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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취업, '바리스타 자격증'만으론 글쎄…

민간자격증으로 운영, 객관적 신뢰성 확보 어려워

조민경 기자 기자  2013.04.04 08: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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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커피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커피전문점 수가 포화를 모르고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 같은 관심은 커피 관련 자격증에 대한 높은 응시율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커피 관련 자격증은 민간자격증으로 그 수만 십여 종에 달하고 있어, 공신력 부족과 응시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커피 관련 자격증은 17개 법인·단체 등 기관이 운영하고 있으며 각 기관별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6개 이상의 자격증을 인증·발급하고 있다. 이 같은 커피 관련 자격증 종류로는 커피전문가, 커피로 스팅, 커피지도사 등이 있는데, 그중 커피바리스타 자격증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자격증만 16종류… 공신력 문제 

바리스타 자격증을 인증·발급하고 있는 곳은 △한국인재개발원 △(사)한국커피협회 △한국국공립대학평생교육원협의회 △(사)해피엘 △(사)한국식음료외식조리교육협회 △(사)한국능력교육개발원(음료자격검정원) △(사)한국경영기술개발원 △풀잎문화연합회 △(사)한국전문자격협회 △한국커피아카데미협의회 △(사)한국사회교육원 △(사)한국여성인력개발원 △(사)국제차문화교류협력재단 △멘토링평생교육원 △탐앤탐스아카데미 △동서울대학교 등 16곳이다.

이처럼 바리스타 자격증 종류가 많은 이유는 해당 자격증이 민간자격증 제도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자격증은 국가가 인증하는 국가공인자격증과 달리 개인이나 법인, 단체가 신설해 관리·운영하고 있다.

커피 바리스타라는 한 분야에 대해 다수 기관이 저마다의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면서 응시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바리스타 자격증이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공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6개 기관 중 한국커피협회와 한국능력교육개발원(음료자격검정원)의 바리스타 자격증은 수년간 운영되며 수만 명의 합격자(바리스타)를 배출함으로써 대표적인 바리스타 자격증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커피협회의 바리스타 자격증은 국내 최초로 도입됐으며 1급과 2급, 2종류가 있다. 최근 3년간 일반인들의 응시율이 급증했으며, 2005년부터 지금까지 총 9만명이 응시해 6만명이 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시험문제는 한국커피협회 소속 대학기관의 교수들이 출제하고 있으며, 평균 합격률은 64% 정도다.

한국능력교육개발원의 바리스타 자격증은 2007년부터 시행돼 지금까지 3만명이 해당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시험문제는 WBC(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등 커피대회 시험문제와 유사하며, 합격률은 69.9% 정도다. 

◆자격증으로 커피전문점 취업? "소용없어"

이처럼 일부 바리스타 자격증이 어느 정도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개인 커피전문점 창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 커피전문브랜드 취업에는 소용없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실제 커피전문점 브랜드 취업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조민경기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실제 커피전문점 브랜드 취업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조민경기자
대부분 커피전문점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교육시스템이나 매뉴얼을 구축·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 바리스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커피전문점에 취업하게 되면 브랜드의 교육·매뉴얼을 이수해야만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벅스, 투썸, 엔제리너스커피, 카페베네 등 유명 커피전문점 브랜드들은 바리스타나 직원을 채용할 때 바리스타 자격증 보유자를 어느 정도 우대하는 부분은 있겠지만 크게 환영한다거나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바리스타 자격증들이 크게 공신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각 브랜드별로 교육아카데미(시스템)가 있어 충분히 바리스타 양성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스타벅스, 투썸, 엔제리너스커피 등은 자체 바리스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바리스타들에게 자사 브랜드의 커피음료제조 노하우를 전수, 동일 브랜드라면 어느 매장에서든지 같은 맛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탐앤탐스도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동시에 민간자격 업체로 등록해 '커피마스터'라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인증·발급하고 있다.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인증 받아야

한편, 자격증을 인증·발급하는 기관들은 고용창출 능력을 갖고 있는 커피업계가 자격증 보유자를 선호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공신력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공신력을 가장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인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인증 받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한국커피협회와 한국능력교육개발원은 바리스타 자격증에 대해 국가공인을 받기 위해 공인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와 별개로, 바리스타 자격증 운영 기관이 커피전문점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해당 자격증 보유자가 채용에 응시할 경우 우대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대외적인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커피협회는 전국 280개 중소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협회의 바리스타 자격증 보유자에게 채용 시 우선권을 주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한국능력교육개발원은 할리스커피와 MOU를 체결하고, 해당 자격증 보유자가 취업을 원할 경우 우대혜택을 주고 있다. 

아울러, 바리스타 자격증을 운영하는 기관들 사이에서는 자격증을 하나로 통합해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인증 받아 공신력을 높인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한국커피협회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바리스타 자격증이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에서도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SCAA)가 이를 통·폐합해 운영하는 등 그 효과가 크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