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터뷰] 김지선 후보 "朴 대통령에게 나눠줄 지혜 충분"

노동운동 저격수 "사회그늘 없애고 싶다" 목표 노원병 출마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3.25 11:48:4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5공 초기, 당시 근로자들은 '노조 설립'이라는 말만 꺼내도 해고당하기 일쑤였고, 간부급은 아예 다른 곳에 재취업하는 것을 포기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관계 당국이 사업장마다 명단을 뿌려 이들을 영영 발 붙이지 못하게 했던 것. '인천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를 폭로, 항의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터뜨린 김지선 현 진보정의당 노원병 후보는 시대적인 부정에 맞선 '1983년판 저격수'였던 셈이다. 김 후보는 이보다 4년 앞선 1978년에는 동일방직 부당해고 문제를 부활절 대형예배 현장에서 폭로(일명 '부활절 여의도 새벽기도회 사건')한 적도 있다.

군사정권 시절 '원조 저격수'로 활동했던 김 후보가 중앙정치무대를 향해 첫 출사표를 던진 곳이 '삼성X파일 저격수'가 낙마해 공석이 된 노원병이라는 점은 이런 까닭에 눈길을 끈다.

다만 김 후보는 언제까지고 저격수로 남기보다는 사회의 그늘진 곳을 없애는 것이 정치인,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운동 외에도 여성운동과 풀뿌리 지역정치 등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늘상 활동해 온 김 후보에게서 출마의 변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지선 후보 질의·응답.

-서울 노원병 표심이 2008년경부터 진보정당에 표를 주는 쪽으로 변화를 보여준 바 있다. 최근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유권자들의 표심, 노원 주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바를 들려 달라.

▲노원병은 이미 10년 이상 진보정당이 꾸준한 자기활동으로 지역 주민과 신뢰관계를 형성해 온 지역이다. 많은 주민들이 노회찬 대표의 의원직 상실과 그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다. 63%의 지역 주민이 이 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또한 있었다.

밑바닥 민심이 이렇기 때문에, 지지율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진보정의당이 아무래도 창당된 지 얼마 안 됐고, (후보)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삼성X파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을 주민들께 설명해 드리면, 많은 공감해 주고 있다. 주민들은, 주민이 뽑은 대표인 만큼 다수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재벌·검찰·권력집단에게 할 말을 하는 바른 정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지선 후보(사진 우측)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사진 중앙)와 함께 유세를 펴고 있다. ⓒ 김지선 노원병 후보 선본

-지역구 후보로서 가장 큰 목표로 꼽고 있는 노원병의 현안은 무엇인가?

▲지역 현안으로는 역시 뉴타운 문제가 있다. 현재 상계 3·4동의 6개 지구에서 뉴타운 사업이 진행 중이다. 도시 서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사업 목적에 맞게, 철저히 주민의사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주민들이 뉴타운을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재정착률을 높이고 기반환경 등에 대한 주민부담을 최대한 줄여가야 한다.

이를 위해 남양주와 노원을 잇는 광역도로를 조기에 건설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최종적으로 뉴타운 사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때에도 대책이 필요하다. 건설사가 주민들에게 매몰비용을 수백억씩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뉴타운 사업취소는 기본적으로 지자체와 정부 정책의 실패다. 매몰비용 70%를 국가가 부담하는 법을 노 전 의원(현 당 공동대표)이 발의했고, 나도 이 법의 입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성접대 논란(김모 차관 낙마) 등 검찰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검찰 자신이 삼성떡값 사건을 자기쇄신 계기로 살렸어야 했는데 실패해 재발이 계속된다는 풀이도 나온다. 검찰, 법무부 조직 개혁에 관한 김 후보의 의견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노동운동을 오래 같이 해 온 '도반'인 동시에 배우자다. 하지만 이번 노원병 출마문제는 김지선 후보의 노동운동과 여성운동 전문성 자체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 김지선 노원병 후보 선본

▲한 마디로 검찰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아마 검찰 권력과 재벌 권력일 것이다. 정치인이야 잘못이 있으면, 선거를 통해 심판받기라도 하는데 검찰과 재벌은 그러한 통제 바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 검찰 개혁의 기본방향은 국민의 감시와 견제에서 검찰이 자유롭게 하지 않는 데에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은 그런 의미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특임검사제, 상시적특검 등 여러 정치적 구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스폰서 검사 사건 이후로 특임검사가 임명되었지만, 만족할 만한 조사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검찰의 비위에 면죄부만 줬다는 평가가 있다. 상시특검은 그에 비해 진전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나, 검찰이 옥상옥 구조가 되는 것을 피해야 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정치검사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검찰의 기소독점을 시민이 일정하게 견제할 수 있는 제도 또한 필요하다. 시민배심제는 그런 제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정공백 파행을 빚던 장관 인선 문제가 결국 유임 처리 등 어중간한 봉합 수순으로 흘렀다. 박근혜 대통령, 또 청와대가 여야와 소통하는 정치를 하지 못하거나 시도조차 않는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정권 초 국정공백에 대해 고언을 한다면?

▲박정희 대통령이 통치하던 시대와는 다르다. 국회와 야당이 국정파트너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여야 정당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그러한 노력은 당연한 비용이다. 야당에게도 국고보조금을 주고, 야당 의원에게도 세비를 준다. 여러 정당들이 함께 논의하는 민주주의고, 국민들도 그걸 알고 있기에 당연히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은 여야 정당이 복지문제나 경제민주화 등 핵심정책에 대해 차이는 있지만, 굉장히 그 거리가 가까워진 대선이었다. 대통령이 야당을 파트너라고 생각하면, 일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다.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본다.

