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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18] 청정세계 꿈꾸는 그들만의 '자연 특강'…풀빛문화연대

"회색→푸른색, 도시→자연,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3.22 08: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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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 애기똥풀 줄기에서 나오는 노란 즙은 벌레 물린 곳에 바르면 간지럼이 사그라든다. 노루오줌은 '뿌리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가 노루오줌 같다'는 데서 붙여진 우리말 이름이다. 고마리는 물가에 살면서 물을 깨끗하게 해준다는 '고맙다'는 말이 이어져 고마리가 됐다.

숲 속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채소와 과일들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도시 속 빌딩에 갇혀 사는 아이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질문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숲 속 생물을 알려주며 환경과 아이들을 이어주는 곳이 있다. 생태교육, 녹색복지, 환경문화 사업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 '풀빛문화연대'가 바로 그곳. 지난 19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사무실을 방문해 그들의 사업과 교육철학에 대해 들어 보았다.

'회색 추억'의 아이들, '자연 추억'이 재산

"요즘은 자연도 인터넷으로 배우는 사회죠. 현대 아이들은 '고향'이라는 내면의 풍경을 갖고 있지 않아요. 특히 도시 아이들은 고향의 추억이 콘크리트로 가득 찬 도시죠. 저희가 추진하는 '마을 숲 학교'는 환경 교육의 취지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녹색'의 푸른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유영초 풀빛문화연대 대표는 한 평생을 환경운동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풀빛문화연대를 세운 것은 '자연 체험'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

   
유영초 풀빛문화연대 대표는 "사회적기업 인증 후 인건비를 지원받아 '풀피리 축체' 산림문화축제' 등을 진행할 수 있었다"면서 "이제 사업이 자리잡은 만큼 사회적협동조합 구조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김태형 기자

유 대표는 "기존에 하던 환경운동 활동을 몸이 아파 그만두게 되며 치료를 위해 시골 고향에 내려가게 됐다"면서 "요양을 하며 '숲 해설가'로 활동했고, 내 스스로 자연에서 쉬면서 실제로 생태교육이 사람들에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몸이 완치되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된 2004년, 유 대표는 풀빛문화연대를 설립하고 다시 '환경 전도사'로 나섰다.

풀빛문화연대에서는 자연체험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단순히 설명만 듣는 것이 아니라 연령대별로 프로그램이 나눠져 있고, 그에 맞춰 야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로써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유 대표는 "자연은 무료로 제공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 환경교육이나 관련 축제나 행사를 진행하면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오려고 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을 기대하기보다 우리가 스스로 좋은 콘텐츠를 개발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상서비스와 수익서비스로 나눠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당시 사회적기업 제도가 시행됐다.

그는 "2008년도에 예비사회적기업을 신청해 노동부 지원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정말 큰 자원이 됐다"면서 "당시 인건비 지원을 받아 '풀피리 축제' '산림문화축제' 등을 진행해 녹색문화단체로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숲태교·풀빛숲학교·환경캠프 등 녹색 더불어 살기

사회적기업 인증으로 기반을 다진 풀빛문화연대는 현재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풀빛숲학교, 숲태교, 풀빛아케데미는 매년 진행해 이제 기본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1년 단위로 열리는 풀빛숲학교는 이제 참여하는 아이들이 100여명으로 늘어났다.

유 대표는 "숲학교는 큰 수익은 나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려주고 숲과 관계를 맺어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고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각 지역별로 숲을 하나씩 정해 가까운 지역에서 숲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풀빛문화연대가 매년 진행하는 '풀빛숲학교'는 현재 100여명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1년간 숲해설가와 함께 숲의 계절 변화를 관찰하며 자연체험을 하게 된다. ⓒ 풀빛문화연대
수익은 적지만 숲학교는 사업효과가 크다. 자연 속에서 뛰어 노는 것만으로도 행동장애나 자폐성향이 있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 단시간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자연체험이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숲태교도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4~5년째 진행해 오고 있는 숲태교 프로그램은 모집 후 하루, 이틀이면 마감될 정도로 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도 풀빛문화연대는 교육문화강좌를 통해 '풀피리 연주가 되기' '산림문화특강' 등을 열며 자연을 보호하는 환경캠프, 녹색자원봉사 활동 등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자리 잡기 목표

현재 풀빛문화연대는 사회적기업 사업 기간이 종료돼 노동부 지원이 끊긴 상태다. 유 대표는 이후 풀빛문화연대를 사회적협동조합 체제로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회원의 권익과 복리 증진을 꾀하고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와 일자리 등을 제공하는 비영리 협동조합이다.

유 대표는 "사회적협동조합의 구조로 가면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로 운영돼 조합원 자신이 주인이 되기 때문에 모두들 '내 사업'이란 생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자발성과 공동체 의식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기업은 자생력이 없을 때 지원받는 게 맞고 이후 어느 정도 기업이 안정되면 협동조합형태로 변경해 사회적기업 본연의 취지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영초 대표는 "고향의 추억이 자연이 아닌 빌딩 등 콘크리트 뿐인 도시 아이들에게 '녹색'의 푸른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면서 "과잉행동장애 등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자연체험 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풀빛문화연대
또한 풀빛문화연대는 '숲해설가'들을 위해 상호부조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은퇴 퇴직자들의 경우 숲해설가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한 보험 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숲해설가들은 야외 활동, 특히 자연에서 활동이 많아 사고 가능성이 있음에도 안전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한테 있다"면서 "그런 불안정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상호부조 시스템 등을 마련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