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시청 앞 잔디밭에서 열린 작가 '샤이니 제이' 특별전 모습. 현수막에는 '책이 말한다' '책이 답한다'라는 제목의 두 개의 시가 적혀 있다. = 이지숙 기자 |
시가 적혀 있는 큰 현수막들이 잔디밭에 펼쳐져 있고, 그 위에는 알록달록한 책들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자세히 가서 보니 작가 '샤이니 제이'의 신간을 홍보하는 듯 보였습니다.
날씨가 풀리며 산책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알록달록한 현수막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해 보였는데요.
'책'은 오랜 시간 사람들과 좋은 친구로 지내왔습니다. 한때는 독서량이 줄었다며 한 방송국에서는 '책을 읽읍시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죠.
TV프로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당시 캠페인 대상이 된 책은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TV프로가 자리를 잡자 MC가 출동하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시 책을 읽는 사람도 늘어난 듯 보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도 독서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문화체육관광부의 '2011 국민독서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성인의 일반도서 독서율은 66.8%로 2년째 70%를 밑돌았습니다. 이는 지난 1년간 한권 이상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이 10명 중 7명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가구당 책 구입액 또한 2년째 급감해 급기야 월 2만원 밑으로 떨어졌는데요. 이에 지난해 신간 발행 부수는 20% 줄었고 사이버쇼핑의 서적 거래액은 처음으로 뒷걸음질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불황' 때문일까요. 최근 출판계에서는 '도서정가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시끄러운 모습입니다.
지난 1월 도서정가제 시행을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이후 출판계는 올해 안에 도서정가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도서정가제는 1997년 온라인업체들의 등장 후 출판사 수익이 감소되자 그 대안책으로 2003년 2월 처음 시행됐습니다. 당시 출판 및 인쇄 진흥법 제정을 통해 발행 후 1년 미만 도서는 온라인서점에 한해 최대 10% 할인을 허용했습니다.
이후 올해 1월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에는 '모든 도서는 정가의 10% 이내에서 할인판매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또한 국기기관 중 도서관에 판매하는 간행물, 전차출판물 등에도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기존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동시에 여러 도서를 세트로 묶어 할인율에 대한 제한을 비껴가는 '덤핑' 등도 막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안에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온도차는 뚜렷했는데요.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도서정가제'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서명 운동 등을 진행했습니다. 출판사들은 알라딘에 책 공급을 중단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는데요. 1월30일을 기점으로 알라딘은 출판계가 모인 '상생협력기구'에 참여해 도서정가제에 대해 논의를 함께 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한편, 법안은 발의됐지만 현실적인 법안 통과는 올 가을이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직까지도 출판업계는 여전히 '침체된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선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와 '출판업계에도 자유경쟁이 필요하다'는 두 주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출판·서점업계와 당국이 부디 '침체된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을 해본 뒤 결정을 내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