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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감나무 오를 사다리를 만들자

성공투자 바라면서 노력은 인색한 투자자에게 고함

민병돈 유진투자증권 이사 기자  2013.03.18 07: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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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인은 결핍의 자손이다. 견물생심이라고 물질 문명이 발달하면서 보고 듣는 것이 많아지면서 결핍, 즉 부족함을 느끼는 강도 역시 강해졌다. 돌아보면 과거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부족했지만 오히려 심적으로는 풍요로웠다. 서울 밤하늘에서도 황홀한 은하수를 볼 수 있었고 이웃 간 왕래 역시 지금보다는 훨씬 빈번했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산업화 이후 획득한 것은 물질이고 잃어버린 것은 공동체적 가치였다. 지금 우리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아예 관심조차 없다. 모든 강퍅함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절대적인 가치 기준이 확고해야 한다. 이미 물질문명의 세례를 듬뿍 받은 현대인에게 중세 수도자의 청빈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신만의 잣대를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스스로 잣대와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는 다른 사람, 그리고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한 것이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자신만의 것이 명백히 아니다.

한 때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TV광고에 등장하면서 엄청난 유행어가 된 시절이 있었다. 일종의 천박한 주문 같은 이 말은 우리 사회 내면에 도사린 집단적 광기와 맞물려 부자되기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현대인은 모두 결핍을 덜어내고 부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욕망의 근원에 대해 탐구하거나 진정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요컨대 모두 천국을 원하지만 아무도 죽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 셈이다. 아이러니이다. 살을 빼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먹을 것을 내려놓지 못하는 비만 환자나 부지런하기를 원하면서도 이불 속에서 꾸물거리고 있는 게으름뱅이와 다를 바 없다.

이것은 변화를 위한 실행이 가져올 고통스러움과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그간의 익숙함과 편안함 때문에 스스로 변화를 주저하는 탓이다. 환골탈태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투자자들은 누구나 승리를 꿈꾸고 짜릿한 승리의 기쁨이 오래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노력에는 지극히 인색하다. 종목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에너지를 판단하고 많이 숙고하는 대신 이리저리 뜬소문 좇기에 여념이 없다.

   
 
천국에 가고 싶어하면서도 죽음은 거부하는 꼴이다.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 되길 원하면서도 정작 책상 앞에서 시간보내길 거부하는 셈이다.

투자에 결코 왕도는 없다. 공부하고 노력하는 방법이 최선이고 공부가 쌓였을 때 비로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감나무 밑에 아무리 입 벌리고 오래 누워있어도 감은 떨어지지 않는다. 번거롭겠지만 감나무에 오를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민병돈 유진투자증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