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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등 사외이사 선임 주총, 신한지주 갈 길은?

전산오류 사태 이후 심기일전 계기될까 주목…어깨 무거워져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3.28 13: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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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한금융지주(055550)가 28일 주주총회를 무사히 치른 가운데, 앞으로 신한지주 그리고 신한금융그룹이 갈 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주주총회는 배당안 처리 외에도 사외이사 선임 및 재선임을 처리하는 자리였다. 주주총회는 사외이사로 고부인 산세이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아울러 재선임안을 처리해 △권태은 전 나고야외국어대 교수 △김기영 광운대 총장 △김석원 전 신용정보협회 회장 △남궁훈 전 생명보험협회 회장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 △이정일 평천상사 대표 △ 히라카와 하루키 국제개발 대표 △필립 가니에 BNP파리바 본부장은 다시 사외이사로 일하게 됐다.

재일교포 몫 그대로 유지 의미는?

이 중에 고·권·이·히라카와 이사는 재일교포다.

일부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이 재일교포 사외이사의 비중을 줄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했다. 하지만 조직에 변화보다는 안정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현재와 같은 안이 마련, 이것이 공감대를 형성해 주주총회에서도 그대로 통과된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그룹의 모태가 된 신한은행이 출범할 당시부터 재일교포 집단과의 유대는 각별했다. 재일교포들의 자금으로 설립된 점은 신한은행의 특징이었다. 과거에 주요 은행들이 민영화되기는 했지만 아직 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 이 같은 재일교포라는 '방패'가 갖는 이점을 한껏 활용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국의 요구나 압력을 물리치는 면에서 이 같은 요인을 잘 활용했고 그 덕에 진정한 '민간은행'으로 기능하면서 성장세를 계속했다. 그 결과 1983년 설립된 후발주자이면서도 내실을 쌓았고, 조·상·제·한·서의 은행 5대 천황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와중에서 금융권의 새 중심권으로 진입했다(제일은 영국계인 SC로 피인수됐고, 한일과 상업은 합쳐져 우리은행이 됐다. 조흥은행은 신한은행과 합쳐졌다. 서울은행은 하나은행으로 넘어갔음).

이런 재일교포 집단의 이점을 잘 아는 신한금융그룹으로서는 현재 정권 교체 초기에 금융권이 겪을 수밖에 없는 여러 파장, 또 국제금융의 불안정(바젤III시대 준비 등)과 국제경제의 어려움(세계적 경제침체) 등을 감안, 안정적 경영의 파트너로 이들을 현재처럼 안고 가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남대문로 신한금융지주 본사·신한은행 본점 전경. = 임혜현 기자
최근 강만수 산업은행장 사퇴 결심 등 금융권은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이 문제로 정부 지분(공적자금 투입 문제로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이 남아 공기업이나 마찬가지인 우리금융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KB금융그룹 역시 최고 수뇌부와 전 정권과의 친밀성 문제로 '회장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와중에 현재 한동우 회장 체제 2주년을 맞는 신한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하나금융그룹도 김정태 회장 체제로 바뀌어 마찬가지로 태풍에서 한 발 비껴서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 곳은 외환은행 인수 후폭풍 문제라는 숙제를 안고 있어 신한과는 사정이 좀 다르다.

2주년 한동우號, 안정 속 번영 好機 잘 살릴까?

2012년 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은행지주회사별로 보면 신한지주가 2조378억원으로 이익규모가 가장 크고 하나(1조3842억원), KB(1조3826억원), 우리(1조2842억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을 모르지 않는 신한으로서는 호기를 놓칠 수 없고, 그 가능성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일교포 사외이사들과의 스킨십 더 나아가 재일교포 집단과의 유대감 유지를 할 필요가 크다. 이번 주주총회는 그런 관계망의 관리 예술이 표출되는 마당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과제가 있다. 이런 서울측 속내를 모르지 않는 재일교포들이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거나 응원을 보내줄 것이냐는 문제다. 좋은 파트너로 유지를 당분간 하겠지만 지분을 더 줄 수는 없다는 게 서울쪽 의견의 두 축이라면, 재일교포들은 지난 번 고위층 대거 퇴진 압박 때처럼, 언제든 문제를 일으키면 서운함을 크게 표출할 여지가 있는 상태로도 볼 수 있다.

우선 해프닝처럼 터져 나오기는 했지만, 이번 주주총회장에서 한 재일교포가 한 발언 속에는 신한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내지는 과제)가 정확히 함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재일교포는 "요즘 재일교포들의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재일 주주 전체의 입장을 이해하는 사외이사를 재일동포가 선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요즘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 사후 신한은행이 과연 재일교포가 만든 은행인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든다"고도 말하고 "현재의 파벌을 다 없애 융합된 신한은행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최근 일어난 전산장애보다도 어쩌면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신한은행의 모태를 제공했지만 이후 재일교포들의 지분은 계속 줄어 현재 약 20% 선으로 알려져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과의 의사 연락의 끈끈함이나 이른바 '몫' 문제는 아무래도 지금보다 더 약해질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이들에게 파벌 등 문제가 없는 가장 좋은 은행을 만들어줄 과제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분기점이 아니냐는 점에서 갈무리와 앞으로의 양자간 관계를 새로운 전기로 승화할 수 있게 잘 대응해야 할 필요가 높다.

이는 아울러, 한 회장이 지난 2년간 일궈온 경영적 성과도 있었지만 앞으로도 요구 조건과 기대치는 그 이상 클 것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시장'의 반응과 요구도 이런 재일교포 주주총회장 발언과 유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근래 신한은행에 대한 최근 사이버 테러가 있었지만, 1시간35분만에 모든 업무를 정상화시켰고 고객의 데이터 손실이나 정보 유출은 없이 문제를 종료시킨 바 있다. 이런 저력을 신한금융그룹이 계속 모든 영역에서 발휘해 나갈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런 요구가 나온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주주총회는 방패를 얻은 자리인 동시에, 숙제를 얻은 자리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