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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주유소 대출 잔혹사, 언제 풀릴까

과거 영광 쇠락, "아직 상황 안좋지만…" 경매쪽부터 꿈틀?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3.29 16: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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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부동산 근린시설 중 주유소 관련 대출에 대해 몇몇 은행의 이야기를 들어볼 일이 있었습니다.

요새는 주유소 물건의 감정가 대비 몇 %나 근저당을 설정하고 대출을 하는지와 관련, A은행과 B은행은 물론 어느 지방이냐에 따라 다르고 위치 등 여러 조건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과거보다는 아무래도 줄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목욕탕 등) 기타부동산으로 (함께) 분류해 따로 주유소만 통계를 내지 않는다"며 완곡히 수치 언급을 거절한 은행(C은행)도 있었습니다. D은행은 사실상 요주의 업종으로 봐 대출을 중단하다시피 했다는 후문입니다.

한때 주유소 토지·건물 가치의 70~80%도 줬다는 설은 지금은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주유소는 지역 유지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은행계에서 대출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2010년경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뚫기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각종 SOHO(자영업자) 대출로 은행 영업의 방향이 전환되기도 한 사정과 맞물려서 함께 진행된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가 마지막으로 타오를 때 확 커다란 불꽃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요? 지금의 상황은 일단 주유소 산업계가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주유소 관련 대출은 시대적 상황 변화에 따라 많은 부침을 겪어 왔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내용과는 직접 관련 없음. = 임혜현 기자
업계에 따르면, 작년 폐업한 주유소는 261개소. 일각에서는 이미 주유소가 너무 많아서 일종의 자정 작용으로 한참 더 줄여야 한다는 소리도 나옵니다.

위의 C은행 관계자는 "주유소 같은 경우 내놓은 물건이 많았다. 벌써 좀 됐다"며 관련 산업계가 잘 안 되기 시작한 조짐을 은행권에서 눈치채면서 판도가 바뀌었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근래에 관련된 대출을 출시했던 어느 은행에서는 판매고가 너무 좋지 않아 실망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를 종합하면 일단 당분간은 주유소 관련 대출이 눈에 띄는 아이템이 되기는 어려워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럼 이런 사정은 언제쯤 전환될까요? 일단 주유소가 경매에 나오면 그래도 어느 정도 흡수되는 것 같기는 합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이 지난해 전국의 모든 법원 경매물건을 대상으로 종류별 평균 유찰 횟수(경매에 임자가 나서지 않아 다음 경매를 또 불러야 하는 일)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3월 발표), 이 횟수가 적은 것은 '아파트'였다. 아파트는 평균 1.31회 유찰 후 낙찰됐습니다. 이외에 상위를 차지한 것들을 몇 가지만 보면 주상복합 아파트(유찰 1.43회), 과수원(1.44회)와 근린주택(1.46회), 오피스텔(1.52회) 등의 비율을 보였다고 합니다. 집지을 수 있는 용도의 '땅'인 대지는 1.63회. 이에 비교해 주유소(1.82회)가 뒤를 이었답니다. '그나마' 평균유찰횟수 2회를 넘기지 않아 상위권으로 조사됐다는 평입니다.

또 주유소는 감정가 대비 실제로 얼마에 낙찰되는가를 보여주는 비율인 낙찰가율에서도 선방한 것으로 보입니다. 29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해 법원 경매장에 나온 근린시설 물건 중 서울·수도권에서는 상가주택(근린주택)이, 지방에서는 아파트상가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답니다. 주유소는 수도권은 70.62%, 비수도권은 78.15%를 보였답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운 건지, 시장의 현재 분위기는 겨울이지만 봄을 기대하며 꿈틀대는 움직임이 있는 건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후자라면 주유소 관련 대출도 다시금 새로 조명되고 조건도 나아지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