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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자들 선관주의 의무, 금융환경 맞게 확장해야"

한국거래소 '증권분쟁 전문가 초청 세미나' 개최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4.02 17: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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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2일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증권분쟁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금융투자업자의 선관주의 위반과 책임의 범위'를 주제로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의 발표에 이은 전문가들의 패널토론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또한 이 자리에는 증권·선물회사 민원분쟁 담당자 100여명이 참석, 증권분쟁과 관련해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선물사에 접수된 불건전 영업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악성 분쟁은 32%나 증가했다.

◆"신인의무, 영미법에서 도입해야"

발표에 앞서 김도형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은 "금융상품이 전문화되고 복잡화되면서 이와 관련된 민원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투자회사는 보다 높은 수준의 선관주의 의무를 이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세미나에서 선관주의 위반의 책임 범위에 대한 충분히 논의를 통해 금융투자업계의 발전과 투자자 보호가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안수현 교수가 주제 발표를 통해 전문가적 지위에 있어 고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의무인 신인의무(Fiduciary duty)에 기초해 금융투자업자 의무와 과제에 대해 중점 설명했다.

안 교수는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신의성실의무'와 '투자자이익우선의무(충실의무)'를 통해 투자자보호를 위한 일반의무 규정을 두고 있으나 다양화·복잡화된 금융환경에 부합하도록 금융투자업자의 주의의무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또한 기존의 선관주의의무로서 커버하지 못하는 측면을 해결하기 위해 영미법의 '신인의무' 혹은 '수탁자책임'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신인의무는 다양한 의무의 원천이라고 말할 정도로 포괄적인 규범이며, 파생의무에 주의의무·충실의무·분별보관의무·자기집행의무 등이 존재한다"며 "본질은 수익자의 최선의 이익을 성실히 고려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일단 부인…법적 조치 필요"

패널토의에서 우선 법무법인 화우 소속 나승복 변호사는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선관주의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영미법의 신인의무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들이 금융투자업 규정 등에 도입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 변호사는 더불어 선관 의무가 추상적이고 법전에 명시된 규정의 한계 등으로 분정조정 사례를 책자로 엮어 유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시장감시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선관주의 위반의 책임 범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거래소  
김도형 시장감시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선관주의 위반의 책임 범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거래소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도 금융투자업계가 선관의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 금융투자업자들의 영업윤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 대표는 "금융투자 민원을 접하면서 증권사와 접촉해 보면, 대부분 어떤 잘못을 전면 부인하는 자세가 어떤 금융권보다 강하고 중재나 조정에 인색, 소송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올 들어 금융소비자원은 금융투자 관련 민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적 조치를 실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법행위에서의 과실 인정의 전제가 되는 일반적 주의의무에 관해 이제는 현재보다 법과 시행령, 규정, 약관 등에서 명확하게 기술해 문제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방지하려는 실질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업무 위축 '우려' 
 
반면 이명희 한화투자증권 상무는 금융투자업계 입장을 대변, 선관주의 의무관련 책임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금융투자업자의 업무 위축이 우려된다며 업무영역별·상품별 주의의무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상무는 "고객의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집합투자·신탁·일임의 경우와 투자중개의 경우 주의의무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상품별로 손실가능성이나 상품의 복잡성, 수수료 등을 고려해 주의의무를 세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금융위원회 소속 최유삼 금융소비자과 과장은 먼저 새로운 금융환경에 부합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그는 이 법안으로 금융사를 포함한 모든 판매채널이 금융상품 판매 시 구매권유단계에서부터 준수해야 할 행동규범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억제하고 판매 전 과정에 걸쳐 자율적 판매준칙을 개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최 과장은 "금융교육, 정보제공, 분쟁조정 등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제도가 개별법상에 산재돼 있었는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경우, 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 일관된 제도운영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시장감시위원회는 향후에도 시장에서 이슈가 되는 분쟁유형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투자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을 제고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