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구경거리가 나면 둘러서서 지켜보는 것도 참 좋아하구요.
오래 전부터 이런 성향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특성이었던 모양인데, 실제로 이야깃꾼으로 먹고 사는 직종이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까요.
조선 후기에 청중을 앞에 두고 소설을 구연하던 전문적인 이야기꾼을 '전기수'라고 했답니다. 즉 소설을 읽고자 하지만 문자를 읽지 못해 작품을 향유하지 못하는 청중을 대상으로 소설을 낭독해 주고 일정한 대가를 얻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필사본과 방각본(활자본) 소설의 유통을 비롯한 세책가의 등장 등도 서적 유통 구조의 발달에 한 획을 그었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소설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적인 작가층이 나타나고, 문자 해독력이 없는 청중의 요구에 부응해 작품을 구연하는 전기수가 등장한 게 적잖은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요새는 누구나 글을 읽고 또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게 카메라며 전화로 전달할 기능이 있는 기계들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니 누구나 다 전기수가 되고 싶어하는 듯 합니다.
"지하 3층에서 불이 났대!" 국제금융센터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공무원들이 통제 및 대피 유도를 하고 있다. 시민들이 호기심에 아래를 보며 구경을 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
20일 저녁, 국제금융센터(여의도 IFC)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는데, 취재를 하는 게 업인 기자인 제가 보기에도 구경을 하고 내용을 궁금해 하며 지켜보고 또 그걸 지인들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퍽 신기하게 보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아마추어 전기수들이 있는 한, 부정한 일을 가리려 들거나 사고를 다뤄야 하는 당사자들, 또 직업으로 이걸 처리해야 하는 기자들은 참으로 위협을 느낄 것 같습니다. 기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는 이런 분들의 존재가 새삼 절실하게 느껴지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