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외국인의 한국증시 비중 줄이기가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오전 장중 북한의 공습경보 발령 소식이 전해진 직후 크게 휘청거렸던 코스피 지수는 끝내 120일 이평선을 이탈하며 1950선 초반까지 밀렸다. 거래대금 부진 속에 외국인을 중심으로 수급불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8.59포인트(0.44%) 내린 1950.82로 마감했다.
이날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2536억원, 565억원을 순매수하며 하방지지력 사수에 나섰다. 반면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3164억원어치를 팔았고 선물시장에서도 87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하락을 부추겼다. 프로그램매매도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팔자세가 두드러졌다. 차익거래에서 1244억3500만원, 비차익거래는 2123억2100만원의 순매도를 보여 총 3300억원 규모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코스피 엇갈린 희비…통신주 '울고' 화학주 '웃고'
상당수 업종이 하락했으나 의료정밀이 3.27% 뛰었으며 화학, 유통업, 보험, 서비스업 등이 소폭 상승했다. 반면 통신업이 외국인 매도 공세에 밀려 2.41% 하락했고 전기가스업, 운수창고, 비금속광물 등도 1% 넘게 내렸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대부분 약세였다. 삼성전자가 0.21% 하락하며 145만원대로 내려왔고 현대차, 현대모비스도 나란히 1% 넘게 밀렸다. SK하이닉스와 한국전력, 신한지주, SK텔레콤, KB금융 등도 1~2%대 내렸으며 삼성생명은 보합이었다. 기아차와 LG화학,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은 상승했다.
주요종목 중에서는 태양광과 석유화학 관련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세계 최대 태양광 업체이자 중국 대표기업격인 선텍의 파산으로 국내 업체의 반사이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OCI 등 관련주가 오전 한 때 상승세를 탔으나 외국인을 비롯한 차익매물이 몰리며 하락반전했다. OCI는 전일대비 2% 이상 하락했으며 웅진에너지 역시 1.16% 약세 마감했다. 반면 코스닥 종목인 오성엘에스티는 3%대 상승세를 탔다.
석유화학 관련주는 중국의 겅제지표 개선 소식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HSBC는 이날 3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속보치가 51.7을 기록, 예상치를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수요 회복 기대감이 작용하며 LG화학이 2%대 상승했고 금호석유, 롯데케미칼 등도 각각 6.50%, 2.22% 급등했다.
특징주로는 중국원양자원이 감사의견 적정 소식에 상한가를 쳤고 GKL은 중국인 드롭액 증가에 따른 실적개선 전망에 3.48% 뛰었다. 메리츠화재는 싱가포르 투자청을 대상으로 55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5.39% 급등했고 더존비즈온은 실적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2.68% 강세 마감했다.
반면 한일이화는 대표이사의 배임 혐의 발생 소식이 전해지며 7% 넘게 주저앉았다.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는 이날 공시를 통해 현 대표이사인 유양석 대표 등의 배임 혐의 발생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전일 미국 FOMC에서 기존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언급하며 시장 분위기가 다소 살아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일본의 구로다 일본은행(BOJ) 총재의 취임으로 추가 양적완화 정책 가능성이 높아진 게 국내증시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장진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들의 지속적인 경기부양으로 선진국 주식시장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들은 환율 압박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국내 증시의 중기적인 상승추세를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수급을 체크하면서 소비 관련주와 실적 개선이 확인되는 중소형 종목을 중심으로 단기 트레이딩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2개 등 298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7개를 비롯해 494개 종목이 내렸다. 90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코스닥·환율 보합권 유지…中 모멘텀에 기대
코스닥 역시 외국인 매수세가 잦아들며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21일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1.70포인트(0.31%) 내린 544.56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억원, 1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인 가운데 외국인도 44억원 순매수에 그치며 투자주체별로 관망하는 모습이었다.
상당수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서도 기타제조, 의료/정밀기기, 오락문화, 디지털컨텐츠, 금융, 금속, 유통, 기타서비스 등은 상승했다. 반면 소프트웨어가 하루 만에 2.07% 반락했고 출판/매체복제, 운송장비/부품, 코스닥 신성장기업, 비금속, 운송 등도 1% 이상 밀렸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대부분 약세였다. 셀트리온이 보합을 보인 가운데 CJ오쇼핑, 동서, SK브로드밴드, 다음, 에스에프에이, 포스코 ICT 등이 하락했다. GS홈쇼핑과 씨젠, 젬백스는 2~3%대 밀려 하락폭이 유독 컸다. 반면 파라다이스, 서울반도체, CJ E&M, 에스엠, 파트론 등은 상승했다.
특징주 중에서는 H&H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상한가로 뛰어 올랐고 경원산업 역시 관리종목에서 해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컴투스는 라인업 강화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이 나오면서 3.60% 올랐고 엔텔스는 말레이시아 이동통신사업자인 '셀콤'과의 파트너십 계약 체결 소식에 3%대 상승했다. 반면 케이피엠테크는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소식에 하한가로 추락했다.
전일 대규모 전상망 마비 사태로 인해 급등했던 인터넷 보안주는 하루 만에 급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전일 상한가를 쳤던 이스트소프트와 소프트포럼이 나란히 12%대 추락했고 나우콤과 넥스지도 각각 6.75%, 10.48% 급락했다. 안랩도 6.63% 반락하며 전일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5개 등 374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11개를 비롯해 546개 종목이 내렸다. 67개 종목은 보합이었다.
한편 환율시장은 대내외 변수에 휘말리며 보합세를 유지했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40원(0.04%) 내린 1115.70원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전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존 양적완화 정책 유지 입장을 밝히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발동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장중 북한의 공습경보 발령 소식과 외국인 순매도 현상이 이어지면서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