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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년 기념식 이팔성 '민영화'론, KB 향한 것 아니었나?

내부단속 발언 해석도…사령탑 위상 제고 '어느쪽이든 득'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4.02 16: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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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팔성 우리금융그룹(053000·회장 이팔성)이 창립 12주년 기념사에서 "그룹의 민영화야말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필수조건이며,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이뤄나가야만 하는 중차대한 과제"라고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 회장은 최근 강만수 산업은행장 사임 이후 거취 문제로 주목받아 왔다. 우리금융은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이력이 있어 예금보험공사 지분이 아직 남아있고, 이로 인해 정권 초 인사태풍 상황에서는 공기업이나 다름없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이번 발언으로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에서 가장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 관계자이자 해당 기업의 수장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민영화 없이 일 안 돼" 절박함 호소

이 회장은 "그룹의 완전한 민영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확고한 국내 1위 금융그룹은 물론 글로벌 선진 금융그룹으로의 성장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우리은행에서 우리카드가 성공적으로 분사한 직후 나온 것으로 어떤 배경을 깐 발언으로 읽힌다. 즉 우리카드 분사 과정에서 보듯 당국의 심기를 다른 금융그룹보다 더 많이 살펴야 하는 입장은 시장에서도 잘 확인한 것이고, 이런 배경과 상황에 대한 공감대와 이해가 형성된 가운데 민영화라는 가장 큰 이슈에서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의도한 것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이 회장은 아울러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미래 대한민국의 금융지형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말해 민영화의 '방식'에 대해서도 일정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읽힌다.

일괄매각, 결국 답은 KB와의 결합?

이 회장은 그 동안 민영화에 대해 여러 번 의견을 언론에 피력해 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내정자 시절 이미 "우리금융 매각은 국민주 방식을 빼고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2012년 6월 나온 "우리금융이 민영화가 돼 성장할 수 있고,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어떤 형태의 민영화도 반대할 의사가 없다"는 이 회장 발언 중에서 민영화는 사실상 제외하는 게 낫다는 풀이가 나온다.

2012년 7월 '새 판 짜기' 발언에 이어, 이 회장은 2013년 연초에는 일괄매각(일부 자회사를 분리해 매각하는 이른바 분리매각에 대응한 개념)이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을 인수할 혹은 합병할 파트너군이 국내에 별로 없다는 문제가 남는다. 산업은행은 민영화에 제동이 현재 걸렸고, 결국 KB금융그룹이 가장 유력한 후보 아니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이 회장의 의중을 추측하기 위해 오래 전 발언 중 일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한국 금융사 최초의 금융지주사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한편, 공적자금 투입으로 탄생했다는 과거도 안고 있다. 12주년 기념사에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민영화론을 다시 꺼내들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주목된다.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우리은행 본점= 임혜현 기자  
우리금융그룹은 한국 금융사 최초의 금융지주사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한편, 공적자금 투입으로 탄생했다는 과거도 안고 있다. 12주년 기념사에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민영화론을 다시 꺼내들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주목된다.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우리은행 본점= 임혜현 기자
이 회장은 노르디아뱅크의 민영화 사례를 들며 민영화 방법보다는 민영화의 성공 여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 바 있는데, 이 과정을 살펴보는 게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즉 스웨덴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은 노르디아뱅크는 △자사주 △블록세일 △국내 합병 등 모든 가능성을 동원했지만 민영화에 난항을 겪었다. 이 회장은 과거 언론에 "(노르디아뱅크는) 나중엔 덴마크·핀란드·스웨덴 등 국경을 뛰어넘는 3개국의 은행과 합병해 민영화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KB와 우리가 합쳐지는 경우의 몸집 문제 특히 과거 한때 유행한 '메가뱅크론'을 떠올리면서 이에 백안시하는 의견은 희석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다만, KB가 현재 자신의 'CEO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12주년 기념사 중 민영화 발언은 그냥 회사 내 내부정치용으로 보는 게 타당할 여지도 있다.

2일 기념사 발언 중에서 이 회장이 "1등이 아니면 쉽게 기억되지 못하는 치열한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한 점은 현재 방만한 운영 상황에 대한 내부적 경종으로 볼 수 있다.

또 지난 번 우리금융 구성원들에게 줄대기 등 인사청탁을 하지 말라고 이 회장이 직접 편지를 쓴 점을 감안할 때는, 이번 발언은 심기일전을 통해 어느 방식으로 민영화가 추진되든 가장 적합한 준비 상황을 만들어 달라는 '내부를 향한 주문'이라는 쪽에 방점을 찍을 여지가 있다. 다각도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굳이 던진 이유는 어느 쪽이든 이 회장으로서는 존재감 각인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