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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활절, 조윤선 그리고 김지선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3.31 12: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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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여성 일자리에 관련해 의미있는 발언을 했고,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에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며 화답해 눈길을 끈다.

이날 여성가족부와 함께 보고에 나선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여성과 청년층 일자리 확대에 집중함으로써, 박 대통령 임기인 2017년까지 매년 47만6000개씩 모두 23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최근 10년간 62~64%대의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15∼64세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는 쉽지 않은 목표다. 어느 분석에 따르면, 이 목표를 위해 남성 고용률은 3.2% 포인트 올리면 되지만, 여성 고용률은 8.4% 포인트를 올려야 하고 이는 160만명 이상의 새 일자리를 찾아주는 문제가 된다고 한다. 일단 고용노동부는 이를 위해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연령을 현재 6살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로 확대해 여성들의 일자리 유지를 뒷받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독려가 의미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흔히 여성 정책은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여성이 차별없이 사회와 경제 활동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과 '여성'이라는 두 문제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간 '협업'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점에서 조 장관의 "일단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경우에는 새 일을 찾아줄 수 있는 그런 '새일센터'를 확충하겠다"는 보고 발언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청와대와 여성가족부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함께 여성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 보여준 관심은 그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부활절 주일(올해는 31일)에 즈음하여 나왔다는 점에서 더 감회가 새롭다.

1978년의 부활절은 아직 그늘에 있던, 여성의 노동 문제가 터져나온 안타까운 날이었다.

이른바 '부활절 예배 사건'이라고 공안사건사에 기록된 이 문제는 동일방직이라는 곳에서 나이어린 여공 120여명이 부당해고당했다는 논란과 관련돼 있다. 그러나 고 박정희 대통령의 철권 통치 시대이던 당시에는 이런 일은 제대로 언론 보도가 되지 않았고, 그런 와중에 일부 젊은 노동자들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부활절 예배 광장에 가서 마이크에 대고 좀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예배 중에 마이크를 탈취해 사건 내용을 시민들 앞에서 폭로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당시 이 사건으로 구속돼 6개월 가량 복역한 이 중에는 훗날 '인천 여성의 전화'를 창립하는 등 노동운동계와 여성운동계의 대모로 성장한 이가 있었다. 서울 노원병 재보선에서 진보정의당 깃발을 들고 출마하려고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는 김지선 예비후보가 바로 그 1978년 사건의 노동자 김씨다. 김 예비후보는 1983년에는 노조 활동 방해 공작을 밝혀내 폭로하는('인천 블랙리스트 사건'이라고 부름) 등 노동계의 숨은 문제, 그늘진 곳을 집중적으로 감시, 당국을 곤혹스럽게 한다.

그로부터 불과 40년이 못 돼, 그 '박통'의 영애인 '또다른 박 대통령' 시대에 우리는 청와대와 정부의 주무부처들이 여성의 일자리를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얻게 됐다.그리고 부당한 해고 사정을 널리 알리겠다고 나섰다가 끌려간 어린 여성 노동자가 이젠 당당히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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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수준의 정치와 사회 구조를 이제 우리 대한한국이 갖게 됐다.

약 40년 사이의 두 부활절 풍경, 이 간격은 어디서 오는가. 그리고 누가 만들었는가.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는 '이적'만큼이나 놀라운 '한강의 기적'이다. 31일 부활절, 이런 날 우리가 생각해 볼, 그리고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가치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