(1995년) 최대 1일 관람객 수치인 18만8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서울모터쇼는 전시규모도 확대되고 관람객도 증가되는 등 세계 수준급 대형 모터쇼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정작 참가한 업체나 관람객들은 예전만 못하다는 표정이다. 덩치만 커졌을 뿐,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명성에 걸맞지 않은 인프라와 시스템은 해외 관람객들에게 부끄러운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친환경 컨셉트 역행이라고?

가장 기본적으로 지적되는 있는 부분이 조직위가 전체적인 균형보다는 독재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모터쇼 불참을 선언한 한국타이어는 조직위에게 색적이고 과격한 비난을 받았다. '국내 행사인 만큼 국내 브랜드들이 힘을 실어 달라'는 보도자료를 내며 설득했지만 끝내 거부 의사를 밝히자 이들에 대한 불만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매국노'니 사상누각(모래 위의 집)이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타이어 업계는 조직위의 이러한 행태를 두고 전시공간을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전 모터쇼보다 2배 가량 공간이 늘어나면서 자리를 메울 참가사가 더 필요했던 것이다.

조직위의 독재적인 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참가 브랜드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조직위가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 프레스데이 브랜드별 발표시간을 주요 일간지 마감시간에 맞춘 오후 2시 이전으로 몰아놓으면서 같은 시간대에 2~3개 브랜드가 발표하게 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규모나 인지도 측면에서 불리한 브랜드들은 무리한 금액을 모터쇼를 위해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서 좀처럼 불만이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VIP 초대권도 평일 관람객(6만~7만명)의 절반 수준인 3만여장이 배포되는 등 남발되면서 프레스데이에 참석한 기자들도 취재에 큰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뿐만 아니라 초대권을 업체에 1000여장을 줘 프레스데이 행사를 의미 없게 만들고 또 이를 브랜드를 상대로 일반 가격의 1.5배인 1만5000원에 추가 판매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설비비용 절감차원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할 수 있는 '파이텍스'도 설치하지 않았다. 화학섬유로 이뤄진 파이텍스는 그동안 부스와 부스 사이에 설치된 카펫이다. 물론 친환경과 거리가 먼 동시에 시각적인 측면에서 미적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조직위 관계자 역시 "화학물질로 구성된 파이텍스는 친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미 프랑스 파리나 스위스 제네바 등 선진국에서도 설치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파이텍스가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설치된 이유는 안전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터쇼가 남녀노소 즐길 만한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만큼, 가족단위의 핵심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어린 아이들의 방문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실제 수많은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던 지난 일요일에는 몇 아이들이 다리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안전사고도 적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관람객들이 느끼는 불만사항은 이것뿐일까. 일반인 관람이 몰리는 주말 오후 시간대에 모터쇼를 찾아가 봤다.

◆"모두 킨텍스 책임"…궁핍한 변명으로 회피

모터쇼 개막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일요일인 지난달 31일, 관람이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킨텍스로 접근하는 차량 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1만3000여대의 주차 공간이 만원사례를 이뤘다.

   서울모터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지만, 막상 운영 과정에서 제대로 이에 호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전훈식 기자  
서울모터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지만, 막상 운영 과정에서 제대로 이에 호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전훈식 기자

결국 한 발 늦게 모터쇼를 방문한 관람객이 선택한 불법주차는 순식간에 차도를 주차장으로 변하게 했으며 이로 인해 자유로 등 킨텍스 진입로는 계속해서 정체 구간이 발생했다. 자연스레 주말을 만끽하고자 모터쇼를 찾은 관람객은 물론 다른 일로 이를 오가는 일반인에게도 민폐를 끼치고 있었다.

조직위 관계자는 "물론 한정된 주차공간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된 현상"이라며 "우리에게 임대해준 킨텍스가 이에 걸맞는 제반시설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고양시와 일산경찰서에 협조를 통해 관람객들이 최대한 편의를 볼 수 있도록 조치한 상태"라고 밝혔다.

과연 조직위가 언급한 협조는 불법주차까지 용인한다는 것인가. 하지만 일산경찰서 측은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일산 경찰서 관계자는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교통 통제에 불과하다. 불법주차의 경우 한 차량이 시도하게 되면 그 뒤로 줄을 잇게 된다. 최대한 관람객 편의를 보고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 이(불법주차)를 묵인할 수도 없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단정했다. 

물론 한정된 주차공간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된 현상이라 하지만, 이 외에도 모터쇼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

실제 사례를 살펴 보자.

지난달 31일, 몇 년 만에 서울모터쇼를 방문하게 된 고제명(서울 상암동)씨는 조직위의 주먹구구식 운영방식에 불만이 가득찰 수밖에 없었다. 오후 3시 무렵 1전시장에 입장한 이후 4시30분쯤에 나온 고씨는 1전시장에서 연예인 사인회를 진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비록 사인회가 방문 목적은 아니었지만, 조직위의 '재입장 불가'라는 방침이 기분을 망쳐놓기에 충분했다.

서울모터쇼가 글로벌 5대 모터쇼로 거듭나기 위해 기존 1전시장에 2전시장을 추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구비했지만, 이러한 규모를 통제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결국 '재입장 불가'라는 방침을 내세워 사용 티켓의 악용을 억제할 계획인 셈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재입장 불가 방침은 제반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킨텍스 구조상의 문제다. 주차장부터 울타리를 설치한 파리나 제네바와 같은 행사장과는 달리, 전시장 입구에서 입장권을 확인하는 킨텍스는 별도로 구별할 수 없어 이러한 방침을 내리게 됐다"고 책임을 킨텍스로 전가하기에 급급했다.

그는 이어 "고객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재입장해야 될 경우는 현장 관계자가 융통성을 발휘하겠지만, 솔직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시 영화관에 들어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며 극장과 비교하며 궁핍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서울모터쇼가 킨텍스를 임대하는 이상 사용 티켓의 악용을 통제하기 위해 조직위 논리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대가로 다른 선의(善意) 관람객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여기에 입장권 티켓을 팔찌형식으로 제작하는 등 모터쇼의 특징과 킨텍스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 규모적인 측면에서 확장하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조직위는 여전히 '세계 5대 모터쇼'라는 과장된 홍보와 관람객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내실 있는 세계적인 모터쇼로 성장하기 위해 작은 부분부터 꼼꼼히 챙겨 명성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폐막을 4일 앞둔 2013 서울모터쇼가 관람객 만족을 위해 어떠한 변화를 가할 것인지 주목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