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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들 실손보험 판매중단… 절판마케팅 대비하느라?

보험사 "많이 팔려도 눈치 보여" 영업현장 불만 폭주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3.27 17: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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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 A씨는 최근 실손보험에 가입할 계획으로 보험설계사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그런 다음 A씨는 다른 회사 상품과도 비교할 생각으로 설계사에게 이후 연락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난 뒤 A씨는 설계사에게 '실손보험에 가입할 생각이 있다면 전산이 마감되니 오늘 가입을 해야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달 안에만 보험에 가입하면 되는 줄 알았던 A씨는 상담을 진행한 상품이 마음에 들었음에도 결국 다른 회사 상품을 알아보기로 했다.

보험사의 회계연도가 바뀌는 4월이 약 한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실손보험 가입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등 일부 손보사는 4월 변경되는 실손보험의 계약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26일, 메리츠화재는 27일부터 실손보험 신규계약을 중단한 상태다.

더구나 이들 보험사는 설계사와 소비자들에게 사전안내 없이 가입신청을 중단해 갑자기 상품모집을 할 수 없게 된 설계사들과 가입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발표한 실손보험 개선책에 따라 4월부터 실손보험 상품은 만기가 기존 100세에서 최대 15년으로 축소된다. 또한 보험 갱신주기도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단축되며 입원의료비 본인부담금도 90%보장과 80%보장 상품으로 나뉜다. 갱신주기가 단축되고 보장이 기존보다 축소되지만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상품이 구조 변화와 보험료 인상 요인을 두고 다수의 보험사들은 설계사 수당을 높이는 등의 방법을 동원, 기존 상품에 대한 절판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3월초 보험사와 보험독립판매대리점(GA)에 대해 절판마케팅 주의보를 내렸다. 또한 보험 갱신 시 실손보험료를 인상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금감원의 감시에 보험사들은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도 과도한 절판마케팅으로 보일 수 있어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입장이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등은 상품계약이 폭주하자 기존상품 신규가입과 관련 전산을 막아놓았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의 일방적인 가입중단 조치로 실손보험 판매가 막힌 설계사들과 가입을 계획 중이었던 소비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 보험설계사는 "계약이 폭주했다는 이유로 현재 가입서류를 받아온 계약까지 가입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고객 문의가 많은 상황에서 보험가입을 받을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실손보험 판매가 급증해 과열된 만큼 불완전판매가 이뤄질 수 있어 사전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변경되는 부분이 있지만 기존상품과 큰 차이는 없다"면서 "절판마케팅이 벌어진다면 나중에 소비자 불만 등 후폭풍이 더 큰 만큼 과열된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3월 영업일이 3일 남은 만큼 일부채널에서는 판매를 허용하는 등의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메리츠화재 또한 금감원 권고조치가 있었던 만큼 실손보험 판매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회사도 상품이 많이 팔리면 물론 좋지만 지금은 목표수치를 너무 많이 넘은 상태여서 판매 속도를 조절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판매가 잘 되는 시기라 영업현장에서도 가입중단에 대한 항의가 많다고 들었다"면서 "하지만 소비자보호가 가장 중요하고, 보험사도 금감원의 권고사항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