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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은행식 기름 전쟁, '지역밀착' 기업은행에 발목?

부동산기획식 공세, 지역주유소+타은행 끈끈한 거래에 한계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4.04 07: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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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일파크가 불붙인 '인천항 기름 전쟁'이 본격적으로 개막된 지 6개월이 흘렀다. 인천항 주변(차이나타운 인근)의 대형 화물트럭 주유시장이 들썩인 것은 물론 서울과 경기 일원에서까지 자가용 차량들이 주유 원정을 올 정도로 화제를 모은 기름값 인하 전쟁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기름 전쟁은 반년을 넘어서면서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일파크의 가격 공세가 뜸한 가운데 주변 업소의 반격이 시작됐는데, 그 배경을 파헤쳐봤다.   

   인천항 주변의 어마어마한 물류 수요는 곧 주유 수요로 연결된다. 이를 독차지하려는 치킨게임식 전쟁이 최근 인천항 인근 주유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인천항 주변의 어마어마한 물류 수요는 곧 주유 수요로 연결된다. 이를 독차지하려는 치킨게임식 전쟁이 최근 인천항 인근 주유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인천항에 가까운 신흥동3가와 항동 7가 등은 유동 물류가 많기 때문에 주유 수요도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주유소가 성업해 왔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했던 이 곳에 '치킨게임'까지 시작된 것은 지난 2012년 10월. 면적이 9000㎡이 넘어 여타 주유소보다 2∼3배 가량 큰 오일파크가 개장했다. 오일파크는 개장 당시부터 저장용량 휘발유 24만리터, 경유 67만리터 등 총 91만리터에 이르고 셀프주유기 48대가 설치됐다. 승용차 기준으로 100대가 동시에 주유할 수 있다고 알려졌고, 휘발유와 경유를 막론하고 가격파괴 바람이 불었다.

당장 개장 초기부터 오일파크 때문에 인근 경유값이 리터당 100원 가까이 떨어졌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자본이 부족한 중·소형 주유소들은 치킨게임에서 버틸 수가 없었고 실제 사실상 영업전을 포기한 주유소도 생겼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형 주유소들뿐만 아니라 대형 주유소들까지 모두 앞길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누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지가 지역 최대 관심사로 등장했다. 여기까지는 오일파크식 시장 재편 의도가 먹히는 듯 보였다.

A은행 B지점 "아무 문제없는 영업, 만기엔 대출연장" 호언

끝까지 살아남는 주유소가 인천항 기름 상권을 모두 차지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거대한 전쟁 뒤에는 A은행 B지점의 과감한 대출 전략이 있다. 

일부 인천항 근처 중소 주유소 관계자들은 오일파크가 들어와 주변상권을 다 망쳤다고까지 표현한다. 이런 표현은 물론 조금 지나친 비난이지만, 아무리 매입단가 차이 등 여러 조건을 감안해도 노마진 내지는 일부 손해를 감수한 가격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의혹마저 나오는 상황이라 오일파크에 대한 비판 자체를 무시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국가 단위의 '환율전쟁'에서나 보던 '인근 궁핍화 정책'이 현실적으로 등장, 인근 상권과의 적대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점에서 상당한 주의를 끄는 것은 사실이다. 

보통 주유소 2~3개 크기의 항공모함급 주유소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러면 어디에 있을까? 이 곳의 자금 조달 내역을 등기부 자료를 통해 구성해 봤다.

오일파크는 본격적으로 2012년 10월경 전쟁이 붙기 전부터 인천 중구 신흥동 47-1, 53-1 등을 담보로 많은 자금을 빌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1년과 2012년 3월 사들인 이 토지들을 담보로, △2월 A은행 B지점 144억원 △같은 달 미래저축은행 목동지점 130억원 △7월 A은행 B지점 82억8000만원 △9월 A은행 B지점 72억원 등이 설정됐다.

