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파이넥스폭발 여파] 포스코, 글로벌 100대기업 꿈도 균열

"일본기업도 반했다" 명성 깨지고 안전불감증 불신 성장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3.23 15:05:5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창립 45주년, 2013년의 포스코는 '철강보국'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동시에 2009년 이후 공격적으로 진행해 온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자금 부족설을 완전히 진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이런 포스코가 자랑해 온 파이넥스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은 포스코가 총체적 난국으로 빠질 개연성의 문이 열렸다는 점에서 산업계 내외의 우려를 사고 있다.

포스코 파이넥스 공장은 철광석과 일반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다. 기존 용광로에 비해 환경 친화적이고 쇳물 제조 원가가 낮다. 포스코는 일본이 중도 포기한 파이넥스 공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앞선 기술력을 자랑했다. 이번 사건은 그 포스코의 핵심 전력이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후폭풍과 시사점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제 ⓛ : '정준양號 안전불감증 논란' 재점화 불가피

   
포스코가 안전 불감증에 빠졌다는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진은 포스코의 공장 내부 장면이다. 파이넥스 사건 때문일까? 멀리 보이는 '안전제일'이라는 표어가 무색해 보인다. = 박대성 기자

최근 주주총회에서 3명의 대표이사가 새로 임명되면서,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을 포함해 4명의 집단 대표이사체제를 구축했다. 문제는 이렇게 정 회장 체제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번 사고로 안전 불감증 포스코라는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2011년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폭발을 겪었다. 정 회장이 미국 공장 시찰 중 "안전보다 우선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당부한 것이 무색케 한 사건으로, 이후 포스코가 기강을 다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음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또다시 대형 화재 사건, 그것도 포스코의 국제적 자랑거리에서 사고가 불거지면서 정 회장 체제의 안전 관리 능력이 투자자들과 국제 철강 시장의 저울 위에 다시금 올라서게 됐다.

문제 ② : 목숨걸고 보국하자던 '우향우 정신' 잃었다

심각한 부분은 바로 신고 지연 논란과 이로 인해 자칫 용융로 폭발로까지 이어졌으면 어쩔 뻔 했느냐는 점이다.

현재 소방서 접수 내역과 경찰 기록에 상당한 편차가 나는 등, 포스코 측이 자체 진화에 실패한 뒤 뒤늦게 신고했고 이 때문에 당국이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조기에 잡을 수 있었던 불을 자체 해결하려다 커진 것 같다는 풀이가 실제로 맞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융용로 폭발 가능성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감지, 판단을 냉철히 해야 할 책임을 관계자들이 다 하지 못한 게 된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단지 '외부의 시선 의식과 자기 책임 여부에만 급급'하게 관계자들이 움직였다는 것이어서, 포스코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철강보국과 우향우 정신을 잃고 많은 고소득 직장 중 하나로 전락했다는 뜻도 된다.

정 회장 체제가 철학마저 잃은 포스코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경우, 향후 지도력 발휘에 차질이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 ③ : 수출에 타격없을까?

파이넥스가 포스코의 모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07년 세계 최초로 파이넥스 공법 상용화를 이룩하면서 포스코가 얻어온 후광은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이 국제적으로 수출 이미지 타격이라는 간접적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에 우리 경제계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넥스 기술을 도약대로 삼아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 부문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은 포스코의 전략 제품들이 우리에게 철강 관련 기술을 전수해준 일본에서까지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결과물을 낳았다. 포스코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세계적 전자업체인 소니에도 철강 제품을 공급하기로 한 것도 파이넥스의 효과와 무관치 않다.

   
"산업의 쌀인 철을 만들어 보국하자"던 포스코. 하지만 이들의 철강보국 정신이 옅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이번 파이넥스 화재 신고 과정에서 불거졌다. 사진은 포스코 열연코일. = 박대성 기자

따라서 단순히 생산 능력 저하 여부만이 아니라 해외에서의 경쟁력 저하 즉 이미지 재구축 비용이 일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 ④ : 해외 전략에도 실금 가고, 비전 2020에도 누수 불가피

이렇게 해외에서 포스코의 철강 능력에 의구심을 품게 되면, 포스코의 해외 전략에도 가느다랗게나마 금이 갈 수밖에 없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철강·소재·에너지를 3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했다(당시 창립 44주년 기념식 내용). '2020년 매출 200조원 달성'과 '글로벌 100대 기업 진입'을 골자로 하는 '포스코 패밀리 2020 비전'이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현재 포스코는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이들이 모두 각자 기린아로 자리를 굳혔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에 시달려 왔다. 따라서 2020 비전은 △철강 본업에서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철강·소재·에너지를 주축으로 한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자는 것을 전략으로 한다.

환언하자면, 철강에서 탄탄하게 받쳐주는 것을 기본에 깔고 차세대 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인데, 만약 철강에서 뒷바라지를 제대로 해 주지 않으면, 패밀리 2020 비전 전반이 속도 저하를 겪을 수 있다.

실제로, 이런 구상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포스코는 철강 사업 성과를 가속화하기 위해 국내외 상공정 프로젝트를 최우선시하고 있는 상태다. 인도네시아 제철소(300만톤) 준공, 2014년 베트남 전기로(100만톤) 및 포항 3 파이넥스(200만톤) 준공 등 굵직한 사업들이 그 일련선상에 있다. 인도 및 중국 파이넥스 프로젝트 추진 등을 통해 글로벌 조강 생산능력을 5000만톤 수준으로 확대하는 구상도 빼놓기 어렵다.

인도에서의 합작 제철소 문제만 해도 그렇다. 포스코와 인도철강공사가 지분 협상으로 줄다리기를 하던 상황에서, 한때 일본과의 합작 가능성 모색설이 흘러나왔지만 포스코가 이런 위기에도 제 목소리를 계속 크게 낼 수 있었던 기저에는 바로 파이넥스 능력이 있었다. 즉 포스코는 합작 제철소에 파이넥스 기법을 넣어야 하니 (파이넥스 전문 기업인 포스코가 당연히) 다수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고 이런 점이 설득력을 인정받았다는 분석이 업계 정설에 가깝다. 그런데, 이제 파이넥스 명성에는 실금이 갔다.

세계 톱 3 수준의 규모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에 부풀었던 코스코, 하지만 파이넥스 문제로 이제 그 꿈이 꿈으로만 끝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