-향후 등원하게 된다면 진보정의당을 국정파트너로 잘 배려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번 정권과 어떻게 대화를 열어 나가겠는가?

▲소수 정당이라고 함부로 보면 안 된다. 무상보육·무상급식·재벌개혁 등 지금 우리 사회를 바꾸고 있는 핵심정책들이 모두 진보정당에게서 나왔다. 함께 나눌 수 있는 지혜가 충분하고, 선거를 통해 그럴 자격을 국민에게서 부여받았다.

개인적으로 여성 정치인이고 여성의 전화 등 상담 활동을 오래 해 왔다.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에 큰 장점이 있다. 노동자·서민·사회 약자를 대변하는 입장을 가지고 만나 경쟁도 하겠지만, 일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갈 자신이 있다.

-인천 노동운동계의 대모, 78년 부활절 여의도 새벽기도회 사건 등으로 후보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현장 운동가 출신으로서 현재 노동운동에 대한 평을 한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기를 지나면서 많은 노동영역관련 후퇴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노동운동이 얼마나 성장하는가, 진보정당이 얼마나 자리잡고 있는가에 따라 그 사회 발전이 좌우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고 진보정치가 안정적인 지지지율을 갖고 있는 나라일수록, 사회불평등 지수도 낮고 범죄율도 낮다. 그렇게 할수록 배제되기 쉬운 사회집단의 어려움과 고충들이 정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우리 노동운동이 더 많은 이들을 대표했으면 좋겠다. 특히 상대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기 어려운 비정규직·청년·여성 등의 조직화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높은 대표성을 갖는 강력한 운동이 되길 바란다.

이명박 정부는 기본적으로 노동운동을 사회적 파트너란 생각을 안 하게 됐다.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이념적 비난이나, 노동운동 기반 허물기에만 골몰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쌍용차 문제와 관련한 입장은?

▲대단히 가슴 아픈 일이다. 2009년 당시부터 해고는 살인이라고 노동자들이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노동자들 이야기 들어려 하지 않았고 몰아 붙이기만 했다. 그 결과가 27명의 죽음이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정의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새누리당 모두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약속했다가, 대선 지나고 나니까 없는 일이 됐다. 이러면 안 된다. 반드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21일 여성계가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국회에서 진행하는 등 여성·노동 관련 인사들의 기대지수가 높다. 반면 김 후보의 지난 이력과 이런 주변 기대 탓에 등원 후 여성 및 노동 카테고리와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존재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반박 혹은 각오는?

▲갇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정치가 누구를 대표하는지가 모호해서 문제일 때가 더 많다. 노동과 여성은 그 자체로 대변되어야 할 사회적 약자다.

그리고 그 둘이 겹치는 곳일수록 사회적 고통과 어려움이 있다. 양육과 일을 함께 해야 하는 엄마들, 많은 나이에도 건물 청소나 이런 일 하면서 겨우 최저임금만 받고 있는 50~60대 여성들을 생각해 보라. 이분들을 대변하는 것은 나의 사명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마을주민회 같은 풀뿌리 활동에도 적잖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주민자치활동·일선지역정치에 애착을 갖게 된 계기가 특별히 있었는지?

   
김 후보는 가정형편상 일찍 취업을 했고 이 와중에 노동운동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스스로 검정고시를 거쳐 학력을 계속 쌓았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와 가정을 꾸린 뒤에도 공부를 지속했다. ⓒ 김지선 노원병 후보 선본

▲참혹한 노동현실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노동운동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별도의 문제 즉 우리 사회 남녀 불평등 문제로 인해 여성운동에 뛰어들었다. 나는 무슨 거대한 이념에 이끌려 운동을 했다기보다는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불평등과 사회적 약자의 무권리에 눈 감고 갈 수 없어서 운동을 한 것이다.

나의 활동의 근거는 늘 현장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역 풀뿌리 활동을 하게 됐다. 누구나 어느 지역에 속해 살고 있다. 그런데 지역의 구성원 서로 서로가 도울 수 있는 좋은 공동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굉장히 달라 질 수 있다고 보았다.

의료생협이나 마을 주민회 같은 활동은 서로를 보살필 수 있는 좋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일이기에 뛰어든 것이다. 정부나 행정기관이 챙길 수 없는 일을 하는, 굉장히 가치있는 활동이다.

-'인천블랙리스트 사건' 등을 기억하는 이들은 등원 이후 '저격수'로 정부 및 기업에 대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측한다. '국민을 위한 저격수'로 부각된다면 그 자체도 영광스런 이미지겠지만, 정치인으로서 다른 더 큰 구상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 어떤 목표를 최종적으로 갖고 있는지? 또 후보가 생각하는 '정치란 대체 무엇이고 국회의원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가 궁금하다.

▲어떤 사람들은 굳이 정치라는 수단이 없더라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풍요롭게 지낼 수 있다. 하지만 가진 것이 투표권 밖에 없는 노동자·농민·여성·사회 약자들은 다르다.

이들은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정치를 통한 공동체적 노력이 없다면 불안하고, 건강하지 않고, 불평등한 삶을 살게 된다. 사회 한쪽에만 빛이 비치고, 많은 곳이 그늘져 있다면 그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정치는 그늘진 곳을 없애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