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무릇 바둑판에서 대마(大馬)를 포기하면 더 이상 볼 것 없는 경기가 돼버리곤 한다. 이를 받치는 형세와 불시에 튀어나오는 변수까지도 놓치지 않고 잘 읽어야 하는 이유다. 서울에서 금싸라기 땅으로 분류되는 강남의 삼성동. 거기서도 최적의 입지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부지를 두고 커다란 이해관계가 또 다시 상충되고 있다. 도대체 한전 부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내용을 따라가 봤다.
시장형 공기업으로, 시가총액 20조3000억원의 코스피 상장사 한국전력공사(015760). 한전이 오는 2014년 8월 전남광주공동혁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인 가운데 삼성동 부지에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나주혁신도시 이전이 예정된 가운데 삼성동 부지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또 다시 상충되고 있다. 대마로 떠오른 한전 부지가 누구의 품에 안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한전 |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세종시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정부 부처, 공공기관의 서울 내 부지를 사들여 공공시설 용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매각공고가 나와 있거나 재공고 부지 등을 대상으로 타당성 등을 검토, 대상지에 대해 부처기관과 협상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는 한전 부지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김중겸 전 한전 사장은 부지를 용산철도기지창처럼 자체 개발해 부채와 적자 보전 방안을 강구한 바 있다. 이후 조환익 현 사장도 올 1월 본사 사옥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조 사장은 당시 부지를 민간 기업에 곧바로 매각하는 대신,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부지를 개발하고 지분참여를 하거나, 신탁매각 등의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약 7만9341㎡(2만4000평)의 공시지가 1조3900억원인 부지가 향후 인근 코엑스 리모델링과 9호선 삼성역의 시너지로 부가가치의 급상승을 고려,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관변경 얘기까지… 여러 가능성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전이 지식경제부에 정관변경을 요청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정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이 컨벤션 센터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을 지경부에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게 골자다.
현재 한전 부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이 대부분으로, 일반 상업지역은 보다 국한돼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한전은 상업지역에 돈이 되는 주상복합 등을 지을 수 없고, 용도변경에 따른 특혜시비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재원마련 또한 그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일까. 그간 정부가 한전 부지의 공영개발 방식을 추진해온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국토부는 지난 2011년 경기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이 반발했지만 '도시개발법 시행령' 및 '도시개발업무지침'을 개정했다. 나지가 부족하더라도 도시개발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셈이다.
게다가 정부는 한전 부지 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LH를 내세워 한전부지를 공영개발하는 방안도 심도 깊게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도시개발법 시행령 등의 개정과도 무관치 않다.
결국, 한전 부지의 활용 여부를 두고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한전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국토부의 개발 결정권을 무작정 따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동개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관변경에 관한 건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결정된 것도, 변한 것도 없이 협의 중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매각으로 방향은 잡혔지만, 공기업으로써 어떻게 더 합리적으로 갈지 개선방향을 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행보에 '권토중래' 삼성
서울시의 행보도 간과할 수 없다. 개발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여럿 가능성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의 공공시설 용지 활용 방안이 또 다시 꿈틀거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삼성의 행보도 살펴봐야 한다. 삼성은 지난 2008~2009년 한전사옥부지 개발제안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한 바 있다.
일각에 따르면 당시 삼성물산(000830)은 포스코건설과 공동으로 한전 부지와 인근 한국감정원, 서울의료원 부지에 114층짜리 오피스빌딩을 포함한 초대형 복합단지로 개발하겠다는 제안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했다. 이는 코엑스몰의 7.5배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평가되기도 했다.
같은 시기 삼성은 삼성생명(032830)을 통해 한국감정원 건물을 매입했고, 이후 LH에서 이전기업 부지 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부장급 직원을 임원으로 스카우트하기도 했다는 얘기는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한전사옥 부지 개발제안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했지만, 이후 한전이 결정된 게 없어서 현재 진척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대마로 떠오른 한전 부지가 누구의 품에 안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