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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과 주식' 조합 결과는? "알면서…"

'황 마담' 엔터기술 퇴출, 상폐 전조 파악 후 추격매수 유혹 '결국 개미만 손해'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3.27 14: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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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두 달 이상 주가변동이 없는 종목이 있다. 지난 1월초 거래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거래정지는 증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변수지만 이 종목은 따로 언급할 만한 재료를 갖췄다. 1월8일 종가 312원을 기록한 이후 상장폐지에 이른 엔터기술(068420) 얘기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26일 "상장위원회가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의 투명성 또는 코스닥시장의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엔터기술의 상장폐지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고 공시했다. 엔터기술은 28일부터 4월5일까지 7거래일간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6일 상장폐지된다.

이에 따라 2003년 7월1일 우리투자증권의 주선으로 십년 남짓한 기간 코스닥시장에 머물렀던 노래방기기 제조사 엔터기술은 '연예인과 주식의 조합은 실패'라는 공식을 다시 한 번 투자자 뇌리에 각인시키며 거래소 상장사 리스트에서 빠지게 됐다.  

   
'황 마담'으로 유명세를 탄 개그맨 황승한이 최대주주로 있던 엔터기술이 결국 횡령, 실적 악화 등의 악재가 겹치며 10년간 멤버로 있던 코스닥시장에서 퇴출을 앞두게 됐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알면서"라는 유행어로 '황 마담' 캐릭터를 내세웠던 개그맨 황승환(본명 오승훈)씨가 최대주주로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엔터기술의 상장폐지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횡령과 공시지연,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 교체, 지속적 소액규모 자금조달, 실적 악화 등의 전조가 이를 뒷받침한다.   

당장 몇 개월간 전후 상황만 놓고 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난해 12월 경기지방경찰청은 업체 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일당과의 공모혐의로 오승훈씨를 불구속 입건했고, 이 과정에서 '바지사장' 역할을 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1월21일 이영호 전 대표이사를 비롯해 신승수, 이일규, 이영수 전 사내이사 4명의 62억원 규모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및 대출원리금 연체에 따른 부동산 가압류 결정 관련 공시를 미뤄 지난달 15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0일에도 코스닥시장본부는 공시를 통해 엔터기술에 대한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회의 심의 결과 기업계속성 및 경영투명성 등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응해 엔터기술은 개그맨 황승환(본명 오승훈)씨를 최대주주에서 내리고 대표이사까지 신규선임하는 등 나름의 자구책 마련 후 이달 5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퇴출 기로에 놓이게 됐다.

특히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나온 후 '슈퍼개미 출현' 루머가 번지며 나흘간 주가가 35% 이상 급등,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처럼 연예인이 이슈가 되는 종목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2006년 배우 하지원은 스펙트럼DVD, 2009년 가수 태진아와 배우 견미리는 로이(에프씨비투웰브)의 주가 조작과 관련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2009년 개그맨 신동엽은 팬텀엔터테인먼트 퇴출과 관련해 곤욕을 치렀다.

2010년 '국민 MC' 유재석의 결별 선언으로 관심을 모았던 스톰이앤에프(옛 디초콜릿)는 당시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개그맨 강호동을 구설에 올렸고 가수 비(본명 정지훈)는 2010년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이튠엔터 보유주식을 전량 장내매도해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 기업들은 횡령, 자본잠식 등의 사유로 상장이 폐지됐거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명을 바꾸는 등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거물급 MC 강호동과 신동엽도 투자하는 종목마다 위기에 처해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연예인과 엮인 종목에 대한 투자의 경우 항상 심리적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증권사 엔터 담당 연구원은 "연예인의 이미지와 투자는 별개의 관점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며 "연예계 소문난 고수들은 자신의 투자를 알리는 경우도 없고 직접 일선에 나서는 일도 거의 없어 사람만 보고 투자에 나서는 개미들만 결국 피눈물을 흘린다"고 충고했다.  

엔터기술의 경우만 놓고 보면 연예인 관련 건을 제외하더라도 주가 추이에서도 위험성을 보였다는 설명까지 보탰다.

이 연구원은 "엔터기술은 증권카페 등 주식동호회에서 단기차익을 노린 추격매수까지 부각됐는데 이는 결국 덫에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일반적이지 않은 주가 변동추이를 보인다면 가장 최근 실적과 향후 실적예상치를 보면 판단이 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엔터기술은 지난해 매출은 204억원으로 14.3% 감소하고 당기순손실은 90억원을 기록하는 등 영업손실 48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커졌다고 지난달 21일 공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