간단히 말하면 거대한 주유소로 재구성하겠다는 기획의 처음부터 본격적 영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A은행, 부수적으로 미래저축은행이 주요 자금을 댄 셈이다. 상업용 근저당 최고액은 실대출 대비 120%까지 설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여러 은행의 설명이므로 대략의 최대 대출 가능액을 추산할 수 있다.

작년 10월 초에 다른 금융기관들도 개입하지만 이는 오일파크유동화유한회사에 대한 대출로 신안저축은행 및 농협은행의 공동대출 100억원이라 위의 경우와 약간 성격이 다르다.

이와 관련 지점장 및 부지점장 등 A은행 B지점 관계자들에게 대출 적합성 등을 질문했으나 문제가 없다, 본점에서 승인을 받은 사안이라는 원론적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의 이야기는 개설 전부터 이미 수차례 경제성 등을 조사, 판단한 대출이라는 것이다. 또 C 부지점장은 조만간 만기도래하는 대출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3월인가 4월, 한 건인가 있는 것으로 안다(답변 시점은 3월26일)"며 "당연히 연장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이자 한 푼 밀린 적이 없는 고객이며 이 같은 대출 영업은 정상적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는 관점이다. 기름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에 대출금이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빌린 자금을 (오일파크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까지 간섭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A은행, 원성 감수 무리수… 지역업체들 일부 호락호락하지 않아

다시 일부 인근 주유소에서 제기하는 역마진 판매 논란 등 현재의 오일파크 영업 패턴은 일정한 시장점유율 분점으로는 이 같은 크기의 업소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런데 A은행 B지점으로서는 대출의 경제성에 수긍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결국 이미 거액의 대출 추진 과정에서 A은행 B지점 더 나아가 A은행 본점의 승인 체계는 인천 주유업계의 제로섬게임에 대한 '암묵적 동의 내지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해석 못할 바가 아니다.

   인천 오일파크의 영업장 전경. 동시 100대 주유 가능이라는 세간의 풍문이 일리있어 보이는 거대한 면적이다. = 임혜현 기자  
인천 오일파크의 영업장 전경. 동시 100대 주유 가능이라는 세간의 풍문이 일리있어 보이는 거대한 면적이다. = 임혜현 기자
   인천항 인근 주유소들의 모습. 사진에서 보듯 가까이에 서로 인접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최근 오일파크의 거센 공세에 시달려 일부 업체는 고사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상당수 주유소는 그간 쌓아온 지역밀착성으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기름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는 경우 오일파크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 임혜현 기자  
인천항 인근 주유소들의 모습. 사진에서 보듯 가까이에 서로 인접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최근 오일파크의 거센 공세에 시달려 일부 업체는 고사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상당수 주유소는 그간 쌓아온 지역밀착성으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기름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는 경우 오일파크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 임혜현 기자

B지점은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다. 다른 지역에 있는 일개 지점에서 전국에서도 물류량이 손꼽히는 인천항 인근 주유업계를 좌우할 초대형주유소 기획 작업에 막대한 역할을 했으니 무리수라고 요약하거나 본점 차원의 작업에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의혹을 사지 못할 바가 아니다. 또 이 같은 과정에서 일부 지역 업소의 원성은 영업성과를 위해 감수하겠다는 과감한 부동산 디벨로퍼 논리도 가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기름 전쟁이 빨리 끝나고 주변 상권이 정리됐으면 해피엔딩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부 중소형 업소들이 고전하는 등 상황이 길어지면서 오일파크로서도 무제한 저가 공세로 일관하기 어려워 가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피넷 등 관련업계의 각종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약 한달 반 전만 해도 추종을 불허하던 오일파크의 일방적인 가격 독주 경향은 현재는 일부 둔화된 상황(일각에서는 이도 노마진 상황일 것으로 추측하나)이고 이 틈을 파고드는 반격 움직임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인천항 초입에 있던 대형 주유소들은 지난해 늦가을부터 오일파크의 약점을 공략하는 식으로 이미 대응에 나서 왔다. 오일파크는 개장 당시 GS포인트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여타 판촉물도 모두 제거, 저가 공세에만 치중해 왔기 때문에 인천항 인근 업소 중에는 오일파크를 견제하듯 단골손님들을 중심으로 카드 할인이나 단골 할인 등의 명목을 주는 식으로 가격 보전을 일부 해 주거나, 아예 가격부터 오일파크 주유소와 가격을 맞추며 경쟁을 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이 경향이 더 강해지는 상황이다.

