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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주식시장, 살아남는 자가 강한자다

"배멀미 피하려면 수평선 너머 길게 봐야"

이동윤 현대증권 시화지점장 기자  2013.04.02 07: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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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은퇴를 선언한 정치인으로 '첨맘'이라는 인터넷 닉네임을 사용하는 분이 있다. 첨맘은 처음의 마음, 즉 초심이라는 뜻이라는데 정치인으로서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참으로 그럴듯한 닉네임이다.

우리는 흔히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을 한다.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뭔가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이런 조언은 적잖은 위로가 된다. 인생이라는 것이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기에 한결같은 꾸준함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람인지라 처음의 마음을 한결 같이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세상에는 노력하는 사람과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초심을 잃어버린 채 조급한 마음으로 성과에 집착하는 것이 가장 문제다. 처음 시작할 때 누구나 거창한 결심을 하고 의지를 다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은 금방 싫증을 내고 도중에 포기한다. 다양한 핑계와 변명을 늘어놓으며 중도 포기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일례로 눈덩이를 굴릴 때 처음에는 좀처럼 크기가 늘지 않아 짜증스럽다. 손도 시리고 날도 차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하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갑자기 변화가 생기는 시점이 찾아온다.

증기 기관차도 처음에는 아무리 석탄을 넣고 풀무질을 해도 어지간해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지루하지만 꾸준히 풀무질을 계속하다 보면 100도에 도달하는 순간 물은 끓고 212도가 넘으면 그 육중한 동체가 움찔하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오히려 멈추는 게 쉽지 않다.

누구나 처음에는 일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 지루한 느낌도 들고 싫증도 생긴다.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여유 있는 마음을 갖고 꾸준하게 하다보면 내부에 에너지가 축적되면서 어느 순간 도약의 시점에 도달하게 된다. 그 시점부터는 딱히 애쓰지 않아도 일은 저절로 진행된다.
 
"세상에 마법이 있다면 그것은 단 하나, 바로 계속하는 힘이다." 일본 최대 여성용품업체인 유니참의 다카하라 게이치로 회장이 한 말이다. 그는 45년 동안 CEO로 재직하며 회사를 일본 최대 여성용품과 아기기저귀 회사로 키워 낸 인물로 일본 경제단체인연합회 부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계속하는 힘'이란 꾸준히 일을 추진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꾸준히 노력하고 '계속하는 힘'을 키우는 과정에서 기회를 만나고 또한 도약을 하게 되는 것이지 갑작스러운 행운으로 성공을 얻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 역시 일희일비를 지양해야 한다. 주식시장은 풍향이 마구 바뀌는 난바다와 같다. 역풍이 불기도 하고 순풍이 불기도 한다. 역풍을 만났다고 낙심할 필요 없고 순풍을 만났다고 희희낙락해서는 안된다.

역풍은 언제든 순풍으로 바뀔 수 있고 순풍 역시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역풍으로 바뀔 수 있다. 투자자들은 평정심을 잃지 않은 상태로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지 않고 패배의 쓰라림에 절망하지 않으며 머물러 있지 않고 항상 변화해야 한다.

흔히 나라를 번성시킨 원인이 결국 멸망으로 이끈다고 한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현명한 사람이 실패할 때는 바로 그 '현명함'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현명한 사람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고 사물의 실체를 꿰뚫어 볼 수 있기 때문에 최단거리를 선택하기 쉽다.

그들은 더 빠른 길로 가기 위해 내용보다는 수완과 요령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 '간단한 일이니까'하고 방심하다 신용을 잃고 마는 경우도 있다. 현명함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다.

주식투자는 꾸준하고 우직함을 요구한다. 첨단 정보통신 기기가 전달하는 정보는 거의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그로 인해 투자결정 역시 대단히 빠르고 조급해지고 있다. 머물러 있을 여유가 없다. 빠르게 성과가 나오길 바라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 때문에 쉽게 좌절하고 불안해하고 조급해 한다. 일주일도 장기투자라는 증권가의 한탄은 괜한 말이 아니다. 개인투자자가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매매를 반복하다 보면 사람은 저절로 평정심을 잃게 된다. 손실을 보든 수익을 내든 관계가 없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높은 파도가 치는 바다 위에서는 당연히 배멀미에 시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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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멀미를 피하려면 눈앞의 파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멀리 수평선을 응시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나설 때 우리는 비로소 평정심을 회복할 수 있다. 평정심을 되찾은 상태에서 변화무쌍한 차트의 순간적인 움직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주식시장에서 꾸준함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투자는 오늘 하루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러갈 때와 나아갈 때를 가늠해서 긴 호흡을 유지하며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도약의 시점이 온다. 물 끓기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다 해서 95도에서 멈춘다면 너무 아쉬운 일이다. 

이동윤 현대증권 시화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