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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인 배임죄 적용, 큰 틀에서 보면 어떨까?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4.01 18: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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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기업인의 경영행위에 적용되는 배임죄 완화를 포함한 상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함에 따라 기업인의 배임죄 적용 논란이 재점화 됐다.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면 비록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내용이다.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사실 기업인의 배임죄 적용은 일찌감치 논란의 대상이었다. 배임죄의 기준이 모호하고 대상이 폭넓어 기업인을 범죄자로 내모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배임죄에 대한 판결도 종종 엇갈렸다. 같은 사안이라도 판사의 판단에 따라 배임죄사 성립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배임죄가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총수의 경영상 판단을 막는다고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던 재계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반기는 눈치다.

10대 그룹 총수 중 절반이 이미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았다는 사실은 '걸면 걸릴 수밖에 없는' 배임죄의 부작용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억울한 죄인이 양산될 수도 있는 구조인 셈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배임죄 혐의로 법정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외환위기 이후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부실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정상적인 계열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김 회장의 배임죄 적용 이유였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 특성상 이사회가 객관적·독립적 기능을 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경영판단이라는 이유로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어떤 배임에 대해서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배임죄가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총수의 경영상 판단을 막는다는 재계의 목소리에 귀가 쏠린다. 오죽하면 재벌 총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배임죄'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

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기보다 현금을 쌓아두고 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일부 기업을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임죄의 광범위한 적용이 신규 사업 추진이나 채용 등 주요 경영현안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배임죄 적용 완화에 찬성표를 던지는 이유는 또 있다. 배임죄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법률이 아니다. 독일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증권거래법에 명기, 형법에 규정된 업무상 배임죄의 무분별한 적용을 막고 있고, 일본 역시 손해를 끼칠 의도가 명백한 '목적법'으로 처벌 대상을 제한, 경영상의 판단을 존중한다. 미국은 아예 배임죄 조항 자체가 없다. 민사로 다루면 될 문제를 형법의 테두리에 넣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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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기업인의 배임 문제는 형사처벌보다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결과적으로 기업인의 배임죄 적용을 완화하는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은 구제수단을 강화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제, 기업인의 배임죄 적용 완화를 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