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이 '막말 홍역'을 심하게 앓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40대 사업가 J씨는 기자와의 사석에서 국내 대기업과의 송사로 인해 법원에서 재판 받았던 얘기를 꺼냈다. J씨는 이 과정에서 판사로부터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해당 사건을 담당한 여성판사는 "아무렴 대기업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거짓말을 하겠어요?"라며 대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 사건은 J씨의 항소로 이어졌고, 이후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뒤집혀 J씨가 승소했다.
J씨는 "1심에서 여성판사로부터 들었던 그 이야기를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며 "내게는 (그 판사의 말이) 엄청난 막말이었다"고 억하심정을 토로했다.
익히 알려진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 서울남부지검 현직 검사는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에게 "아빠와 사귄 것 아니냐"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또 지난해 10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현직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60대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극언을 내뱉어 세상을 놀라게 했고, 최근엔 지방의 한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피고에게 "초등학교 나왔죠? 부인은 대학교 나왔다면서요? 마약 먹여서 결혼한 것 아니에요?"라는 막말을 던져 큰 파문을 낳았다.
막말 때문에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은 이들도 많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60대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는 말을 했다가 노인 비하 논란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17대 대선에 출마한 그는 과거에 했던 막말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시시때때로 공격을 당하다 결국 전례 없이 큰 표차로 패배했다.
18대 국회 중에는 당시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아나운서 비하 발언 때문에 당에서 쫓겨났고, 지난해 4월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가 과거에 했던 막말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후보직 사퇴 압박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119전화 사건'의 김문수 경기도지사, '자연산'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18대 국회 당시 여당 대표 안상수 의원 등 많은 정치인들이 숱한 막말을 날렸다가 허겁지겁 주워 담기도 하고, 스스로 그만한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연예계도 다를 바 없다.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해 과거에 했던 막말로 방송에서 하차한 경우, 스포츠아나운서 자살 사건을 두고 개념 없는 막말을 해 물의를 일으킨 경우,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글이 막말 사건으로 번진 경우 등 크고 작은 연예계 이슈는 비일비재하다.
일상에서 막말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번지는 일도 많다. "시끄러우면 112신고를 하거나 이사를 가면 되지 않냐? 이 XXX야." 지난 설을 하루 앞두고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인한 다툼이 살인사건으로 이어진 일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는데, 이 역시 막말이 화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