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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인천항 기름잔혹사, 뒤엔 A은행이?

'엄청난 덩치' 파격적 가격에 인근 일부 주유소 사실상 경쟁 포기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4.04 07: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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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 제2의 항구이자 서울의 해양 관문인 인천항. 이에 따라 인천항에는 물류 수요가 많고 전국 각지에서 트럭 등이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항 인근(일반시민들에게는 차이나타운 부근으로 더 받아들여질)은 이들 차량의 젖줄을 공급하는 주유소들이 치열한 고객 유치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흥동3가는 과거부터 대형 주유소들이 여럿 자리잡고 있었는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인천 시내에서도 가장 큰 규모급인 가게들로(대형 트럭이 주유를 위해 정차, 주차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특정한 한두 곳이 길목을 장악한다기보다는 군웅할거하면서 나름대로 경쟁을 지속하는, 독과점 논리가 통하지 않는 황금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신흥동3가의 자유시장경제에 가까운 상황이 깨지면서 시장 교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의 중심에는 '축구장보다 넓은' 셀프주유소인 오일파크가 있다.

보기 드문 가격, 어마어마한 크기로 '규모의 경제'

이 업체는 신흥동3가에 위치하고 있다. 신흥동3가 53-1이 3034㎡, 그리고 인접 신흥동3가47-1이 6420.3㎡에 달하는 드넓은 대 및 주유소용지가 이 업체의 소유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화물차들로 주유 수요가 큰 인천항 인근 사진. 오일파크가 유가 할인 공세를 펴면서 인천항 주변 주유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일파크가 '제로섬게임'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화물차들로 주유 수요가 큰 인천항 인근 사진. 오일파크가 유가 할인 공세를 펴면서 인천항 주변 주유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일파크가 '제로섬게임'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경쟁에서 살아남는 주유소가 인천항 주변 물동량을 모두 차지할 것"이라는 풍문도 나돈다. = 임혜현 기자

이전에 제법 컸던 인근 주유소들의 공부상 면적을 보면, 신흥동3가 31-39의 모 주유소가  1490㎡, 신흥동3가 31-21의 경우 3398.4㎡다. 다른 업체와의 크기 비교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크기의 업체가 들어서면서 '당연히' 시장 장악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가격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바, 이로 인해 오일파크로 검색하면 다량의 관련 평이 쏟아질 정도다. 실제로 인근 A주유소 측 설명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기름을 넣으러 왔다는 손님이 우리 가게에 들렀던 적이 있는데… (정작 찾던 가게가 우리가 아니었다는 뜻)" 정도로 인천의 여타 자치구는 물론, 서울과 경기 일원에까지 기름값 전쟁이 붙은 인천항의 스토리가 퍼져나가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3월26일 현장 가격을 체크해 보니, 오일파크는 휘발유 1882원(리터당), 경유 1679원으로 판매 중인 상황에 인근 B주유소는 1972원, 경유 1679원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었다(오피넷 자료 기준 26일 인천의 경유평균가 1763원선). 당연히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대형 트럭 손님을 잡기 위해 경유만큼이라도 맞추자며 인근에서 제 살 깎기에 나서고 있다는 게 인근 주유소들의 증언이다.

이런 사정은 달이 바뀐 1일 1882원, 1679원을 제시하고 있으며, 인근의 C주유소는 1968원, 1768원으로 경쟁을 사실상 포기했다. D주유소는 1882원, 1679원으로 일부러 맞추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E, F 등 인근 주유소는 경유라도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몇 개의 주유소는 경쟁을 붙고 있으나, 이제 일부 주유소는 사실상 경쟁을 포기, 도태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오일파크가 정유사 직영도 아니고, 도저히 제대로 맞출 수 없는 선에서 가격 경쟁을 형성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무리 가게마다 기름을 공급받는 조건이 다 다르고 또 일부 큰 손들은 기름 선물을 구매해 저장해 놓고(지하 탱크에 쟁여놓는 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더 높인다고 하지만 그런 수준으로 제시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는 불만도 나온다. 누가 먼저 나가떨어지는지 밀어붙이기식 경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며 사실상 그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룡 같은 주유소로 이미 입소문이 난 인천 오일파크 전경(외관).  = 임혜현 기자  
공룡 같은 주유소로 이미 입소문이 난 인천 오일파크 전경(외관).  = 임혜현 기자
  초대형 주유소인 오일파크가 등장하면서 유가 할인전에 불을 붙여 인천항 주변 주유소업계 뿐만 아니라 수도권 일부 지역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다. 오일파크 인근 모 주유소의 사진으로, 업체 면적(크기)과 유가 알림판을 오일파크의 그것과 비교해 보면 경쟁이 녹록치 않음을 바로 짐작할 수 있다. = 임혜현 기자  
초대형 주유소인 오일파크가 등장하면서 유가 할인전에 불을 붙여 인천항 주변 주유소업계 뿐만 아니라 수도권 일부 지역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다. 오일파크 인근 모 주유소의 사진으로, 업체 면적(크기)과 유가 알림판을 오일파크의 그것과 비교해 보면 경쟁이 녹록치 않음을 바로 짐작할 수 있다. = 임혜현 기자

G주유소 관계자는 "몇 달새 이 경쟁 때문에 출혈이 크다. 2월 한 달에 3000만원 넘게 손실을 입은 걸로 정산 결과가 나왔다"며 울상을 지었다.

오일파크가 공격적 경영에 포문을 연 것이 지난해 가을. 이에 따라 지역 업소들은 지난 가을부터 치열한 제로섬 게임에 내몰리고 있다.

오일파크엔 죄가 없다, 하지만 은행은 '미필적 고의'로 주변 상권 살인?

이런 상황은 물론 현행법령에 저촉되거나 자유경쟁의 기본 논리에서 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는 적어 보인다. 피도 눈물도 없는 기름전쟁이 업주들에게는 괴롭겠지만, 소비자들의 복리를 극대화하는 상황이 되고 있을 뿐이라는 의견도 다수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영의 저변에는 은행권의 올인식 지원이 있었고 그렇게 때문에 정당한 게임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현재 오일파크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펼치기 전인 2012년 2월24일 A은행에서는 대형 대출을 일으켜 이 같은 항공모함급 주유소의 탄생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채권최고액 144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준 곳은 경기북부 지역의 A은행 B지점. 위에 적힌 두 필지를 공동담보로 했다. 한 곳을 먼저 잡고, 다른 곳을 추가하는 형식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144억원뿐이 아니다. 이 오일파크가 가격의 출혈이 우려되는 수준으로까지 기름을 본격적으로 팔아치우기 시작한 것은, 주유업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0월경. A은행은 이미 이전부터 준비자금에 해당하는 금쪽같은 돈을 들이부은 셈이며, 이후에도 72억원을 더 들여 다른 근저당을 설정해 준다.

결국 주변 가게들을 모두 죽여야만 타산이 맞을 만한 크기의 업체가 태어나는 일을 적극적으로 밀어줬으니, 오일파크가 시도한 '인근궁핍화 정책'에 A은행도 가담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도가 성공할지와는 무관하게 A은행이 지나친 경영 판단을 했다는 지적이 인천항 주변에는 비등하고 있어 앞으로 오일파크의 경영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