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닷새가 이어진 가운데 갑작스런 주요 언론사 및 금융기관 전산망 마비 소식까지 겹치며 코스피 지수가 전일 반등 폭을 고스란히 반납하며 1950선까지 주저앉았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9.15포인트(0.97%) 내린 1959.41로 마감했다.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 같았던 키프로스 사태가 의회의 구제금융안 부결로 사실상 표류하면서 유로존 주변국으로 혼란이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전일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고 승승장구하던 미국 뉴욕증시도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키프로스 사태 장기화, 외국인 몸 사리기
코스피 역시 외국인이 닷새째 매도 공세를 이어가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시장에서 개인은 2722억원, 기관 역시 1029억원을 순매수하며 힘을 불어넣었으나 외국인은 3811억원어치 현물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51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프로그램매매 역시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팔자세가 두드러졌다. 비차익거래는 이날 3200억2800만원의 순매도를 보였으며 차익거래 역시 869억8500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해 총 4000억원 이상의 매도 우위로 거래를 마쳤다.
보험을 제외한 전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의료정밀이 3.70% 하락했고 음식료업, 증권, 전기가스업, 운수창고, 은행, 금융업, 의약품, 서비스업, 화학, 섬유의복, 전기전자 등 주요 업종 상당수가 1% 이상 하락했다. 대형주와 중형주, 비금속광물, 제조업, 유통업, 통신업, 기계 등도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대부분 약세였다. 삼성전자가 1.02% 내린 146만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삼성전자 우선주와 한국전력, 신한지주, SK이노베이션, KB금융 등도 2% 넘게 하락했다. 현대차와 포스코, SK하이닉스, 현대중공업, SK텔레콤 등도 약세 마감했고 기아차는 보합이었다. 시총 상위 15위 내 종목 가운데 상승 종목은 현대모비스와 삼성생명, LG화학 등 세개 뿐이었다.
주요종목 중에서는 새정부의 일자리 창출 지원 소식에 관련주가 동반 급등한 것이 눈에 띄었다. 정부가 10조원대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일자리 창출에 힘쓸 것이라고 밝히면서 윌비스가 상한가로 치솟았고 코스닥 종목인 사람인에이치알과 에스코넥 등이 각각 8.24%, 6.23% 급등했다.
에이블씨엔씨는 국내 모멘텀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며 5%대 뛰어 올랐으며 현대에이치씨엔은 인수합병을 통한 가입자 증가와 디지털 전환율 상승으로 평균 판매단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3.63% 올랐다.
모나리자는 내년부터 경증치매환자로 요양보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소식에 1%대 올랐고 비상교육은 마진율이 높은 교과서 사업부의 매출 확대 등 전반적인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작용하며 5% 넘게 치솟았다. 깨끗한나라는 국제 펄프가격 인상으로 제지가격 역시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며 10% 넘게 급등했다.
대외적으로 키프로스 구제금융 지원안이 의회에서 부결돼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키프로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키프로스는 국채 발행 또는 은행 구조조정, 러사아 신규차관 도입 등 새로운 재원 조달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키프로스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을 당장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을 다독이고 있다.
권준하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 이슈가 단기 마찰 요인 이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면서 낙폭이 커질 경우 우량주 중심으로 분할 매수에 나서는 게 유리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8개 등 252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1개를 비롯해 565개 종목이 내렸다. 71개 종목은 보합이었다.
코스피 대비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던 코스닥 시장은 0.4%대 하락하며 숨고르기를 이어갔다. 20일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3.75포인트(0.68%) 내린 546.26으로 마감했다.
◆외국인 한국증시 비중 축소 돌입?
외국인이 하루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며 한국시장 비중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외국인 선물매매와 베이시스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시장에서 개인은 423억원, 기관은 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외국인은 33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상당수 업종이 하락했으나 기타제조, 소프트웨어가 나란히 1%대 상승했으며 오락/문화, IT소프트웨어, 유통, 섬유/의류, 인터넷 등은 상승세를 탔다. 반면 운송과 비금속이 2%대 밀렸고 의료/정밀기기, 코스닥 신성장기업, 출판/매체복제, 음식료/담배, 금속, 반도체, 제약, 일반전기전자, 통신서비스, IT부품, IT하드웨어, 건설 등도 1%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혼조세였다. 파라다이스, CJ오쇼핑, 동서, GS홈쇼핑, 포스코 ICT, 파트론 등이 상승했고 서울반도체 SK브로드밴드, CJ E&M, 다음, 씨젠, 에스에프에이, 젬백스, 에스엠 등은 하락했다. 셀트리온은 보합이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메릴린치의 코스닥 바스켓 매도 이슈와 관련해 해당 창구를 중심으로 매도 행렬이 이어졌으나 개별 종목 간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순매도액 상위를 차지한 게임빌이 2%대 하락한 반면 뒤를 이은 GS홈쇼핑과 씨젠은 각각 2%대 상승, 0.56% 하락하는데 그쳤다. 서울반도체와 바텍도 1~2% 사이에서 등락이 엇갈렸다.
특징주 중에서는 파라다이스가 중국 VIP 방문객 성장에 힘입어 올해 외형 성장과 수익성 확대가 기대된다는 분석에 2%대 올랐고 파트론은 무상증자 결정이 호재로 작용해 1.04% 상승 마감했다.
유아이디는 태블릿 PC와 터치패널을 기반으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에 1%대 상승했으며 케이아이엔엑스는 동영상 전송과 데이터 전송 증가에 따른 트래픽 증가 수혜 전망과 미래창조과학부 관련 정책 수혜가 기대된다는 분석에 힘입어 4% 가까이 상승 마감했다.
오후 2시경 전해진 주요 언론사와 금융사 전산 마비 소식에 인터넷보안 관련주의 가격도 급등했다. 이스트소프트와 소프트포럼이 나란히 상한가로 뛰어 올랐고 나우콤과 넥스지, 안랩 등도 6~13%대 급반등했다. 안랩은 오후까지 하락세를 보이다 전산 마비 소식이 알려진 직후 상승세로 방향을 틀어 8만원대를 회복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10개 등 297개 종목이 올랐으며 핳나가 9개를 비롯해 640개 종목이 내렸다. 56개 종목은 보합이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4.55원(0.41%) 오른 1116.10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이후 8일 연속 상승하다 전일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하루 만에 상승 반전한 셈이다. 시장은 미국의 조기 양적완화 출구전략 논의 등 관련 이슈가 나올 경우 환율이 112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