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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성수수제화생산협동조합 이해삼 이사

'손기능산업 전략화' 꿈꾸는 드리머 "경쟁목표는 이태리"

임혜현·조국희 기자 기자  2013.03.19 16: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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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 성수동엔 약 350개의 구두 제조업체가 있다. 서울 수제 제화업체의 80%가량이 밀집한 셈이다. 구두 제조부터 피혁 제품, 부자재 등이 다 몰려 있어 수제화의 메카로 통한다.  

'살롱화'가 인기를 끌던 시절까지만 해도 수제 구두 제작 기능을 가진 장인들은 남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수제 구두 전성기가 쇠락하면서 이들의 영화도 사라졌다. 이처럼 빠듯한 소득과 열악한 노동 조건 등으로 수제화 산업이 쇠퇴일로에 접어든 상황 속에서도, 기술력과 서로 간의 연대로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 성수동 수제화의 명맥을 잇고 제2의 전성기를 일궈내고자 노력하고 있는 서울성수수제화생산협동조합의 애환을 들어봤다.

   
"손재주는 한국이 최고" 수제화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협동조합 운동을 통해 수제화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국산 구두 등 수입품도 들어오고 있지만, 원산지 표시 등 공정한 시장질서만 보장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 임혜현 기자

◆공동디자인 개발 비롯, 수제화 업그레이드 기반 모색

근래 마련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5명만 모이면 금융과 보험업을 제외한 사업의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인들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제화업 특성을 감안하면 활로 모색에 가장 유용한 틀이 바로 협동조합인 셈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에서 공동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자율적 단체'로 정의한다. 그러나 '공동의 필요'라는 공감대를 위해 사람들을 '규합'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서울성수수제화생산협동조합의 이해삼 이사는 옛 민주노동당 비정규직 철폐운동 본부장을 지낸 노동운동가다. 노동운동 중에 구두공장에 취업했던 인연도 있고 제화노조 창립 발기인을 역임하는 등 제화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사람들을 모으는 데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은 성수동 공방의 재봉틀. 성수동은 구두 본체는 물론 각종 장식품 등 부속물도 자체 제작하는 제화업의 메카다. = 임혜현 기자

이 이사는 "협동조합은 사회적 기업과 유사한 것이고 사회적 책임, 그런 게 있다고 본다"며 "(그런 점에서) 주식회사와는 다르다"고 성격을 규정했다. 작은 업체들이 튼튼하게 자리잡으면 국민경제 기반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이 갖는 공공적 의미와 매력이 크다는 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그다.

이 이사는 현재 군소 수제화 업체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디자인과 A/S(수선)의 공동작업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뜻을 밝혔다.

이 이사는 구두를 제작하는 업체나 공방들이 소규모로 다수 존재하는 업계 상황에 이런 협력을 만들어 내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궁금증에 대해서 "오히려 쉬울 수 있다"고 대답한다. 그는 "개별적으로 디자인 개발하는 것을 공동으로 하면 다양하게 취사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게 바로 협동조합이 할 일"이라는 의욕을 가감 없이 내비쳤다.  

◆"구두로 200억, 300억달러 버는 외국사례 보라"

이 이사는 이탈리아가 수제화의 명맥을 여전히 잘 보존해 큰 국부 창출을 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서울성수수제화생산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이 같이 협동조합이 국가산업구조 전략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인들의 소규모 사업을 튼튼하게 키워 나가는 데 협동조합이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으며 캐나다, 스페인 등이 좋은 사례라는 것.

이 이사는 "구두 같은 경우를 '손기능'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손기능' 산업으로 (한국 경제의 새 출구를) 전략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제화업은 노동집약적이면서도 고부가가치 산업이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후 "이탈리아 같은 경우 구두로 1년에 200억, 300억달러씩 벌어들인다"고 언급, 장인들이 조합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역설했다.

◆협동조합·제화업, 제도적 도움 아쉬운 대목도

이렇게 의욕적으로 협동조합 운영과 제화업 발전 돌파구 모색을 하다 보면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이 이사는 "2월말 법인등기를 마쳤다"고 협동조합 추진 상황을 언급하던 중 "설립필증을 받고 등록세를 내고 등기를 내는 과정에서 보니, 주식회사하고 세금을 (거의) 똑같이 내고 있는 걸 알게 됐다"며 "준비 절차에서 최소한 비영리 법인 정도로 혜택을 주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중국산 구두 수입 문제와 관련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이 이사는 "현재 중국산 구두를 들여오면 중국산이라고 스티커를 붙이는데, 떼버리고 (국산인 것처럼) 팔면 그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이들이 한국 수제화가 우수하다고 구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중국인들이 한국에 퍼진 중국 구두를 고급 손재주로 만든 한국 구두라며 사 가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생긴다고 한다.

   
민주화운동을 할 때 구두 기술을 배웠던 인연이 오늘날 서울성수수제화생산협동조합 결성으로까지 이어졌다. 고려대 출신으로 민주화운동, 옛 민주노동당 당직 활동 등을 해 왔던 이해삼 이사가 성수동에서 만든 구두를 들어 보이며 수제화의 매력을 들려주고 있다. = 임혜현 기자

그는 "관세 당국에도 이걸(중국제의 원산지 표시) 스티커가 아닌 재봉으로 새기게 해 주면 좋겠다고 건의한 적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내 산업의 보호와 공정한 시장 환경 보호를 위해 시행령 등을 바꿔서라도 추진해 볼 만하다"고 말을 보탰다. 
 
제화업 사각지대 없앨 방안 고민 중

이 이사는 노동운동가 출신답게 제화업이 가진 각종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문제를 조합을 통해서 고민 중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제화업계에서는 월급제보다는 작업한 물량 즉 갯수를 합쳐 이를 기초로 돈을 계산해 받는 관행이 있는데, 수입이 들쑥날쑥하고 제대로 당국이 통계를 집계해 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작은 구두 업체들에 다니는(사장이 아닌) 종업원의 4대 보험 등 노동안전망 가입 및 유지에 걸림돌이 된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이 이사는 "건설 일용직 종사자들처럼 노무자 수첩 제도를 이쪽 영역에도 이식, 소득 등을 파악할 필요가 높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