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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웰빙 먹거리와 신토불이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기자  2013.04.03 17: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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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옛 선현들께서는 후손들에게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 보약, 가장 좋은 보약은 제 철에 나는 나물'이라는 명쾌한 말씀으로 건강장수의 비결을 일러주셨다. 그런데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데 필요한 '제 철 나물 책'이 딱 나왔다. 농민신문사 기자로 20년 넘게 근무한 오현식 저자의 '약이 되는 산나물 들나물'이다.

   ⓒ 농민신문사  
ⓒ 농민신문사

먼저 나물에 대한 중요한 오해부터 풀고 가자. '동무들아 오너라/봄맞이 가자/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종다리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970~80년대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웠던 노래다.

이 노래 때문인지 대부분 어른들이 나물은 봄에만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엄동설한만 빼면 나물은 계절 구분 없이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물에 대한 반가운 정보 하나 얻고 가자. '암을 이긴 의사'로 유명한 홍영재 박사가 지독한 '가지나물' 편식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는 신문기사(네이버 검색, 중앙일보 2012년 4월9일)가 화제가 됐다.

홍 박사는 '가지'가 일등 항암식품인 과학적 근거로 보라색에 들어 있는 '파이토케미컬'이라는 식물 활성 영양소를 들었다. 그 기사 이후 시장 볼 때 가족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가지'를 찾는 주부들이 늘었다고 한다. (각자의 밥상을 은근히 살펴볼 일이다.) 신토불이. 저자에 따르면 우리 산야에서 나고 자라는 식물 중에 나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60~70 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 들나물 18 종, 산나물 25 종, 나무나물 7 종, 도합 50 종의 나물이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다. 우리가 실질적으로 먹을 수 있는 나물은 모두 다뤘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중에는 민들레나 쇠비름 같이 실제 한약재로 쓰이는 나물들도 많다.

해외교포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나물 고들빼기, 봄을 앞서 가는 냉이, 들나물의 제왕 달래, 천연 향수 더덕, 근심을 덜어주는 원추리 등 나물목록만 봐도 벌써 침이 입 안에 돈다. 대부분은 귀에 익숙한, 이미 한 번쯤은 먹어봤을 나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숙취 해독에 '근성 있는 미나리'가 최고라는 사실은 여러 실험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근접촬영(접사)한 나물 사진들과 함께 주 요리법, 영양분, 효능, 계절과 주산지, 재배법과 특성, 나물에 얽힌 스토리까지가 일목요연하면서 재미있게 정리되었다. '읽기 편한 나물도감'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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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요즘은 '꽃과 식물'에 대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등산이나 트래킹을 하면서 주변의 식물들을 '알고서 감상하는 것과 모르면서 그냥 보는 것'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런 공부에도 아주 유익하다. 부록으로 '전국의 가볼 만한 산나물 축제'와 '나물, 씨앗, 모종 판매하는 곳'이 붙었다.

이 책을 읽고 '나물과 요리'에 필이 꽂혔다면 예전에 이 칼럼에서 소개했던 조용옥 님이 쓴 '밥상을 차리는 작은 지혜(나남출판사)'를 세트로 읽는 것이 금상첨화가 되겠다.

프라임경제 칼럼니스트 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