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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남신 비정규직센터 소장 "비정규직, 당사자 권리 인식 중요해"

생명수당 내포 등 비정규직 우대하는 유럽식 마인드 필요

이종희 기자 기자  2013.03.26 14: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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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제불황에 대한 국민들의 실질적인 체감은 '일자리'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풀리지 않은 경제불황 탓에 일자리 구하기 또한 쉽지 않은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올해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사회적 약자 편에 서겠다고 약속하며 국민을 위한 일자리정책을 제시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과 환경,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과연 이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이남신 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사내하청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 문제는 해결 방법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의 실태를 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나서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이 소장은 "민간 부문 거대 기업군은 '나쁜 일자리'를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남용, 악용해 온 게 비정규직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며 "노동 운동은 정규직 중심으로 이뤄져있어 비정규직 노동 운동은 다소 힘이 부족하다. 또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2% 내외밖에 되지 않는 등 조직률이 낮아 스스로 자구책을 찾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에 우리가 돕고 있다"고비정규노동센터 운영 취지를 밝혔다.

다음은 이남신 소장과의 일문일답.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규직 관련해, 2015년까지 공공부문에 상시·지속 업무 하는 비정규 노동자를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그 공약은 간접 고용 형태는 포함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는 전환 사례가 많아 공공부문 정도는 전환하는 것이 대세가 된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민간 부문 비정규직이다. 선량한 의지를 가진 사용주가 알아서 전환하는 것 외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강제·추진할 방법이 없다.

사례로 현대차는 사내하청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비정규직에게 불법파견을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2년이 찬 비정규직에게 정규직 전환을 해줘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꼼수를 쓴 것이다.

이런 일은 특히 조선·제조업·자동차 등 재벌 기업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룹 오너를 제어할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여기서 중앙 정부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부분이 빠져 있다. 비정규직 규모와 차별을 줄이고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 공공 부문에선 박 대통령의 공약만 놓고 보면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용노동부는 '고용형태 현황 공시'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6월1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상태다. 실질적 효과에 대한 기대를 걸어도 되는지 궁금하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실질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주화가 많이 돼 있어 간접 고용을 아우르는 공시라면 의미가 있겠지만 실제로 직고용 비정규직 중심의 공시라면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비정규직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개선이 함께 가야 하는데 실제로 고용공시 자체가 비정규직 많은 곳에 패널티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속칭 '나쁜 일자리'란 어떤 일자리를 말하는 것인가.

▲국내 사내 하청이 제일 많은 곳은 조선, 그리고 자동차·전자 철강·기계 화학 분야다. 실질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할 제조업의 일자리인데 이를 불법 파견 방식을 이용해 사내 하청이라는 형태로 인력만 파견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으로 갖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사내 하청을 사용하고 있다. 조선은 비정규직 사내 하청이 정규직보다 더 많다.

1차 사내 하청만 해도 1만명 가까이 되고 있어 따지고 보면 기업입장에선 어마어마한 인건비가 절감된다. 자동차는 그나마 쟁점화 됐지만, 철강·기계·화학섬유는 그나마 실태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게 다 재벌 기업들이 만들어 낸 간접고용 일자리인 것이다. 지불 능력이 충분한 대기업군 같은 경우 정규직 채용이 중장기적으로 볼 때 더 이익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과 처우는 어떠한가. 우리가 본받아야 할 해외 비정규직 롤 모델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프랑스나 호주 같은 경우, 비정규직이면 일종의 생명 수당이 내포돼 시급을 더 많이 준다.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계약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런 게 옳다.

우리처럼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일자리 선택폭을 넓혀 다변화하는 방법으로 비정규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유럽 입법 제도와 관련해 '사용 사유 제한'으로 상시적인 업무에는 정규직 한다. 또 비정규직 같은 경우 비자발적이 아니라 자발적인 사람이 많다. 학생·주부 같은 경우 단기 파트타임이 오히려 더 필요하다. 반면 우리는 너무 영국·미국식 자본주의를 쫓아 노동자 권익을 신장시키는 발전이 어려웠다는 점이 문제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와 근무환경의 변화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비정규노동센터가 구체적으로 맡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

   
이남신 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열악한 비정규 노동의 환경과 처우 개선에 대해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것을 강조했다. = 임혜현 기자
▲'비정규직 무조건 철폐'를 주장 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자는 생각이다.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는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서산 성폭력 사건 같은 노동 인권 침해 사례도 있지 않은가.

비정규노동문제는 사회적 문제이다. 개인적인 문제로 모든 걸 돌리는 인식 경향이 있다. 내가 못 나서라는 생각은 지양하고 자신이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이 못났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런 차원에선 '힐링'도 필요해 보인다.

전국에 비정규직 센터가 전국에 40여 곳 있고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이런 지역 규모 센터들이 지역에 밀착한 지역 비정규 문제에 대한 해결을 모색·실태 조사·노동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표준화된 모델로 만들고 모으는 역할을 고려하고 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모든 걸 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은 지자체장이 개선 의지를 가지면 지역 차원에서 비정규직 해법을 나름대로 할 수 있다. 자체 민간 단위에서 이런 다양한 모색들을 하는 게 필요해 이 부분에 주력 하고 있다. 또 비정규직에 관해 이를 '정책'으로 만드는 실제 문제에 대해 추진해 보고자 한다.

노동 문제에 대해 유럽 노동체계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 정치 지도자가 집권했으면 하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21세기 들어서 한국 사회가 여러 어려움 겪고 있는데 덩치에 맞지 않는 모순이 심화되고 있다.

양대 노총 또한 전체 노동자를 대표한다는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 나쁜 일자리가 많아지면 정규직 또한 하향평준화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양대 노총의 역할 중심이 이동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런 정치세력과 인식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개미군단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각계 각 층은 노동이 중요한 것으로 보고 최선의 복지를 챙겨주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이끌어 내는 깨알 같은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들이 주연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물심양면 노력하는 '명품조연' 역할을 우리가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