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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오마하의 현인'이 철도회사 사들인 까닭은?

"거시적인 관점으로 내다 본 10년 후를 기약하라"

김헌률 HMC투자증권 서초지점 부장 기자  2013.03.25 08: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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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는 매일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우리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개별적인 선택이 모여 하루를 구성하고 그렇게 쌓인 날들이 끝내 우리의 모습을 결정하게 된다. 선택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선택은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가치관을 반영한다. 이를 일컬어 세계관이라고도 하는데 선택에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주관적인 세계관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바르고 적절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주식투자 역시 순간적으로 종목과 매매타이밍을 선택해야 하는 고도의 정신적 작업이다. 그 결과가 즉각적이고 계량화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에 따른 성패가 분명하다. 따라서 선택과 결과로 인한 스트레스는 대단하다. 스트레스를 피할 요량으로 남들이 흘리는 달콤한 정보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내 귀에 들린 정보는 이미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모든 결정과 선택을 할 때 이를 연인 대하듯 하라고 조언한다. 연인에게 성실하고 정중한 태도를 보이고 항상 불편한 점이 없도록 배려하듯 선택과 결정의 순간 역시 같은 태도로 임하라는 뜻이다.

피할 수 없는 결정과 곤혹스러운 선택의 순간을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면 힘겹고 고민스럽지만 이를 애인이라고 여긴다면 오히려 영감과 에너지가 넘칠 수 있다. 이렇게 활력이 충만한 상태에서 내려진 결정과 선택이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 것은 당연하다.

특히 주식투자의 필수인 종목 선택의 순간에 생각할 것은 향후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예측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이를 다시 미래를 예측하는 디딤돌로 삼는 것이다.

미래는 지금의 생각보다 크게 다를 수 있다. 지나온 10년 동안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앞으로의 10년 역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굳이 세계로까지 범위를 넓힐 필요도 없이 스스로 선호하는 업종과 관련한 미래를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업종 자체의 10년 후 미래가 지극히 불투명한 업종보다는 성장가능성이 훨씬 큰 업종이 보다 더 유리한 것은 자명한 것이다.

특히 고객의 행동양태를 파악하는 것이 예측에 도움을 준다. 고객은 현재와 같은 경로로 상품을 구매할 것인가, 지금과 같은 종류의 상품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그들은 기업에 과연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등등의 질문을 던져봄으로써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 유수의 경제연구소에서 저마다 올해의 히트상품을 분석하고 다음해의 관심 상품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은 이러한 숨겨진 의미가 있다. 상품과 상품에 깃든 경향을 소개함으로써 미래를 가늠하려는 것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해당 업종의 미래에 대한 조망이 어느 정도 예측된 상태에서는 이제 해당업종의 종목, 즉 개별기업에 대해 같은 관점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기업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창의성과 변화를 실천하는 혁신성이 용인되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창의성과 혁신성이야말로 현대산업사회의 기업에게 요구되는 가장 필수적인 요건이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든 전략적인 목표 아래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기를 원한다. 시장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이를 주도할 때 기업의 이익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풍부한 자금과 탁월한 인재 등 상대적으로 월등한 자원을 보유한 대기업이 보통 유리하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막강한 콘텐츠와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디즈니가 야후에 필적할 포털을 만들겠다고 야심차게 선언한 뒤 몇 년도 못돼 슬그머니 사업을 종료하고 세계를 단일통화권으로 하는 거대한 위성전화 사업을 공언했던 모토로라의 실패가 이를 명쾌하게 증명한다. 고객과 시장에 대한 변화 그리고 혁신적인 테크놀로지의 개발 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탓이다.
  
일본 산요기기라는 회사에서는 모든 직원의 창의성 계발을 위해 화장실 세면대의 거울에 '창(創)'이라는 글자를 붙여놓고 직원들을 위해 '생각하는 방(Thinking Room)'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생각하는 방에서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창의적인 발상에만 몰두할 수 있다. 심지어 사장이 불러도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강박적일 정도로 창의성 개발에 몰두한 실례지만 그 노력만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워렌 버핏이 추구하는 가치투자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업종을 예측하고 그 업종 내에서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갖춘 기업을 투자종목으로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가치투자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워렌 버핏이 자신의 가장 큰 도박을 철도회사 인수로 결정한 것은 이것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양 산업으로 불리는 철도회사를 인수한 그의 10년 후 예측은 무엇일까? 많은 철도회사 중 하필이면 미국 대륙의 북동부 지방의 노선을 담당하는 철도회사를 인수한 까닭은 무엇일까? 단순히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직접 경영에까지 나선 이유는 또 뭘까?

거시적 관점에서 10년 후 미래를 예측한 뒤 종목과 투자시점을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할 때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반드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김헌률 HMC투자증권 서초지점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