지역업체, 세 가지 패턴 분류: 타은행 현지지점과 긴밀한 곳 반격 경향 커
 
오피넷 등 관련업계 자료 등을 보면 현재 인천항 그 중에서도 오일파크와 근접한 거리의 주유소들의 가격 전쟁 패턴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이미 경쟁을 포기하거나 경쟁을 초월한 곳이 있다. 두 번째로, 사실상 같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치킨게임을 감수하는 곳도 있다. 물론 편의성 등에서 호불호가 작용하기 때문에 같은 가격을 제시해도 더 넓은 오일파크로 쏠릴 여지가 있지만, 이런 동일가격 제시 업소가 많으면 임의로 가격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기 때문에, 오일파크로서는 발목을 잡히는 셈이다. 셋째, 휘발유 경쟁은 포기하고 경유값 경쟁을 시도하는 곳이 있다. 이미 수도권 일원에서 기름을 넣으러 오는 자가용들이 생길 정도이므로 이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고 실속 있는 경유 전쟁만 치중하자는 판단을 택한 업체들이다.

또 하나 유의미한 해석 잣대가 있다. 버틸 돈줄이 과연 탄탄한 유지급이거나 오일파크+A은행까지는 아니어도 긴요한 자금원으로 금융기관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 여부다. 이전부터 돈줄 배경이 괜찮은 것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오일파크 설립에 즈음해 더 공격적으로 대출을 튼 경우다.

   오피넷을 통해 인천항 인근 주유소 거리 관련 자료를 검색해 보면, 이 주변의 업체들이 가격을 서로 낮추는 치킨게임으로 대결 중임을 알 수 있다(화면 좌측의 인천 중구 평균가와 그 아래 일부 주유소의 가격대를 비교해 보라). 프라임경제에서는 이들 인근 업체들 각각과 은행간 자금 상황을 등기부 저당 등을 통해 일부 구성해 봤다. ⓒ 오피넷  
오피넷을 통해 인천항 인근 주유소 거리 관련 자료를 검색해 보면, 이 주변의 업체들이 가격을 서로 낮추는 치킨게임으로 대결 중임을 알 수 있다(화면 좌측의 인천 중구 평균가와 그 아래 일부 주유소의 가격대를 비교해 보라). 프라임경제에서는 이들 인근 업체들 각각과 은행간 자금 상황을 등기부 저당 등을 통해 일부 구성해 봤다. ⓒ 오피넷

이 두 가지 관점에서 풀이해 보니,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우선 오일파크의 사전 정지 작업(부지 매입과 등기 처리, A은행 측의 현지 시장 조사)이 한창이던 시기에 다른 은행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금 마련에 나선 곳들이다. 일부러 일부 필지 등기를 늦추는 등 오일파크에서도 보안 유지에 신경을 썼겠지만, 일정한 조짐 감지가 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일부 지역 금융권 등에서도 이런 위기 요소가 감지된 상황에서 A은행과 반대편에 서도 충분히 맞불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는 뜻도 된다.

이런 업체들은 전면전 혹은 경유가 맞추기 대결을 시도하고 있다(이하, 유가는 모두 1일 오피넷 기준). 오일파크가 휘발유 1882원, 1679원을 제시한 상황에 태평석유 직영 동성주유소는 두 종류 모두 같은 가격을 제시하며 맞불을 질렀다. 이 주유소는 이미 오일파크 개장 초기에도 가격 맞추기를 시도한 것이 있고 한때 오히려 낮은 가격으로 공세를 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IBK기업은행 송도지점에 2012년 4월 30억원과 3억6000만원 근저당을 설정한 바 있다. 같은 케이스로 분류 가능한 인천항주유소도 IBK기업은행 인천항지점에서 그해 5월 7억원, 21억6000만원 두 건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이 업체는 경유가 맞추기를 시도 중이다.

두 번째 경우의 가격 대응 패턴을 살펴본다. 오일파크의 등장 조짐 감지와 상관없이 이미 지역의 은행권에 유대관계를 오래 갖고 오고 있는 업체들이다. 삼신주유소는 1985년부터 L씨가 땅을 사들인 이래 주인이 바뀐 적이 없는 유서 깊은 업소(2002년 주유소용지로 지목변경)다. 인천 구도심인 동인천에 있는 씨티은행 신포지점과 오랜 거래관계가 있다. 이 업체의 경우 가격 경쟁과 초연한 가격 패턴을 보인다. 우리에너지는 신한은행 시화중앙금융기업센터와 거래 관계가 있는데(비인천지역지점 거래 케이스) 근저당 최고액을 지난해 4월 감액하기는 했지만 거래를 2006년부터 이어오고 있다(가격 맞추기에 초연 혹은 포기).  경유, 휘발유 모두 가격 전쟁에 나선 항동주유소는 옛 한미은행 시절부터 씨티은행과 거래 관계가 있다. 씨티은행 인천기업영업부에서 직접 챙기는 것으로 봐서 큰 고객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한국2주유소는 IBK기업은행 인천지점과 근저당 거래를 갖고 있으며  경유를 오일파크보다도 더 싸게 파는 등 도전을 거세게 하고 있다.

셋째, 부동산등기 을구상으로는 큰 대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곳들이다. 애플트리오토피아, 한국주유소, 항동주유소, 인항주유소, 남항주유소 등이다. 이 중에는 일찍부터 지역에서 제법 큰돈을 갖고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거나 한 곳들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오일파크 가격에 민감하게 휘발유, 경유 두 종류에 모두 동일가 제시를 시도하거나 아예 마이웨이(my way)를 하는 등 양분된다.

기업은행 일부 지점, 항공모함급 업체 등장 미리 알고도 맞불?

이에 따르면, 지역에서 오래 거래하고 금융기관과 연줄을 갖고 있거나, 자신의 자금원이 탄탄한 주유소들을 중심으로 오일파크식 공세가 이어진 지난 반년을 견뎌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들은 오일파크의 유가 공세 그래프가 일부 주춤해진 방향을 보이자 바로 이를 올라타거나 하는 등으로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오일파크의 공격적 경영이 인근에 경쟁업체를 (거의) 남기지 않는 상황을 설정한 것이라면 향후 차질이 일정 부분 있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고 이 경우 A은행 B지점의 대출 모델 역시 장기적으로는 지금보다 변화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 와중에서 인천 지역에 진출한 여러 은행의 지점들이 주유소 사업주들과 갖고 있는 거래관계가 힘겨운 제로섬게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는지를 계량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적잖은 업체에 유의미한 동력원이 되는 것이 사실이고, IBK기업은행 몇몇 인천소재 지점들의 경우 우연찮게도 오일파크와 A은행 B지점이 사전정지작업 등을 진행하던 무렵에 거래업체에 자금을 공급하러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전적으로 우연히 이뤄진 대출이 아니라면, 이는 A은행이 잡은 초대형사업 파트너의 모델이 전적으로 시장을 장악하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한 것으로도 연결 지을 수 있다. 이는 한편 A은행 B지점이 자신 있게 주장하는 사업성이라는 것에 대해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도 간접적으로 연결 지을 소지가 돼 흥미롭다. 앞으로의 인천항 기름 전쟁에 금융이라는 관전 포인트를 갖고 가야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